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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삶공부 Jul 10. 2022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 의 진짜 의미?

고전에서 건지는 깨달음 하나 #20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 하면 이 말이 자동으로 입에서 튀어 나옵니다. 언제부터 들어서 귀에 익고 입에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많이 들어서 입력이 되었나 봅니다.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채찍질 같은 의미에서 부터, 

그래서 더 열심히 자신을 알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기계발서 같은 의미까지 

다양하게 해석되어 각자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면서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어떤 해석보다 훨씬 더 깊고 긍정 에너지를 전해주는 의미라는 것을요.



내가 돌아다니면서 하는 일이라곤
노소를 막론하고
여러분의 몸과 재산이 아니라,
혼의 최선의 상태에 관심을 쏟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여러분을 설득하는 것이 전부이니끼요.

                                                                  -플라톤 전집, 소크라테스의 변론, 30a-



'너 자신을 알라'가  무지하고 부족한 나를 알아야 한다는 단순한 차원의 가르침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각자 자신의 혼을 최선의 상태로 끌어올려 최선의 것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존재임을 깨우쳐 주기 위한 말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몸과 재산, 자신의 이익만 탐하는 낮은 차원의 혼의 소유자가 인간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차원의 혼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무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는 

'원래 부족한 존재였으니까' 부족함을 통렬히 깨닫고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 최선의 혼까지 끌어올려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이니까 그걸 깨닫고 드러나게 하면 되는 존재인지를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없는 것을 애써 만들자는 차원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원석을 발견하고 갈고 닦아 보석의 빛이 드러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보잘것 없는 한낱 돌멩이가 아닌, 보석을 품고 있는 돌임을 알아차린다면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는 것이지요. 엄청난 자부심, 기대, 희망을 안겨주는 말이었습니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깨닫게 하려고 신이 이 도시에 배정한 사람이 소크라테스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철학에 종사하면서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지적하는 일을 하는 건 신의 명령이고 신에게 복종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혼이 최선의 상태가 되도록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선이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캐묻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덩치 크고 혈통 좋지만 굼뜬 말에게 등에가 배정되듯 사람들에게 등에 역할을 하라고 신께서 이 도시에 배정했으니 어디서나 온종일 내려앉아 사람들을 일일이 일깨우고 설득하고 꾸짖는 역할을 하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사명이라고 말합니다. 혈통 좋지만 굼뜬 말에게 등에가 앉아 명마의 혈통을 보존하듯 최고혼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가능성의 인간에게는 소크라테스가 등에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최고혼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깨닫게 해 주려고 온 마음으로 신이 부여해 준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소크라테스라는 등에 덕분에 자신이 최선의 혼의 상태로 만들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임을 자각하기 시작하면 지금 상태의 무지로는 최선의 혼의 상태로 살아낼 수 없음을 통곡하며 받아들이겠지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쉬운 방법은~~ 
최대한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플라톤전집, 소크라테스의 변론, 39a-                                        



최대한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을까요?

최고혼의 상태가 되도록 자신을 연마하는 과정이니까요. 이미 원석인 자신을 보석의 빛으로 드러나게 하는 과정이니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있는 것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가는 여정이니 가장 쉽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보물찾기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보물을 찾게 될 테니까요. 보석이 저절로 눈에 띄게 될 테니까요.        


여러분이 들었던 
그런 주제들에 관해 날마나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최고선이며, 
캐묻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까지 말한다면,
여러분은 내 말을 더더욱 믿지 않을 것입니다.
                   -플라톤전집, 소크라테스의 변론, 38a-               



아예 대놓고 혼의 최선의 상태에 관심을 쏟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철학적인 주제로 날마다 대화를 나누고, 끊임없이 캐물어야 혼이 최선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떤 가능성의 존재인지도 모르고 살 수 밖에 없으니(무지의 상태이니) 살 가지가 없다고까지 말해줍니다. 혼이 최선의 상태로 나아가도록 질문하고 토론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 최고선을 체험하는 지점이며 진정 가치있는 삶이라고 말해줍니다.





여러분도 자신감을 갖고 죽음을 맞아야 하며, 
착한 사람에게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날 수 없으며, 
신들께서는 착한 사람의 일에 무관심하지 않는다는
한 가지 진리만은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플라톤전집, 소크라테스의 변론, 41d-       



이렇게 온 정성 다해 혼의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도록 산 사람이라야 죽음도 자신감있게 맞이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죽어서도 혼은 좋은 곳으로 안내되어 좋은 사람들과 영생한다는 좋교적인 관점의 해석이 아니어도 살아서 착하게 살면, 살아서는 자신은 물론 주변을 선한 빛으로 물들이는 사람일 것입니다. 삶의 과정에 온 정성을 다해 살았다면 결과론 같은 죽음마저도 안심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까지 된다는 뜻일까요! 



소크라테스는 착하게 사는 사람은 신이 어떤 식으로든 돕는다고 말합니다. 

착한 사람에게 무관심하지 않는 신이라고 말해줍니다. 혼의 최고상태로 끌어올려 선함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이어야 신이 돕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진리라고까지 말해줍니다. '어떤 경우에도 누구에게든 적용되는, 변하지 않는 법칙' 이라는 뜻인 거지요?



신 앞에서는 결코 어떤 속임수도 통하지 않는다는 철저함, 완벽해야 한다는 무게로 받아들일 말이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혼을 닦아가고 선함을 실천하는 과정에 신이 항상 함께 하겠다는 든든함, 의지할 곳, 도움받을 대상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말이라고 해석해 봅니다.







자신이 가능성의 존재로 규정하느냐 부족함의 존재로 규정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결핍을 채우는 일은 부족한 자신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합니다. 힘이 생길리가 없습니다.

"그 봐, 어차피 그것밖에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잖아." 

내 말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일도, 내가 떨어뜨린 돌맹이에 내 발등을 찍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만두었다고 남을 탓하기도 할 것입니다. 

진짜 부족한 무지 상태로 평생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니야. 넌 이미 원석이야. 그걸 발견해가는 과정에 있어. 원석이 흙에 묻혀 있다고 보석이 아닌 것이 아니잖아. 끝까지 찾아내서 갈고 닦으면 영롱하게 빛날텐데."

이런 가능성의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신이 맡긴 사명이라고 했습니다.

신의 명령,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했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신에 대한 이런 봉사를 다하다가 죽음까지 기꺼이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앞두고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자 했던 한 가지 진리,

이미 무한 가능성의 존재이니

최고의 혼의 상태가 되도록 관심을 기울이며 

착하게 살아라는 이 말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깊이 새겨 곱씹고 끊임없이 캐물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은 나의 이 부족한 해석을 마음에 들어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빙그레 웃고 계신 것 같기는 합니다.

자꾸 캐묻고 대화 나누면서 살다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이해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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