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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가치 Nov 26. 2024

불평이 많았다.


뭔가 불만스러웠다.


매년 학교에서 학급이 바뀐다. 5년이 되면 무조건 학교를 옮겨야 한다. 한 학교에는 5년만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10년을 있으면 지역도 옮겨야 한다.




새 학교로 가면 새 불평거리가 생긴다.


관리자가 마음에 안 든다. 동료 교사가 마음에 안 든다. 학생이 마음에 안 든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




나한테는 엉성한 잣대, 아니 잣대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나만 이상한가?라고 생각했다.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알기 전이다. 표준어만 구사하는 당신을 위해 설명하겠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한없이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사람 이야기다.



불평은
남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나온다.

고명환, <고전이 답했다>


누군가에 대한 불평은 그 사람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는 학교는 작다. 큰 학교에서는 하지 않는 행사가 많다.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 이 동네 아이들로는 학교가 없어질 위기다. 체험 학습도 공짜, 스케이트 체험도 공짜, 수학여행도 공짜다. 방과 후도 공짜다. 수익자 부담(교육 활동비를 학부모가 부담)이라는 용어가 없다. 학교에서 다 해준다.


수업을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진도를 나가야 하는데 자꾸 밖으로 다니는 게 싫었다. 불평을 했다. 


그런데 그게 학생들 탓일까? 학부모 탓일까? 담당자 탓일까? 관리자 탓일까? 아니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실망감이 다른 사람에 대한 불평, 불만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내 잘못이다. 


다른 사람에게 사과하기 전에 우선 내게 사과를 한다. 내 불평, 불만을 듣느라 나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불평, 불만을 듣느라 친한 선생님은 얼마나 참으셨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바뀌었다. 글을 쓰면서 내 그림자를 봤다. 하루아침에 짠하고 새사람이 되진 않았다. 오늘과 3월 24일 나와 많이 다르다. 불평하지 않는다. 불만을 갖지 않는다. 잘못된 부분은 지적한다. 고칠 수 있으면 함께 힘을 합친다.


이제 한 사람 몫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하고, 나에게도 너그럽다. 불평하지 않고, 만족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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