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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누리 Oct 26. 2024

버블티가 먹고 싶다

많이 먹고 싶다


마시자마자 홍차의 향이 훅 끼쳤으면 좋겠다.

얼음은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 줄 정도면 된다.

약간만 달큰하고 시원한 밀크티가 쭉 올라오고,

곧바로 동글동글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한 펄이 입 속에 굴러들어 오면 좋겠다.

한 입에 씹으면 쫄깃함과 향긋함과 달달함과 시원함이 하나씩 혀도 입천장도 목으로도 느껴질 것이다.


늘 텀블러를 싸다니지만 버블티만큼은 가게에서 주는 대로 받는다.

얇은 비닐로 마감해 준 컵을 통째로 뒤집어 제대로 흔들어준 뒤에 두툼한 빨대로 구멍을 폭 뚫어야 한다.

알 수 없는 밍밍함으로 시작해 아찔한 단맛의 뒤통수로 끝내기에는 2박 3일째 맛있는 버블티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버블티가 뭐 귀한 음식이라고 2박 3일째 생각 중이냐 하면

달디 단 로얄 밀크티를 먹고 싶은 게 아니고

그것보다 더 단 흑당 버블티를 먹고 싶은 것은 더욱 아니고

과립 스프가 바닥에 한가득 채 녹지 못하고 떠다니는 밀크티를 원한 게 아니고

겉은 불었는데 속은 딱딱하게 끊어지는 펄을 씹고 싶은 게 아니고

재우고 숙성하고 모시느라 7500원을 가뿐히 넘는 밀크티는 당황스럽고

어제까지는 식단을 하느라 과당과 우유와 탄수화물의 환장의 콜라보를 먹을 수 없었고

당도는 적게 얼음도 적게 선택하고 싶고

오후 다섯 시 이후로 먹으면 수면의 질이 위험해지고

지금 목마르고

그러니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팔공티가 지금 가고 있는 경복궁역에서 망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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