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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J Aug 04. 2015

통영, 전혁림 미술관

통영을 닮은 짙은 코발트빛을 사랑한 화가


고.전혁림 화백은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화가 중 한 명으로 고.이중섭 화백과 같은 시대의 화가입니다. 작품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 된 화가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제시대와 해방 후 문화 예술 분야에서 통영 출신 예술가들의 활약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흔히 알려진 사람들만 꼽아 봐도 청마 유치환, 대여 김춘수, 윤이상, 박경리 등이 당장 나올 정도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통영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유치환 선생의 기념관인 청마문학관을 소개할 때 다시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오늘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혁림미술관을 둘러 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주택가 사이에 있습니다.

단, 매주 월/화 휴관이므로 일정을 짜실 때 고려하세요. 관람료는 자율기부로 운영됩니다. 미술관을 보시고 마음에 들면 그만큼 내시면 됩니다.



미술관 전경입니다.

정말 아름답죠? 그림이 그려진 타일을 배치해서 특별한 느낌의 무늬로 만들어 냈습니다.



타일 중에는 서로 같은 모양도 있지만 제각각의 모양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게 감싼 옆건물은 카페 겸 아트샵입니다. 판매하는 제품들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은 아니고, 그 아들인 전영근 화백의 작품입니다. 전혁림 화백의 그림과 작품들을 보고 나온 뒤에 기념품들로 팔고 있는 컵 등의 프린트에선 전영근 화백의 깔끔한 선을 보여주고 있어서 비교가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미술관의 1, 2층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으로, 3층의 별실에는 전영근 화백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혁림 화백의 작품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을 색채추상이라고 합니다.

강렬한 색채와 대조를 이루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 내는데 표현추상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사물의 형태가 남아 있고 그 형태와 색채에서 강렬한 인상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통영의 바다를 닮은 짙은 코발트색으로 선명하게 부각된 작품들은 인상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청와대 영빈관에도 코발트색의 바다가 인상적인,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 


참 쉽죠? 라고 말하는 듯한 말이지만, 가장 어려운 게 결국 '자기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계단 역시 흰색과 코발트색의 대조가 돋보입니다.


초기 작품들은 그렇게까지 표현이 강렬하진 않았습니다. 초기 작품들까지 전시되어 있어서 그림의 변화를 눈여겨 볼 수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재미 중 하나입니다.

오른쪽은 사각형의 접시에 색채가 가지는 힘을 이용해 끊임없이 다른 도안들이 반복되는 만다라라고 하는 작품입니다.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작품이죠.



고.전혁림 화백의 데드마스크나 그 당시 대통령들에게 받은 훈장이니 기념품들 보다 눈을 사로 잡은 것은 바로 고.전혁림 화백의 손과 사용하고 버린 물감 튜브들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혼자 배우는 경지'에 이른 사람이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남의 말과 무관하게 꾸준히 자신이 할 것을 하는 것. 그것이 결국 장인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표주박, 접시, 그릇 등 캔버스를 벗어난 작품들이 주는 느낌 역시 독특합니다. 특히 접시는 좋은 소재라는 생각을 1층부터 할 수 있었는데... 표주박은 정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으니까요.





2층에서 나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옥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술관 외벽을 장식하고 있던 타일들을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참 아름답습니다. 마지막의 사각접시가 반복되는 작품은 전영근 화백의 작품입니다. 주제 중에 통영이 제법 많이 등장하기도 하니 하나씩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3층 별실의 전등 스위치를 켜고 들어가면(나갈 땐 도로 꺼야 합니다), 전영근 화백의 작품들만 따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컵이나 접시 등 보다 실용적인 예술 작품을 더 많이 선보이기도 했고, 회화 작품들이나 조각 작품들에서 파격은 느껴지지만, 단정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전혁림 화백의 그림들이 보여주는 강렬하고 자유로운 느낌과는 사뭇 달라서 아버지와 아들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전영근 화백의 작품들. 특히 왼쪽 하단의 회화 작품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전혁림 화백을 훨씬 위로 쳐주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전영근 화백의 작품들이 전혁림 화백처럼 강렬한 임팩트가 부족한 데다가 전혁림 화백의 강렬한 작품을 먼저 보고 뒤에 보기 때문에 밋밋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르니까요.


그 느낌 이제 직접 느껴 보실 시간입니다. ^^

전혁림 미술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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