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친구가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많이 아팠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폐렴도 걸리고 기관지염도 걸렸다.
천식도 있었고, 감기는 매일 달고 살았다.
기침을 하루 종일 했는데, 기침을 하다가 폐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겠다고 생각했다.
폐 색깔은 어땠을지 궁금해하는 철없는 아이였다.
공부를 잘하는 누나와 남동생 사이에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몸도 약하니 다른 남학생들처럼 운동장에서 놀지 못했다. 그래서 항상 교실에 앉아 있었다.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지 궁금했지만, 먼저 말을 걸 용기는 없었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컬트에 심취했다. 심령 현상, 초능력, 불가사의를 좋아했다. 각종 오컬트 관련 책을 읽으면서 즐거워했다.
현실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니, 상상 속 세계에 빠져들었다.
말을 걸어주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불안했다.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미움받지 않을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비웃을지도 몰라"라고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 했다.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 돼도, 대학생이 돼도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본심과 다르게 나는 잘 들어주는 친구였다. 내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림자가 옅었다.
내가 오늘 죽어도 내일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변화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두려웠다.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다른 사람 눈치 보고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았을까?
고명환, <고전이 답했다>
그러게. 뭐가 그렇게 무서웠을까? 왜 그렇게 다른 사람 눈치를 봤을까?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았을까?
지금은 대답할 수 있다. 두려웠다.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좋아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 어렸다.
가끔 두려움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헛소리다.
두려움을 인정하라고 한다. 틀렸다.
두려움은 친구가 아니다. 외부 자극에 대한 부풀려진 반응이다. 두려움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두려움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나는 두려움을 내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는다.
두려움은 친구가 아니다. 두려움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하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할 이야기는 한다.
자신에게 솔직하자. 언제까지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 수 없다.
난 친구가 없다. 하지만, 친한 사람은 있다.
남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면, 할 말은 하자. 사람들은 솔직함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