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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Jul 22. 2024

어두운 시대에 탄생한 가장 어두운 책

《계몽의 변증법》

어두운 시대에 탄생한 가장 어두운 책
-《계몽의 변증법》

인류는 아직 계몽과 신화를 반복하고 있다. 《계몽의 변증법》을 극단적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류 해방을 위한 이성이 도리어 인류 전체를 공멸할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계몽의 변증법》(Dialectic of Enlightenment)은 유대인이자 독일 출신의 테어도르 아도르노와 막스 호르크하이머가 1944년에 공동 저술한 철학적 저작이다. 《계몽의 변증법》은 20세기 최고의 사회학 이론이라고 평가되는 '비판 이론'을 형성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대륙철학, 사회학, 문예이론을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비판이론'의 경전과도 같은 작품이다.
 다만 《오디세이아》와 같은 고전 문학부터 마르크스의 기본 이론, 벤야민의 사상,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등 철학의 전반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접근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저작이다. 그럼에도 계몽주의의 본질과 그 모순을 비판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류에 있어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에 현대 사상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


1. 계몽주의의 명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주의가 이성과 과학을 통해 미신과 무지를 극복하려는 프로젝트였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계몽주의가 본질적으로 이중적이라고 본다. 계몽주의는 자연과 인간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는 결국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자연을 착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계몽주의의 합리성은 도구적 이성으로 변질되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게 만들고,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경향을 강화했다.

계몽주의의 양면성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자본주의는 계몽주의의 합리성을 경제적 이익 추구의 도구로 활용하며, 이는 노동자들을 기계 부품처럼 취급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이 과정에서 계몽주의는 본래의 해방적 목적을 상실하고 억압적 도구로 전락한다.
(비판이론이 게오르크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의 물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을 볼 슨 있다)

 2. 도구적 이성의 지배

 도구적 이성은 자연과 인간을 대상으로 삼아 그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조작하려는 이성이다. 이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으나, 동시에 인간의 주체성을 약화시키고, 인간을 기계적이고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문화를 확산시켰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러한 도구적 이성이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적 억압 체제를 가능하게 했다고 본다.

도구적 이성은 경제와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개인의 삶을 표준화하고, 인간을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존재로 만든다. 예를 들어, 현대의 대중문화는 도구적 이성의 산물로, 소비자들을 통제하고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3. 문화산업과 대중문화

《계몽의 변증법》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문화산업이다. 특히 이 책의 4장은 자본주의 문화산업이 계속되는 한 현대의 문화산업을 분석하는데 있어 계속 인용될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의 4장은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문화산업이 대중문화를 상품화하고 표준화함으로써, 대중을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으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영화, 음악, 출판 등 문화산업은 오락과 소비를 통해 대중을 통제하고,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이들은 대중문화가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고, 개인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를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도르노와 교류했던 같은 유대계 독일인 마르크스주의자 발터 벤야민이 영화를 노동자 계몽의 도구로 본것과 정반대의 입장이다.
 문화산업은 또한 개인의 개성을 억압하고 획일화된 취향을 강요한다. 대중문화의 소비자는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미리 정해진 취향과 소비 패턴을 따르게 된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과 비판적 사고를 저해하고, 사회적 통제의 수단으로 기능한다.

4. 계몽은 곧 신화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주의가 신화를 극복하려 했으나, 결국 새로운 형태의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계몽과 신화가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계몽주의는 신화적 사고를 부정하지만, 동시에 그 부정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신화, 즉 과학과 기술의 절대성을 신화화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형태의 억압과 비합리성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계몽의 '변증법'이다.

계몽주의의 신화화는 과학과 기술의 절대화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현대 사회는 과학적 합리성을 절대시하며, 이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형태의 신화로, 과학과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학기술의 한계와 위험을 간과하게 만든다.

### 5. 계몽의 자기파괴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당시 나치즘의 위기로 독일을 떠난 유대인으로서 당시 파시즘의 위기에 심각함을 느꼈다. 또한 선배 이론가인 벤야민 역시 파시즘의 벽에 좌절해 자살했기에 후배 이론가서 파시즘을 분석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계몽주의가 어떻게 파시즘을 낳았는지를 분석한다.

계몽주의는 인간 해방을 목표로 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자기파괴적인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 이성은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대신, 점점 더 도구화되고,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이러한 자기파괴적 경향이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 특히 전체주의와 같은 정치적 억압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계몽의 자기파괴는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본주의는 이성을 경제적 효율성의 도구로 삼아, 인간을 수단으로 취급하고 자연을 착취한다. 이는 계몽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억압과 비합리성을 초래한다.

 6. 대안은 '비판'

안타깝게도 마르크스가 말한 혁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판이론가들은 사회 혁명이 아닌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록 《계몽의 변증법》이 주로 비판적 성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또한 비판적 이성과 자율적 사고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신들의 판단으로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 나름대로 차선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들은 예술과 철학이 자본주의적 억압에 저항하고, 새로운 형태의 해방적 계몽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예술은 비합리성과 비판적 사고를 촉발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아도르노는 음악에 매우 재능이 있었다.)

 비판적 이성의 회복은 자본주의적 억압을 극복하고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도구적 이성을 넘어서, 인간의 전인적 발달을 추구하는 이성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계몽의 본래 목적을 되찾고, 진정한 인간 해방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7. 결론

《계몽의 변증법》은 계몽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조명한 중요한 저작이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계몽주의의 명암과 도구적 이성의 지배, 문화산업의 문제 등을 통해 인간 해방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들은 비판적 이성과 예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해방적 계몽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어두운 시대가 낳은 어두운 책에는 '비판'이라는 희미한 빛만 잔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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