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량에서 대패한 원균을 변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장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 부산 공략을 재촉한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패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심지어 도원수 권율은 출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제사인 권율을 불러 곤장까지 때렸습니다. 조선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이며, 외풍을 막아줬어야 할 권율이 이럴수가 있나요?
손자병법에는, 미군, 재갈이 물린 군대라는 말이 나옵니다. 왕이 장수를 신뢰하지 않고 현장의 상황을 모르면서 진퇴를 명령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패배한다는 뜻 입니다. 재갈이 물려진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수장될 운명이었을까요?
사기에 따르면, 훌륭한 왕은 장수를 싸움터에 보낼때 무릎을 꿇고 수레바퀴를 밀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궁궐 안의 일은 내가 처리할테니, 궁궐 밖의 일은 장군이 처리하시요" 군왕은 군왕의 일을 하고, 싸움은 유능한 현장 지휘관에게 맡기라는 말이겠지요.
잘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권력과 지위를 남용할 때, 실리 보다는 이념과 정념에 따라 일을 처리할 때, 칠천량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오늘날에도 계속 반복되는걸 보면, 과거로부터의 배운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