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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향기가 나는 샴페인의 수도, 에페르네

정성과 시간이라는 매길 수 없는 가치


 “샴페인 터트리기엔 아직 이른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샴페인이 가진 클리셰 그 자체는 축하와 기념을 상징한다. 실제로 샴페인 Champagne이라는 이름 자체도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샹파뉴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에 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타 지역의 모든 발포성 와인은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대표적인 와인이 루아르 지역의 무스카토 Muscadet 와인인데 한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다.


아니,  뭐 그래 다 좋은데, 왜 샹파뉴 얘네들만 샴페인이라고 하는 거야?


그 이유는 1935년부터 프랑스 정부가 시행한 원산지 통제 호칭법[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이 시행되면서, 샴페인에서 난 발포성 와인만을 샴페인으로 부를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좋은 품질의 상품을 해당 지역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그에 맞는 호칭을 주는 것이니, 새삼 샴페인이 얼마나 까다롭게 관리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럼 샴페인은 다른 스파클링에서 비해 뭐가 얼마나 대단하게 다른 걸까?

 

사실 뭐 엄청난 게 다른 건 아니고, 일반적인 스파클링 와인은 기포를 만들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강제로 주입한다면, 샴페인 지역은 기포를 만들기 위해 오크통에서 1차 숙성된 아이들을 병에 담아서 2차 숙성을 하는데, 그때 효모나 설탕을 넣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랜 시간 숙성하여 기포를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샹파뉴 지역은 사실 원래 오래 시간 전 바다에 잠겨있었다. 그렇기에 이 곳 지역의 토양은 석회질이나 조개 퇴적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토양 특성이 포도를 잘 자라게 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인지, 사실 샹파뉴 지역은 추운 기후 때문에 또 포도가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일정한 품질을 내기 위해 다양한 포도를 섞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정 해만 생산하는 경우는 그 해의 작황이 아주 좋은 경우로, 모에 샹동에는 2008 millesime  밀레짐 같은 라벨들이 그해의 포도만 사용한 샴페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늘했던 샴페인 지방.


이런 기후의 제약과 토양의 특성이 더불어져, 오히려 산미가 강하고 섬세한 맛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를 2차 발효라는 그네들만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최고급 와인으로 승화시켜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처럼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 들어가는 비용은 높고 완성도는 높고, 공급은 적으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정성과 시간이 명품과 일반 상품의 가격 차이를 만들어내듯, 가치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얼마나 섬세하고 진지한 태도로 고민하고 연구하느냐에 따라 축적되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모든 걸 물질 주의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정말로 오랫동안 축적되고 고민한 그 노력들이 사실 따지고 보자면 과연 돈으로 환산이 될 수 있는 가치일까?


 에르메스 백이 만들어지는 과정들과 그 가격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의 재화 가치로 그 사람 혹은 가문과 기업의 오래도록 쌓아온 노하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건, 이 사회 시스템이 준 가장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거래 장치라고 생각된다.


이런 이유로 샹파뉴 지역에서 난 아이들만 샴페인이라 불리게 되는데, 사실 프랑스 현지에서도 마트에서 최소 15-20유로는 하기 때문에 데일리로 마시긴 힘들고 좋은 건 가격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현지에서는 똑같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크레망  Crémant이라는 술도 있는데, 보르고뉴 혹은 루아르 지역에서 많이 생산한다. 요런 아이들을 마트나 현지 와이너리 가서 또 찾아보면 생각보다 되~게 맛있다.

상세르 Eric Domaine 의 Crémant de loire


어쨌든, 이처럼 샹파뉴는 이름이 가진 자부심과 그 과정과 함께 파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기에 루이 14세와 미국까지 건너가는 인싸템이 된 모에 샹동이나 돔 페리뇽 시리즈 덕분에, 한국에서도 샴페인은 아주 값진 이벤트나 행사에서나 먹는 술이고, 요즘은 강남 클럽에서 돔 페리뇽 혹은 아르망 디 정도는 마셔줘야 성공하는 식의 영상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뭐, 아무래도 프랑스에서 들여온 것이고, 또 술이다 보니 관세 및 주세가 비싼 것도 있고, 가격대도 편히 즐길 수 있는 술이 아니다 보니, 더욱더 한국에서는 샴페인, 보편적으로 와인이라고 하면, 뭔가 소믈리에가 추천해줘야만 먹을 수 있을 거 같고, 좋은 날만 먹어야 할 것 같고, 막상 한국의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취향을 물어보면, 아 음 그냥 잘 몰라서 추천 좀 해주세요 하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결과인 것은 알지만, 아무래도 프랑스에 살면서 막상 마셔보면 별거 아닌 게 마음으로 안타까워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취향을 만들기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와인은 아직 한국에서 친숙해지기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 같아 보이기에 말이다.


그. . 서. 사유의 장미는 정말 편하게, 꼭 비싼 와인을 사지 않더라도, 어떻게 와인을 즐기고 취향을 만들어가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와이너리 방문을 한 이야기들과 함께 하나씩 풀어가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저 5년 전에 프랑스에 처음 입성한 경영 학도이고, 와인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게 참 즐겁고 그냥 나 스스로도 조금씩 더 와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편하게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대학을 다니는 동안 참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술을 많이 마셨는데, 항상 회식 자리 나 술집에 가서 많은 안주들과 함께 먹고 나면 얼마나 마신 지도 모른 채 어느새 취해있고, 다음날이면 그 안주들과 술이 짬뽕이 되어 더부룩하고 어지럽던 소맥의 향기가 향수를 뿌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냥 테이스팅 해보고 나누기만 해도 재미있는 와인

무언가 분위기를 다 같이 띄우기 위해 취해야 했던, 혹은 남들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게 버텨가면서 마셨던 술이 한국에서의 술이라면, 그에 비해 와인은 가까운 사람들과 오손도손 편하게 하루의 긴박했던 긴장감이나 가면을 내려두고, 진짜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해주는 즐거운 매력이 있다.


물론 내가 골랐던 술이 모두 완벽했던 건 아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쉬웠던 술도 있고, 혹은 완전히 생각지도 못했던 맛이 나는 술도 있었다.  워낙 같은 지역 안에서도 너무나 많은 와이너리들이 있고, 또 많은 도메인이 있기 때문에 그런지, 와인은 4-5명 정도 모이면 색깔이 다른 와인들을 하나하나 마셔보며 얘는 달달하네, 얘는 좀 그윽하고 세네, 어 얘는 치즈 향이 났는데, 또 저거는 체리 향도 나네. 오 신기한데.


그렇게 취향이 다름이 공존할 수 있음을, 그런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은 다양성이라는 매력도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매력도 있다.

이우환 화백의 붓터치도 결국 시간에 따라 붓의 강약이 보인다는 그 시간성을 표현했기 때문에 극찬받지 않은가?


와인도 그렇다. 첫 잔에는 강하고 상큼하다면, 다음 잔에서는 좀 더 부드러워지면서 향이 더 강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캔팅을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고 그냥 와인을 따고 열어둔 채로 식탁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저녁을 먹으며 함께 하다 보면, 와인을 마시는 그 1-2시간 동안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


뭐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와인은 그냥 오늘은 좀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보겠어 하면서 시도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즐길거리가 된다.


몸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한 번씩은 편하게 누워 와인 위에 둥둥 띄워보자.


거기에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맞는 가까운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좋은 곳에 놀러 가고 좋은 곳을 보면, 또 각자의 여러 가지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움을 하나씩 방울방울 떠올리지 않는가? 와인은 그렇게 적당히 나를 위험하지 않은 기억의 구름 위에 띄워놓고, 잠시 나의 그 사람들과 함께 추억의 여행을 하게 해주는 맛이 있다.


그러니, 사유의 장미가 지금부터 쓰게 되는 와이너리 이야기는 그냥 프랑스에 친한 친구 하나가, 와이너리 가보니까 이렇게 생겼더라, 요런 거 먹어보니 요런 맛이 있더라, 요런 지역은 이런 특징 때문에 유명하다더라, 이렇게 친구가 해주는 편한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그냥 마음에 가는 게 있으면 평소에 그것부터 관심을 가져보면, 괜스레 집에 있던 와인도 한 번 찾아 꺼내 마셔보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 이야기의 첫 번째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나도 샴페인 지역의 이야기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샹파뉴 지방, Champagne. 수도 파리에서는 동쪽으로 한 2시간 정도 가면 된다. 혹시 갈 일이 생긴다면, office de tourimse Epernay를 찍고 가길 추천한다.  에페르네 Epernay는 샹파뉴 지방 중에서도 모든 샴페인 메종들이 모여있는 센터 중의 센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랑스를 여행할 때 어디를 가게 되든, 구글에서 미리 다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프랑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Office de Toursime 관광 센터에 가면 생각보다 많은 관광 상품이나 연계된 현지 정보들을 그때그때 알 수 있어서 인터넷에 없는 정보들을 많이 알 수 있다. 예전에 보르도 여행 갔을 때에도, 현지에서 클래식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바로 보르도 서쪽 외곽의 어느 샤또에서도 밤의 클래식 공연과 와인을 30유로에 즐겼던 좋은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자 친구가 레드 와인은 세서 잘 못 마시는데, 샴페인 종류는 그렇게 잘 마시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해서 샴페인을 급작스레 떠나기로 했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도  Office de Tourisme 관광 안내소에서 2개의 샴페인 메종에서 테이스팅을 무료로 할 수 있었다.

핑크색이 인상적이던 Elodie


샹파뉴 지역을 처음 온 것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와이너리 투어를 신청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온 김에 가장 유명하다는 모에 샹동을 먼저 방문 후, 점심을 먹고, 관광 센터에서 에페르네의 와인 밭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Nicolas Moreau 와이너리를 방문하기로 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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