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해 보니 학교라는 걸 진짜 오래 다녔네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22년간이나 다녔네요. 이렇게 오래 다녔는데도 왜 이렇게 배운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제도권의 공부를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허하고 뭔가 잘못 배운 것 같고 다시 배워야 할 것 같고.
새로운 학교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습니다. ‘인생학교’ 요. 인생이라는 학교에 입학하기로 했어요.
알고 보니 제가 그 학교에 이미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59년 간 이나요. 제가 태어나자마자 인생학교에 입학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학교 다니는 것도 모르고 살았으니 학점이 영 엉망이더군요. 제도권 학교에서는 턱걸이해서라도 B학점 이상은 되었지만 이 학교 다닌 저의 성적표 보니까 F학점도 수두룩하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F학점 그렇게 여러 번 받았는데도 퇴학을 안 시켰다는 겁니다.
인생학교 학점 관리를 들여다보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학교에서의 학점 관리는 언제든 학점이 리셋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의 성적이 어떻든 언제든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려놓으면 이것이 이 사람의 인생학교 전체 성적이라는 겁니다. 기록을 지우지 않고 둔 건 단지 참고용이었습니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스스로를 분석하는 자료라고 할까요?
인생학교 성적을 살펴보니 왜 이 학점을 이때 받았는지 이해되더라고요.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중학교 한 해 늦게 들어가서 절망적이었을 때 학점이 처음으로 쑤욱 내려갔었네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자꾸 성적표가 C학점, D학점까지 내려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F학점으로 곤두박질을 쳤네요. 남편 돌아가시고는 몇 년간 F를 받았네요. 빨갛게 기록된 F학점을 보니까 마음에 시뻘건 멍이 든 것처럼 아프네요.
인생의 그 시점에 받았던 성적을 마주하면서 그때의 내 인생이 이해가 되네요. 인생학교 자퇴하지 않고 다닌 것만으로도 나에게 고맙네요.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네요. 이렇게 나와 대화 나누고 화해하는 용도로 사용하라고 인생학교의 성적은 본인이 언제든 열람을 해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 같네요.
5년간이나 F학점을 받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조금씩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네요. 그다음부터는 오랜 기간 동안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었고요. 그래도 전체 성적 그래프는 우상향이었네요.
오랫동안 치열하게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도 성적표를 보면서 알겠습니다. 꼬꾸라진 세월만큼 나에게 공을 들여야 했다는 것도 인생 성적표를 보면서 해석이 됩니다. 그때의 나에게는 또 응원의 박수가 자동적으로 쳐집니다.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 봅니다.
요즘 제 인생 성적표는 어떨까요? 와!! 최근 성적표 계속 A학점입니다. 그리고 최근 2년간의 성적표가 제일 좋습니다. 완전 올 A입니다. A+도 제법 많습니다.
성적 잘 받은 이유도 있습니다. 2년간 인생 공부 진짜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터지고 나서 사는 게 너무 예측불가라서 아예 작정하고 인생 공부하는 모임까지 만들어서 매주 공부하고 있습니다. 작정하고 공부했으니까 인생 공부 성적표도 쭈욱 올라갔던 거고요. 인생학교 인생 공부라고 주먹구구로 달려들어서 열심히 할 때 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 보니까 인생공부 성적 잘 받는 법도 저절로 터득이 되더라고요.
살짝만 팁을 공개하자면,
그래야 내가 뭘 배워야 하는지 알게 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배워지더라고요. 내가 모른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는 기회가 있어야 인생공부가 제대로 출발이 되는 거니까요. 이 깨달음이 안 와서 인생공부를 시작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론으로 배워야 하는 건 10%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이론도 만만치는 않지요. 하지만 배운 이론을 적용하는 게 90% 정도 차지하니까 얼마나 실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겠지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경험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그렇게라도 하나씩 배워내는 게 너무나 갸륵해서 인생 성적표 점수 팍 팍 주시나 봅니다.
모든 사람들이 내 인생 공부의 스승이라는 사실입니다. 내 마음에 온전히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내 인생 스승은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 스승으로부터 언제든 배울 수 있는 열린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열린 마음이 되어야 이번에는 누가 나의 스승이 되어 주는지, 배움의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고요.
특히 ‘나 자신’이 내 인생학교의 최고의 스승임을 알았습니다.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으로 보살필 때 내 인생 학교 스승 노릇을 제대로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하는 생각이 선해지고, 그 선함을 내가 용기 내어 실천하게 되고, 실천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게 되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고. 또 다른 문제가 보이면 또 선하게 결정하고 실천하고 깨닫고 나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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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선한 영향력이라고 말하데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인생학교의 스승으로 모시더라고요. 선한 영향력이 클수록 더 좋은 스승이 되더라고요.
인생학교 스승이 되는 것에는 도전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나에게 좋은(선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선한 영향을 미치는 법이니까요.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삶’이 제 인생의 목표거든요.
인생학교 앞으로 몇 년 더 다니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내 삶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니까 얼마나 명문학교인지요! 명문학교의 성적이니 인생학교에서의 성적은 자랑해도 되겠습니다. 인생학교 성적은 잘 받을 욕심내어도 욕심쟁이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존경하고 진심으로 손뼉 쳐 줄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점수 잘 받는지 배우고 싶어 할 겁니다.
아예 수석장학생 한 번 도전해 볼까요? 인생학교 학점 잘 받는 법도 잘 알았으니까요. 수석장학생보다는 열정 장학생이 더 욕심납니다. 열정적으로 인생 공부하면서 살아가면 성적은 잘 나오게 되어있으니까요. 그 열정이 모이면 수석장학생은 저절로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면 더 멋지지 않겠어요!
인생 학교 공부는 어디 한 과목 에누리도 없고 편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정당당한 공부이고 커닝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꿈도 꾸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명문학교를 60년째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자부심입니다. 더 괜찮은 명문학교로 만드는 것도 제 몫입니다. 인생학교 학생으로 평생 살아간다는 게 가장 큰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