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실패할 거예요. 그럼에도 해보는 겁니다.
초등학생 때, 같이 수학 학원을 다니던 친구와 매일 치는 수학 시험을 비롯해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날을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해서 저에게 경쟁을 부추기는 환경은 전혀 없었음에도 그냥 그 친구와 경쟁하는 것 자체가 게임처럼 느껴졌었습니다. 마치 소년 만화에서 주인공이 갖고 있는 라이벌 의식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사려 깊은 선생님은 누가 더 결과가 좋던 상관없이, 똑같이 따뜻하게 칭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그 경쟁으로 인해 속상함이 잦아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제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큰 만큼, 원하는 결과를 못 이뤘을 때의 실망감이 커진다는 것이었죠. 물론 어릴 때라 이렇게 풀어서 생각은 못하고 아마 막연히 감정적으로만 느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크다.’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상처받기를 피하는 자기 방어 기제를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그걸 느낀 다음부터 서서히 경쟁을 피하게 되어 그 친구도 흥미를 잃게 된 것은 조금 미안한 일이었습니다만... )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기대를 줄이는 소극적인 방식을 택했지만, 이 가치관은 저를 다소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스스로도 정말 멋진 결과를 기대하는 일임에도, 그 반대의 결과로 인해 거대한 실망을 겪을 상황을 대비해 마음에 푹신한 쿠션을 깔아놓은 것이죠. 가끔 삶을 돌아보면 꽤나 아쉬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좀 더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았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항상 결론은 저는 지금, 여기를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의 저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가치관과 삶을 돌아보았을 때, 아래 아티클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특히 울림이 컸습니다. 해당 아티클은 '돈의 심리학'을 쓴 작가 Morgan Housel의 글, Low Expectations에서 작가가 일론 머스크와 찰리 멍거가 나누었었던 대화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번역했습니다. 찰리 멍거는 테슬라가 실패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는 머스크도 동의했다고 하죠. 머스크는 Space X와 같이 생각의 틀을 깨는 일들을 해왔음에도 항상 ‘아마 처음은 안 될거에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해요. 이미 본인도 한 번에 성공하지 않을 것은 가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해내죠.
작가는 이 일화를 통해 찰리 멍거와 일론 머스크 모두 ‘낮은 기대치를 갖는 능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저는 이 시각이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가진 가치관을 저만의 모토가 아니라, ‘능력’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어서, 핵심은 ‘기대치를 낮추고 실패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이를 만회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확실히 그동안 저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 쉽사리 이뤄지지 않아도, 단박에 포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것을 능력이라 자각한 이상, 이 능력을 활용하여 좀 더 원하는 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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