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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라 Aug 29. 2021

오늘 하루를 기억하지 못할 너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평범한 일이라 생각해왔는데, 막상 자식이 생겨보니 이건 정말 전혀 평범하지가 않다. 일평생 덕질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고, 연애 때도 나름 거리를 두던 나는, 아기를 낳고 나서 그야말로 사랑에 푹 빠지고 말았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아기가 너무 예쁘다고 황홀해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웃고, 동생은 신기해했다. 아기를 물고 빠는 나를 보며, 처음으로 신생아 시절의 기억이 없는 게 아쉬워진다고 했다. 존재만으로 이렇게 사랑받았던 기억이 남아있었다면 스스로를 긍정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을 거 같다고. 그러게, 나도 이걸 왜 이제야 알았나몰라.


아기를 사랑하며 깨닫는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하고, 가끔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고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도. 그럼에도 누군가는 세상 무엇보다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내 자식이 생기고서야 알았다.

 



우리는 존재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내가 뭔가를 잘해서, 열심히 해서 사랑받는 것만 기억하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를 잘해야만 사랑받는다고 믿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고, 늘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안달이 난 채로 살았다.


그래서 우리 딸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밥만 먹고 똥만 쌀 때부터, 너는 이미 사랑받는 존재였다고. 그래도 우리 딸은 (내가 그랬듯)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것이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신생아를 안는 부모의 온기를, 배냇짓으로 웃는 아기에게 녹아버리는 부모의 눈빛을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존재만으로 사랑받는다는 것이 뭔지 바로 이해할 텐데.


소중한 오늘 하루를 기억하지 못할 네가 너무 아쉽다. 그래서 내가 더더 많이 기억하고 이야기해줘야겠다. 아주아주 지겹도록,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아가야,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넌 존재 자체로 이미 사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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