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 그제와 같은 오늘.
달라진 것 없이 반복되는 오늘을 무력감을 뒤집어쓴 채 시작한다.
정해진 레일 위를 달리듯 같은 하루를 보낸다.
만족스러운 삶이라 같은 날을 반복하는 게 아니다. 그저 갈 길을 찾지 못해 또 같은 길을 달린다. 마음은 이미 차창 밖 풍경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차창 밖의 풍경이다. 화면 너머 TV쇼를 보듯 이질적인 현실이다.
사실 이 레일은 바닥에 그려진 그림이다. 벗어나려면 언제든 다른 길로 갈 수 있지만 눈앞의 선을 따라간다. 마음에도 없는 이 길이 가장 익숙한 길이기에. 이 없는 마음조차도 익숙한 공허이기에 받아들인다.
길은 직선이다. 매일 동그랗게 같은 길을 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길을 나아가고 있다.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길. 결국 끝이 있는 길.
저 멀리 지평선은 이 길이 끝나는 절벽일지 모른다. 아니면 더 멀리 이어진 진짜 지평선이거나. 결국 끝까지 가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막연함이 마음을 흔든다.
아주 조금만 길에서 벗어나면 될 일인데.
나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 그제와 같은, 지금까지와 같은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