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르네 office de tourisme을 네이게이션에 찍고 도착하면 바로 오른쪽 앞에 이렇게 모에샹동 하우스(메종)가 보이고, 아주 정갈하게 정비된 Avenue de Champagne 가 보인다. 이 샹파뉴 거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2015년 7월 4일에 지정되었다.
물론 이 거리 말고도 샹파뉴 지역의 각종 와인 밭과 그 지하 저장소 전체가 하나의 문화유산인 것이다.우리가 갈 땐 관광객이 크게 없었지만, 관광객이 몰릴 때에는 차도 밀리는 편이고, 이 도로는 전혀 유료 주차할 곳이 없다.
차로 오면 이 avenue를 차로 한 번 쭈욱 훑고 다시 돌아와서 관광 센터 근처 골목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모에 샹동 투어를 가면 된다. 아 물론 와인 밭은 여기 있는 것이 아니고, 이 avenue에는 와인 저장소 및 와인 하우스로 테이스팅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고, 와인 밭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 사이트 주소에 가면 미리 모에 샹동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너무 예약을 안 하는 건 보단 미리 일주일 전에는 스케줄을 조정해서 예약을 하길 권장한다. 상품도 생각보다 많은데, 우리는 그냥 Iconic tour로 했다. 뭘 해도 상관없으니 그냥 마음에 끌리는 걸 고르자.
모에 샹동 가이드 투어 시작 장소
모에 샹동 앞의 동상 옆의 유리문으로 가면 우리와 같이 투어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간단히 인원 체크 후에 투어가 시작된다.
투어 시작부터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준다. 모에 샹동의 와인 가이드는 업무용 가방으로 루이 뷔통 Louis Vuitton가방을 메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1987년 루이 뷔통 그룹과 합병되었기 때문이다.
업무용 루이비통 백을 멘 모에 샹동 가이드
LVMH 그룹사라고 많이 하는데, 이는 Louis Vuitton + Moet + Hennessy의 앞글자를 딴 약자이다. 그 전에는 1971년 코냑으로 유명한 헤네시 Hennessy그룹과 와 모에 샹동 Moet & Chandon 이 합병이 되면서 모에 헤네시 Moet Hennessy 그룹이 되었었다.
근데 모에 샹동이 Moët & Chandon 이렇게 &가 들어가는데, 사실 이 모에 샹동은 각각 사람의 이름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바로 두 사람이 합쳐 이름을 만든 그룹인 것이다.
168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끌로드 모에(Claude Moet)로 거슬러 올라가야 모에 샹동 이름의 기원을 알 수 있다. 그는 1717년 에페르네에 정착하여, 포도주 무역업 및 중개업으로 시작해서, (원래 와인 만드는 사람도 아니었으나), 1743년 샴페인 하우스를 만들면서 모에 샹동 회사의 역사가 시작된다.
** 모엣이 아니고 모에이다. 불어에서는 모음 뒤에 들어가는 자음은 발음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 모에라고 하는데, 사실 또 Moet은 원래 네덜란드 사람이었기에 네덜란드어에서는 묵음이 되지 않으므로 모엣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뭐 어쨌든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끌로드 모에 아닌가.. 프랑스인이고프랑스에서 사업했고.. 회사도 프랑스에 등록된거면 불어식으로 읽어야지..
아무튼, 프랑스는 대게 어떤 아뜰리에나 문화가 시작될 때 메종 혹은 샤또 등을 참 많이 붙이는데, 보르도는 샤또, 보르고뉴는 도메인, 에페르네는 하우스(메종)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참 이런 차이도 재밌다.
에페르네 시청
끌로드 모네가 하우스를 운영하던 18세기 초중반에는 한창 베르사유 궁전에서 루이 14세의 아들, 루이 15세가 신나게 샴페인을 즐겼다고 한다. (웃긴 일이지만, 루이 14세는 1715년, 돔 페리뇽이 사망한 같은 해에 죽었다.)
아마 샴펙인이 이렇게 쌓여있지 않았을까..
궁전에서의 귀족들이니 이렇게 잔도 쌓아두고.. ㅎㅎ
샴페인 지역이 파리랑 그렇게 멀지도 않았기에 가져오기가 쉬웠고, 원래 일반적인 포도주는 일일이 신하들이 서빙을 했어야 하나, 귀족이나 왕족들 스스로가 샴페인은 직접 터트리면서 따는 재미가 있었기에, 특히나 프랑스의 많은 성에서 샴페인을 그렇게 칭송했다고 한다.
“거품이 이는 흰 포도주”라고 불리던 샴페인은 특히 루이 15세의 후작(정부)였던, 퐁 파두 흐 후작부인 Marquise de Pompadour이 파티만 하면 쌓아놓고 마셨기에, 자연스레 모에 샹동 그룹은 귀족들의 입소문 하에 빠르게 성장하게 된다.
참,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많이 들어본 돔 페리뇽도 사실 모에 샹동이 인수했다. 와 정말. 원래 자기네들은 샴페인 만드는 거 빼고 돔 페리뇽과는 관련도 없지만, 돔 페리뇽이라는 이름 자체를 상표권을 사서, 자기네들의 와인 중 최고급 와인을 돔 페리뇽으로 넘겨버렸다. 벤츠의 마이바흐, 도요타의 렉서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딩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에서처럼 현장에서 파는 돔 페리뇽들을 보면 럭셔리 그 자체이다. 와인 라벨도 뭔가 배트맨스럽고, 올블랙에 그냥 고급 고급.
사실 돔 페리뇽은 샴페인을 개발한 첫 수도사이다. 샹파뉴 지역의 Abbaye Saint-Pierre d'Hautvillers이라는 수도원의 수도사로 양조 책임자였다.
** Abbaye 가 불어로 수도원라는 뜻인데, 프랑스 여행 중 L’abbaye를 보면 구글로 검색해보면, 한국의 유명한 절들을 방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으니 꼭 방문해보길
말했듯이, 샴페인은 원래 1년 내내 날씨가 추운 곳인데, 겨울에는 당연히 훨씬 더 추웠고, 그로 인해 겨울에는 와인이 발효를 멈추었는데, 봄이 되자 그 와인이 발효가 시작되면서 터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걸 목격해서 스파클링 와인으로 연구한 사람이 바로 “돔 페리뇽” 수도사이다.
현재 수도원의 돔페리묭 무덤
돔 페리뇽은 뿐만 아니라, 와인에서 발생하는 이 스파클링 탄산가스를 보존하기 위해 코르크 마개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현대의 샴페인이 생길 수 있게 해 준 창조자 같은 존재이다. 돔 페리뇽은 1715년 사망하여 그가 사랑하던 포도밭에 잠들어있었고, 수도원이 프랑스 대혁명 다시 파괴될 때도 그의 무덤은 남아있었다.
모에 샹동 정문에 있는 돔 페리뇽 샴페인 창조주
이미 1794년 돔 페리뇽의 포도밭과 그 장소를 매입하며브랜딩 할 정도로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던 모에 가문.
이후 끌로드 모에 Claude Moet의 손자인 2세대 장 헤미 모에 Jean-Remy Moet가 샴페인 하우스 운영을 맡으며 모에 가문은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특히 나폴레옹과의 인연이 깊은데, 프랑스혁명 이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정치권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데, 1799년 나폴레옹 1세에게 샴페인을 선물하며 친분을 쌓았고, 자연스레 나폴레옹 1세는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방문하게 된다.
실제로 현장 꺄브에는 1807년 7월 26일, 나폴레옹이 틸지트 조약에 서명한 후 파리로 돌아가던 길모에 샹동 꺄브를 방문했는데, 장 헤미 모에가 그를 맞이하여 안내하였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처럼 각별한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표시하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모엣 샹동 브륏 임페리얼 Moët & Chandon Brut Impérial’이다. 1814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은 장 헤미 모에.
1814년 도뇌옹 뢰지르 훈장
모에 가문. 돔 페리뇽의 이름도 모자라, 루이 15세 귀족들 파티 아이템으로 만들더니, 나폴레옹 1세랑 우정 기념 셀렉션까지..
정말 마케팅 끝판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2세대 장 헤미 모에 Jean-Remy Moet의 딸, 아델라이드 모엣 Adélaïde Moët과 남편 삐에르 가브 히엘 샹동 Pierre Gabriel Chandon이 1816년에 결혼을 하고,
11832년에 2세대 장-헤미 모에가 유산을 그의 아들, 빅토르 모에와 그의 사위 피에르 가브리엘 샹동에게 50%씩 나눠주게 되면서, 현재의 모에&샹동 Moet & Chandon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다.
단순히 이름의 역사 같지만, 사실 18세기 프랑스 절대 왕정과 대혁명, 그리고 나폴레옹 황제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역사와 함께한 250년 전통의 가문의 역사가 있는 모에 샹동이다.
모에 샹동 그룹이 된 후에 1936년 최고급 라인 와인 돔 페리뇽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보이게 되고, 1962년 샴페인 하우스로는 최초로 주식 시작 상장까지 하게 된다.
실제로 투어 시작부터 미국 독립 기념 ,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념, 최초의 콩코드 비행 기념 등 정말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상징으로 사용됨을 알 수 있었다.
관련 영상이나 상징들을 조금 설명을 듣고 나면, 지하 꺄브로 본격 이동하면서, 어떻게 샴페인이 만들어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후에 정말 반짝반짝 거리는 테이스팅 룸으로 안내를 받아 실제로 시음을 해볼 수 있다.
생각보다 모에 샹동 자체의 역사가 너무 길어서, 샴페인 테이스팅과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