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를 듣고, 정밀초음파를 보고 난 이후 나와 짝꿍은 하늘이의 실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하늘이가 조금씩 자라고, 짝꿍의 배가 살짝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우리 사이에 생겼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받아들일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갔다. 짝꿍은 임신에 따른 후유증(입덧, 피로감, 부종 등)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언제나 웃으면서 하늘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저 하늘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순간을 상상하다보면 지금의 힘듦은 금방 잊혀지곤 했다.
그리고 나와 짝꿍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에는 우리 둘만의 이야기로 가득했던 대화였는데 이제는 그 사이에 하늘이가 들어선 것이다. 우리의 대화에서 하늘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커지더니, 어느 순간 거의 모든 대화에서 하늘이를 찾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이거 나중에 하늘이랑 같이 먹자."
"여기 하늘이랑 같이 오면 좋겠는데?"
그만큼 하늘이는 나와 짝꿍 사이로 스며들었고, 이제는 우리의 가족 구성원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하늘이와 함께하는 상상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직까지는 그 실체가 우리 옆에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상뿐이었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했고, 우리의 상상은 하늘이와의 만남을 기다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이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