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세로 웅크리는 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허나 낮은 자세는 너무 달콤하다. 위태롭게 선 자세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튀어 오르기 위한 준비자세는 어느새 안락한 휴식자세로 변모한다.
근육에 긴장이 풀린다. 생각도 느슨해진다. 옆에서 불이라도 나지 않는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고 싶다. 굳이 뛸 필요 있나? 지금도 충분히 편안한데. 익숙함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게 참 어렵다. 단단한 외벽보다 한없이 물러진 생각을 깨는 게 더 어렵단 말이다. 까짓것 몸뚱이 하나 움직이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넘어지지 않으려면 서있어야지 별 수 있나 뭐. 그래서 헬스장도 운동하는 것보다 거기까지 가는 게 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어렵다. 어려워.
이렇게 다 알면서도 그 생각을 깨고 움직이는 게 참 어렵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