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을 여행하며 선진국의 기준이 생겼다.
300여 일이 넘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총 15개국을 돌아다녔다. 일본-인도네시아-태국-인도-몰디브-스리랑카-말레이시아-싱가포르-네팔-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조지아-그리스를 거쳐 현재 이집트 다합에 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한국과는 다른 점들이 참 많이 보였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한국과 비교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한국보다 안 좋은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었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다. 동물을 좋아하기에 더욱 부러웠다. 개, 고양이, 원숭이, 소, 염소 등 아주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한국에서는 이제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인도에서 길에 돌아다니는 소들과 마주쳤을 때 신기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덩치가 너무 커서일까? 좁은 길에서 마주치면 무서워서 돌아갔다. 하지만 인도에서 70여 일을 지내다 보니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소는 금방 익숙해졌다. 리시케시 한 식당에서 남은 짜파티를 소에게 챙겨주는 모습을 봤다. 저녁시간이라 슬슬 장사를 끝낼 시간인듯했다. 소는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꼬리를 양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며 짜파티를 날름 받아먹었다. 소들을 보면서 저 덩치를 유지하기 힘들 텐데 걱정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원숭이 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인도 뭄바이의 엘리펀트섬에 갔었을 때다. 이 섬은 몽키섬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원숭이가 많다. 돌계단에 한 인도 가족이 쉬고 있었다.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가도 있었는데 그 옆에 아가만 한 크기의 원숭이가 앉아있었다. 아가는 원숭이를 딱히 무서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가의 아빠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아빠가 아가를 데려가려고 하자 원숭이는 단단히 오해를 했는지 아가를 때렸다. 아가는 울지 않았고 아빠는 웃었다. 한국이었다면 엄마가 아빠의 등짝이 시뻘게지도록 때리지 않았을까?
최근 다합에서 발생한 귀여운 일이 있었다. 사람 한 명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지나가는데 반대편에서 큰 개 한 마리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살짝 무서워서 와노보노를 먼저 앞서 보냈다. 와노보노의 큰 배낭이 무서워서였을까 개는 살짝 겁을 먹은 표정으로 멈춰 섰다. 앞으로도 뒤로도 꿈쩍을 안 했다. 내가 다시 앞으로 가서 최대한 벽에 붙어 길을 내어주었다. 그제야 개는 쓱 눈치를 한번 보더니 지나갔다. 앞에서 사람이 왔어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이 상황이 너무 귀엽고 웃겼다.
인도 한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남은 짜파티를 소에게 챙겨주는 모습, 길 곧곧에 개와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 물그릇이 높여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그냥 함께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러웠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메트로에서 공중전화를 보고 감동을 했다. 총 4대의 공중전화가 있었는데 가장 첫 번째 공중전화가 다른 공중전화보다 낮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휠체어 모양의 표시가 붙어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공중전화를 봤지만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했었다. 충격이었고 감동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알마티는 참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아시아 대중교통인 ‘마슈로카’를 많이 이용했다. 자리양보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봤다. 중년-노년의 여성이 마슈로카에 타자마자 남자들이 벌떡 일어나서 자리양보를 했다. 심지어 한참 까불거릴 나이의 남자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육을 받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출퇴근 때 선뜻 양보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생각하는 선진국의 기준이 생겼다. ’ 동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질적인 여유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자연스러운 배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하여 한국도 마음의 여유가 커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경제적인 성장을 단숨에 이뤄낸 것처럼 마음의 성장 또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