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은 없다
나의 드로잉 모토는 '똥손은 없다'다.
사실 안 그려서 그렇지 못 그리는 사람은 없다.
물론 기술적으로 더 잘 그리고 못 그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림에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심상이 드러난다.
똑같은 대상을 보고 그려도 다 다른 느낌이 나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다.
그래서 그림에는 잘 그리고 못 그리고 가 없이 모든 그림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기 좋게 멋지게 그려내는 사람도 있다.
그리다 보면 내 생각만큼 안 그려질 때도 있지만 그건 그림의 결과물에만 목적을 둘 때 그렇다.
그림도 과정이 있다.
그리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의 경험이 그것이다.
그림 시간에 그리는 법에 대한 이론수업을 하고 나면 각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한선이라도 더 그어보고 한 개라도 더 그려봐야 실력이 는다. 그래서 반드시 그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눈과 귀보다는 손이 더 움직여야 하는 게 그림이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차분하게 그리는 한 시간은 몰입을 경험하고 편암함을 느끼게 한다.
정서적으로 정말 좋은 활동이다.
수업시간은 한 시간이지만 푹 빠져하다 보면 금세 시간이 훅 지나간다고 한다.
벌을 쓰면 10 분도 길터인데, 한 시간이 10분 같다니 얼마나 몰입경험과 행복함을 느끼겠는가.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이 정화되고, 하면 할수록 실력은 늘고, 나의 기록물이 쌓인다.
이 맛에 그리는 거지.
종종 그림을 결과물에만 목표를 두고 더 멋지고 더 잘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냥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좋고 재밌고 행복하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림 클래스 분위기와 같은 취미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다.
각자의 목표대로 다 좋지만 그중에도 진심으로 그림 그리는 시간이 좋고 재밌다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실력도 잘 늘어서 결과물도 좋다. 그림에 좋은 마음을 담으니 그림이 좋을 수밖에...
실제로 가르친 몇 분은 그림이 너무 좋아 개인전을 열어 드리고 싶을 정도다.
"그림은 학교 다닐 때 말고는 그려본 적이 없어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정말 부러워요. 똥손인데 할 수 있을까요? "
"암요.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답니다.
똥손이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