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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 Oct 05. 2021

그래도 아예 극복이 안 되는건  아닙디다



연구하고 조사해서 불안공포와 성공적으로

이별할 수 있었던 상황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행공포증


 주변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나 있는 것으로 안다. 가볍게는 커피를 쟁반에 아슬아슬하게 가지고 가면서 바닥에 흘리면 어떻게 될까, 등의 상상이 동반된 걱정 혹은 육교를 건널  마치 무너질  같아서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건너는 습관 등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정보로는 뇌가 그렇게 될까봐 미리 걱정하는 것이 그런 상상으로 이어지고  상상 자체가 경고하는 차원에서 과하게 상상된다던데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이러한 일상  불안감  비행기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흔했다.

 나는 의외로 비행기를 좋아한다. 비행기도 좋아하고 공항도 좋아하며 기내식도 좋아하며, 면세점은 더더욱 가장 좋아한다. (면세점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주 처음부터 편안하게 비행기를   아니었었다. 이륙할  호흡도 가빠지고 다른 사람들처럼  번쯤은 추락에 대한 상상도  구체적으로 했다.  좌석 주머니에 비치된 너덜한 안내문도  번씩  다시 읽고 판판한 구명조끼의 노란 호스를 가볍게 입으로 부는 스튜어디스의 기내안내 모습도 매번  집중한다.




 비행기가 지상에 추락할 경우와 바다에 추락할 경우. 각각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산소마스크는 어떻게 쓸 것이며 기내 안전요원의 지시를 어떻게 따를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러 번 반복해서 시뮬레이션 했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 비행기를 아주 편하게 탑승하는데 까지는 어릴때의 반복학습이 큰 기여를 했다. 부모님께서는 나를 비행기에 태우고 자주 다니셨다. 그리고 여행도 꽤 다녔다. 그래서인지 비행기에 타면 예쁘고 친절한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맛있는 알사탕도 주고 가끔씩 선물도 줬다. 그리고 잠깐 기다리면 쥬스도 막 마음껏 받아서 마셨던 긍정적인 기억 때문에 지금은 비행기와 꽤 친숙하다.






 










  여전히 비행기를    최악의 상상을 하지만 적어도  혼자 죽는  아니고 모두가 다함께 한꺼번에 죽는(?) 거라 덤덤할  있었다. 내가 이번 죽음에 대해서 손을   있는  어차피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상한 해방감도 함께였다. 비행기에  모든 사람들의 어제까지의 치열한 삶의 시간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순간 사라지는 불운한 사고로 말끔하게 포장이 가능했다. 마치 지구의 멸망과도 같은 미래의 막연한 공포감만이 잠깐 스쳐지나갈 뿐이다.  정도의 공포는 지극히 정상이기도 하다.



  한편 어느정도 신체반응이 소거된 이후에는  스스로 비행기의 상승과 하강 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사실상 다른 지상의 운수사고보다 발생률이 현저히 적다고 알려져 있다. 기체의 이상  활주로나 비행경로에 다른 물체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이상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낮다. 그리고 작은 비행기보다 오히려  비행기가 비행  훨씬 안정적이며 양력도 그만큼 세게 발생하기 때문에 기류변화에도  영향받을  있다는 것을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니 장기 비행일수록 더욱 더 안전하다는 말이 된다.  결과 기내에서의 여행 과정부터 즐기기 시작했고  이상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천둥번개

 한편 비행기보다 훨씬 막강한 신체반응을 이끌어냈던 천둥과 번개에 대한 공황발작도 현재는 거의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극심한 공포를 느꼈던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이상 되었으니 나 스스로도 굉장히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한 2년 전부터는 천둥번개를 직접 창 밖으로 구경하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리만치 몸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그저





“정말 소리가 크다”
 “저렇게 강렬한 에너지가 생기다니 자연은 
신비롭다


 




뭐 이런 보편적인 반응만 뇌에서 이끌어진다.




 사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졌다고 하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나의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던 노력이 있었다. 전자와 후자 모두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했다. 그나마 전자는 여행이라는 능동적인 행위에 따라 노출되는 빈도수를 노력에 의해 증가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것 부터도 비행행위에 대해 둔감해지기 위해 했던 무의식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불안장애를 학술적으로 인지한 그 순간부터 이 정체를 알기 위해 부던히 공부했었다. 또한 그 발작반응이 생겼을 때 현 세대주(전남친)이 있었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었던 것도 컸다.




 먼저  반응  가장  것은 막연한 ‘죽음에의 공포와 그와 동반하는 신체반응이었다. 나의 생각과 노력여하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불가항력적인 반응은 더욱  내가  스스로 조절할  없다는 무력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위험한 것이 아니라고 되뇌이고 입력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마치 사방이 불투명한 유리로 막힌 좁은 방에 갇힌  처럼  위로는  스스로에게는 위로의 목소리가 절대로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신뢰하는 타인의 목소리, 그러니까 전남친이 계속 옆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다독여주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안전한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했고 그곳이 안전한 근거를 뇌에게 온전히 제공하여 변연계 대신 전두엽이 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신체반응은 잦아들기 마련이었다.  틈을 노려 그때부터 더욱 맹렬하게 나와  전남친은  이성을 두드려 깨웠다. 당시 공돌이었던 전남친이 나를 설득한 내용은 이러했다.





1. 지구와 우주에는 수많은 전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전하라고 칭한다.

2. 전하에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있는데 늘 저기압, 고기압처럼 평형을 이루려고 부던히 노력한다.(이에 대한 근거로는 바람과 태풍이 있다)

3. 하늘에 구름이 너무 많거나 기압이 불안정하면 구름 내에서의 평형이 깨지게 된다.

4. 그러므로 평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시간에 많은 음전하가 대지로 내려와야 하는데

5. 이때 천둥번개라는 에너지가 큰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6. 에너지가 한꺼번에 워낙 많이 이동해서 큰 소리와 빛이 발생한다.

7.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위험하지 않으며,

8. 현재 내가 있는 위치에서 가까이에 지나가고 있더라도 피뢰침 등 많은 안전장치가 있으므로

9.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위 내용을 지속적으로 입력하고 교육받고 난 후 어느새부턴가 나를 집어 삼킬듯한 소리가 운반책(엘리베이터)로 들리기 시작했고 뒤이어 신체반응이 나타나도 이를 이성으로 설득해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사실 일정시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신체반응은 소거되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천둥번개의 무지막지한 소리를 알고 내 뇌와 몸을 설득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과정을 좇다보니 원시시대의 인간들이 천재지변과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해 대처하는 모습과 상당부분 비슷했다. 원리와 원인을 모르니 그것을 내가 모르는 막강하고 신비로운 어떤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두려워하지는 않았을까?





 정리하자면, 근거 없는 공포반응을 이끌어내는 특정 공포증을 상당부분 호전시킬 수 있었던 것에는 크게 다섯가지 조건이 있었다.




1.조력자

2.실시간으로 도움받기

3.반복적 도움

4.EBP(Evidence Based Practice)

5. 본인의 노력





조력자가 공포반응을 이끌어내는 상황에 옆에서 실시간으로 지속적인 이론과 근거를 대며

 이성과 전두엽 설득시켰다. 이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크게 작용했고 나중에 조력자가 없어도  스스로 나를 설득시키는데  버팀목이 되었다.





따라서

 이후로 나의 다른 공포들도 이러한 방법으로 서서히 극복될  있을  같아서 살짝 짜릿하기까지 했다.
























이미지출처:

1. https://www.wallpaperbetter.com/nature-and-landscape-wallpaper/nature-storm-clouds-girl-grass-lightning-187862

2. https://urlife.tistory.com/entry/%EC%8A%B9%EB%AC%B4%EC%9B%90%EC%9D%B4-%EC%8B%9C%ED%82%A4%EB%8A%94%EB%8C%80%EB%A1%9C-%ED%95%98%EC%A7%80-%EC%95%8A%EC%9C%BC%EB%A9%B4-%EB%8F%84%EB%A6%AC%EC%96%B4-%EC%82%AC%EB%A7%9D%EC%A1%B0%EB%81%BC%EA%B0%80-%EB%90%9C%EB%8B%A4%EB%8A%94-%EA%B5%AC%EB%AA%85%EC%A1%B0%EB%81%BC

3. https://blog.daum.net/skyfalcon/81

4. https://wonderfulmind.co.kr/dysexecutive-syndrome-when-the-frontal-lobe-fails/

5.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01/20140701003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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