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 속 빛나는 별
선호는 지난 금요일부터 고열로 고생을 하고 있다.
아내와 정말 오랜만에 둘이 같이 연차를 쓰고 오전에 선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이후에,
브런치를 먹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기로, 정말 야무진 계획을 세웠으나, 아픈 선호를 돌보다 보니 주말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요즘 수족구병이 유행이라 걱정을 했는데,
지난 금요일에 소아과에 갔을 때만 해도 고열 증상이 주증상이었고, 입 안에 궤양이나, 손발에 수포가 보이지는 않아서
일단은 해열제를 복용하며 지켜보기로 했다.
엄마(+아빠)랑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선호가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다.
선호가 좋아했던 얕은 산에 올라 시원한 바깥공기를 쐬기로 했다.
해질녘즈음 산보를 시작했다.
닭들이 어찌나 울어대던지 토요일 이후 선호는 “산! 꼬꼬댁~”을 외치곤 한다.
산보 초입에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시는 어르신들을 마주쳤다.
선호가 예쁘다며 반갑게 인사해주셨고, 선호는 쑥스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띄었다.
조금은 우락부락하게 생기신 할머니 한분이 선호를 보며,
“아가야, 할머니는 다시 태어나면 아기처럼 예쁘게 태어나고 싶어.”
나와 아내는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선호가 커가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남겨주고 싶은 마음에,
외출을 할 때면 항상 카메라를 챙긴다.
수동 카메라를 조작하며 할머니의 바람 섞인 칭찬을 되새겼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는 행위는,
기억해내고자 하는 그 시점으로 다이빙해 들어가 무수하게 떠다니는 이미지의 지층에서 어느 한 단면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마치 수동 카메라로 간직하고 싶은 순간에 그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행위처럼.
강렬한 석양을 등진 선호와 아내를 찍으려는 순간 역광에 눈이 부셔 정확한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성운 속에 그 중에서도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처럼 초점이 맞지 않아 희뿌연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흘러 사진을 찍었던 사실을 기억해 찾아본다면,
열이나서 고생했던 선호의 모습보다는 해질녘 차갑기도 하고 상쾌하기도 한 공기를 마시며 가을길을 누볐던 행복한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기억은 실재에 다다를 수 없다.
하지만 조금은 초점이 맞지 않는 기억이 때로는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
다시 태어난다면 선호처럼 예쁘게 태어나고 싶다고 하던 할머니도 선호처럼 예뻤을 것이다.
그러니까 소망아 나도 어렸을 땐 말이야,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