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당신의 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춥다물 Nov 27. 2023

마티우의 집 1

숨은 현관과 안방의 위치

Mimizan, France 2017


 레아와 마티우 커플이 사는 보르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미미종은 마티우의 고향이자 레아 아버지 장의 고향이다. 부모의 세컨드 하우스로 여름휴가를 간 레아가 동네 청년 마티우에게 반한 곳이기도 하다. 레아는 바다가 은색으로 반짝거려서 실버코스트로 불리는 프랑스 서부 해안의 비스케이만에 서핑하러 몰려든 멋진 서퍼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아냐며 그때를 기억했다.

    "마티우도 서퍼였어?"

    "아니, 걔는 뭐랄까. 수영하고 나서 해변에 누워 담배를 피우며, 잔뜩 부풀린 어깨로 허세를 부리는 서퍼들을 비웃는 부류였어."

 그런 미미종에 큰 여름 축제가 열린다고 레아와 마티우한테 초대를 받았다. 기차역에 마중 나온 마티우와 레아와 보르도 방문 이후에 일년 만에 재회였다. 마티우는 이 차로 말할 것 같으면 얼마 전 일때문에 차가 필요했는데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운전하지 않는 노신사에게 300유로를 주고 산, 바퀴 달린 멋진 친구라며, 개구쟁이 같이 얼굴로 나를 그 50만 원짜리 중고차로 안내했다. 마티우 앞에서는 가난은 무엇을 가지고 또 무엇을 가지지 않을 것인가를 탐구하며 사는, 오직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저)‘과 같은 '선택'의 문제처럼 보였다. 내가 타고 온 기차가 기계결함으로 지연되어 제공받은 파리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파리에서 갈아타는 기차표를 1등석으로 보상받은 사실을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호텔만 제공해 준거야? 하루를 날렸는데?"

근데 또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 알려줘야지.

    "아니 사실, 여기 오는 기차표도 1등석 칸으로 줬어."

    "정말? 프랑스인 답지 않게 빠르고 멋지게 일을 해결해 줬군." 이 친구는 안 좋은 상황에도 당사자성으로 위장한 척 농담을 갈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숲을 정통으로 지나고 있어."

 양쪽으로 키가 족히 10m가 넘는 침엽수들이 재빨리 사라지는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을 룸미러로 본 마티우가 툭 던지듯, 하지만 다정하게 말했다. 뒷 자석의 중간자리에서 앉아있던 나는 앞으로 몸을 더 내밀며 앞 좌석의 마티우와 레아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다. 마티우의 ‘바퀴 달린 멋진 친구’가 끝도 없는 나무의 바다를 직선으로 가르는 동안 내 입으로 한번 더 말해본다. "와... 우리가 지금 유럽에서 가장 큰 숲을 지나고 있어." 그리고 그때 이곳이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마티우가 보르도에 레아와 살며 독립을 한 뒤로, 이 집에는 마티우의 어머니, 마리 혼자 살고 있었는데, 집에 빈 방이 2개 더 있어 여기서 모두 함께 지내기로 하고 나는 2층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마리는 호리 호리한 체형의 짧은 커트 머리의 중년의 여성이었다. 밝은 미소의 그의 몸은 침착하게 작게 움직이고 머리는 금방 빗은 듯 단정하고 목소리는 낮았지만 다정했다.    

 그가 사는 집은 2개 층이 있는 정사각형 모양 평면의 단독 주택이다. 현관이 외부에서 바로 보이지 않고 한번 꺾어서 들어오게 계획되어 있었다. 시간차를 두어 공간을 보여주는 이런 근사한 현관은 참 좋다. 그 현관을 지나면 필요한 공간만 있는 단정한 평면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바로 욕실이 있고, 더 들어와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야 나머지 생활공간이 나타난다. 다만, 현관에 들어서서 바로 마리의 방(bedroom)이 보이는 것이 이 평면의 가장 큰 단점으로 보였는데, 이는 다층 주택의 경우 안방은 대부분 생활공간이 아닌 층(2층)에 배치하는 일반적인 계획과는 정 반대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생활 반경을 좁히기 위해 원래 2층의 자신의 방을 1층 방을 옮겼다고 했다. 쓰는 이가 괜찮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포용이 가능한 것이 또 주거 계획의 가능성이다. 벽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거실의 창은 한 방향으로만 넓게 나 있었다. 그 유리창 너머에는 편안해 보이는 벤치와 거기에 앉아서 오래도록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정원이 넓고 길게 펼쳐져 있었다. 집을 둘러보며 머릿속에 이것저것 정보를 넣고 있는 나에게 마리가 천천히 다가와 말했다.

    "이 집에 대해서 네가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어."


-다음 화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사라의 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