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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Nov 03. 2024

<나의 아저씨> 각본집 읽기:  우리 시대 서사시

우리 시대 부르주아 서사시: <나의 아저씨>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살아가는 다양한 문제적 개인들의 이야기로, 루카치가 제시한 부르주아 서사시의 개념을 효과적으로 재현한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박동훈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직면한 내적 갈등과 사회적 맥락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개인과 사회의 방대한 연결 고리를 아름답게 엮어낸다.

주인공 박동훈은 건설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며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는 중견 간부다. 그러나 아내 윤희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서적인 혼란에 빠진다. 이런 그의 일상은 회사에서의 권력 다툼과 맞물려 고된 싸움으로 이어진다. 특히, 젊은 CEO 도준영과의 갈등은 그의 직장 생활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며, 윤리적 가치와 현실의 압박 속에서 자신과 가정을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드라마는 동훈이 과거의 정체성과 현재의 상황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 가는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를 조명한다.
 이지안은 동훈이 다니는 회사의 계약직 직원으로,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간다.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며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차가운 생활 방식을 누린다. 그녀는 동훈의 뒷조사를 하라는 도준영의 요구를 받아들여 동훈의 삶에 은밀하게 개입한다. 그러나 동훈과의 예상치 못한 유대가 형성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지안이 자신을 감싸던 벽을 허물고 인간적 연대감을 회복하는 모습은, 그녀를 통해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치유와 믿음을 상기시킨다.
 동훈의 형제들, 박상훈과 박기훈도 각각의 색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박상훈은 실패한 영화 감독으로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지만, 그의 이상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심리적 위기를 겪는다. 동훈과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그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한다. 기훈은 연이은 사업 실패 후 집에서 나와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며, 가족의 지원 속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인생의 실패와 극복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며, 형제애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름다운 최소의 공동체의 현실이다.

 드라마는 이 개인적 이야기들을 경제적 불안, 불투명한 회사 문화, 개인의 도덕성 갈등 등 한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와 자연스럽게 결부시킨다. 루카치의 사회적 총체성 개념에 따르면, 이러한 개인의 경험은 사회 구조와 얽혀 있으며, <나의 아저씨>는 이를 통해 사회적 모순과 인간적 성찰을 유도한다.
 <나의 아저씨>는 현대 도시 사회의 복잡성과 개인적 내적 성장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냄으로써, 부르주아 서사시의 본질을 충실히 구현한다. 각 인물이 경험하는 삶의 도전과 극복의 과정은 인간성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현대인들에게 실존적 고민을 던진다. 이 드라마는 개인과 사회의 본질을 이해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우리 시대 부르주아 서사시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전달한다. 궁핍한 시대, 새로운 서사시가 되어 읽히길 바란다. 우리가 그토록 찾던 선험적 좌표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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