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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 Jun 09. 2021

한국에서 이주여성 노동권 보이나요?(2편)

다문화가족과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25번째소란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통번역사 #이중언어코치 #다문화가정 #임금차별 #직장내괴롭힘


‘한국인 다 된 기특한 며느리’, 폭행과 학대에 의한 죽음 소식.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다루는 흔한 방식이다. 이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하고 평면적이지만, 이주민이자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결혼이주여성들을 향한 차별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다. 


‘이주여성들의 노동’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은 쉽게 비극적인 ‘순간’으로 치환되어 소비된다. 많은 이주여성들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노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쉽게 잊혀진다. 그들이 차별적 구조 안에서 노동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구조를 바꾸어내기 위해 목소리 내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렇다. 


#25번째소란#26번째소란 에서는 말과 글을 통해 이주민들의 국내 정착과 생활을 돕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다. #26번째소란은 몽골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이자 이중언어코치인 최수연(가명) 님과의 대화이다. 이주여성노동자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들을 경험한 당사자이자, 이러한 부조리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조합 조합원이기도 한 그가 일터에서 어떠한 차별을 겪어 왔으며, 어떻게 싸워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몽골에서 온 결혼이민자입니다.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계신 통번역사 및 이중언어코치 선생님들 중에 센터 이용자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고 봉사활동 열심히 하시다가 근무하게 되는 케이스가 많아요. 저는 그 결혼이민자들 중 하나이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센터에서 다양한 봉사활동도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직원으로 채용되어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 '이중언어코치'라는 직업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희 센터에는 열 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계세요. 이주민으로는 통번역사 선생님과 이중언어코치인 저, 이렇게 2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이중언어코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내에 배치되어 이중언어 가족환경조성사업 업무를 수행해요.  결혼이민자 및 한국인 배우자 대상으로 이중언어 사용의 중요성 및 필요성 인식개선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는 이중언어 부모코칭, 가정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신체활동 등 이중언어를 사용하여 놀이활동 교육 중점적으로 하는 부모-자녀 상호작용 프로그램, 각국의 이주부모들을 주체로 이중언어 사용 지지를 위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등을 공유하는 이중언어 활용 프로그램, 가족코칭 이렇게 4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대상자 모집, 초기면담 및 사전-사후검사 진행, 강의자료 제작 및 강의실 셋팅 등 교육준비, 교육 진행, 강의실 정리 및 청소, 결과보고 등 모든 일을 혼자서 하죠.


이중언어코치가 되려면 여러 가지 자격이 필요해요. 첫 번째로 결혼이민자여야 해요. 두 번째로는 한국거주기간이 2년 이상 되어야 하고요, 세 번째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을 취득해야 해요. 네 번째로 대졸 이상의 학력이 필요해요. 4개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만 서류 지원이 가능하며, 서류 합격자는 2차로 면접을 봐요. 자격 기준도 까다롭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들을 하지만 작년 연말까지는 야근수당이나 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했고, 경력에 따라 임금 받은 적도 없고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어요.


- 저희가 앞서 베트남 출신 통번역사 선생님을 만나뵙고 말씀을 들었어요. 이주민들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야 할 다문화센터가 오히려 이주민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는데, 많은 센터들이 그러고 있는 것 같네요. 


“제가 그 동안 다문화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 어떤 인권침해를 당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하면 저희 센터에서 금방 알아차릴 정도라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대략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이중언어 가족환경조사사업을 비롯해 국가에서 필수로 운영하는 사업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업비가 별로 없다 보니까 이 사업을 운영하고 진행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여성가족부나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님과 직원들조차 이 사업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문화가족과 관련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 그 기관에서 근무하고 계신 직원들이 적어도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족,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며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했으면 좋겠어요. 현재까지는 그냥 보여주기식 사업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아쉬워요.


센터 중간관리자들한테 ‘사업 하나밖에 없는데 뭐가 힘드냐.’, ‘수업자료 매번 새로 만들지 말고 예전 하던 대로 하면 되잖아.’, ‘여기서 일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월급 많이 주고 여러 가지 수당 주는 센터 가서 일하면 되잖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일했어요. 왜 충분한 사업비가 필요한지, 왜 수업자료를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해도 말이 안 통하고 바뀌는 게 없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전국의 통번역사 선생님들, 이중언어코치 선생님들 중에 힘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직장동료, 중간관리자, 센터장님으로부터 차별과 인권 침해를 당하고 계신 결혼이민자 노동자들이 정말 많이 계세요. 다문화가족과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조직 안에서 일하는 결혼이민자들을 차별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근무하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지난 번 인터뷰에서, 같은 일을 하거나, 더 많은 일을 하는 경우에도 선주민 선생님들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게 당연한 분위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들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시다고요.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이주여성들도 선주민들과 동일하게 4대보험을 매월 월급에서 꼬박꼬박 내면서 일해요. 하지만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급모유수유시간 육아휴직 등 법으로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사용하겠다고 요구하면 센터장님이나 중간관리자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요. 특히 다문화센터 내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하면 찍혀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또 결혼이민자가 대학교, 대학원 졸업 후 석사, 박사 되고 능력이 좋아지는 걸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것 같다고 느껴요. 결혼이민자들을 옆에서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정말 부당한 직장 내 괴롭힘들이네요.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근무시간이 아닌 개인시간에 대해서도 간섭이 심해요. 퇴근하고 나서는 제 개인 시간이잖아요. 누구 만나서 어떤 행사에 참석하고 어떤 강의를 하든 그 분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 거기까지 참견을 하시더라고요. 예전에는 연차도 제가 사용하고 싶은 시기에 마음대로 못 쓰게 했어요. 이주여성들 같은 경우는 아이들 방학 때 아이들과 함께 모국에 가기도 해요. 중요한 행사도 없고, 업무에 지장이 없는 상황인데도 연차 사용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중간관리자 선생님이 ‘센터장님이 연속 5일 연차를 어렵게 허락해 주셨으니까, 다녀오고 나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려’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센터 다른 직원이 2주간 휴가를 다녀올 때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 업무 외적으로도 이주여성노동자라는 이유로 겪은 차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1년에 두 번 학부모 대상으로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해요.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있는데 왜 엄마만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상담을 받으면서 제가 결혼이민자라서 함부로 말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었어요. 또는 ‘한국에서는 왜 여자만 아이도 키우고 집안일도 해야 하지? 나도 회사 다니는데…’ 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결혼이민자들에게는 한국말이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말 할 때 특히나 글 쓸 때 어려움이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십년 넘게 살았는데,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처럼 이민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곳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독학으로 공부해서 문법이 좀 약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시로 받아오는 가정통신문도 많고, 3월 초에는 작성해야 할 서식들도 많아요. 그런 걸 저 혼자 확인하고 작성하고 아이들을 챙겨야 해서 너무나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어요. 도대체 왜 아빠는 안 하지?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만약에 제가 한국어를 전혀 못 했으면 우리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지 상상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올해 큰 아이 담임 선생님한테 상담을 받으면서, 학교 선생님들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교육부에서 학교나 유치원, 보건복지부에서 어린이집 선생님들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다문화가족들이 많은 혜택을 받는 줄 알고 계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다문화가족으로서 차별과 인권침해를 많이 받았지 혜택은 거의 받은 적 없어요.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심지어 다문화센터는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사업을 하고,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잖아요. 그런 센터 안에서 근무하고 계신 결혼이민자 근로자들이 센터장이나 중간관리자들로부터, 심지어 직장동료들부터 차별과 인권 침해 당하는 일이 너무나 많아 가슴이 아파요.”


-이런 인권침해와 차별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라는 단체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노조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가입까지 하게 됐어요.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먼저 한국에 온 선배니까,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말 끝없는 싸움이에요. 저는 홀몸이었으면 제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웠을 거예요. 그런데 저에게는 아이들이 있어서 이러다가 제가 쓰러지고 잘못되면 우리 아이들은 어떡하나, 이런 저런 걱정이 되어 정말 조심스러워요. 그리고 센터장님들 네트워킹도 있고 중간관리자들 네트워킹도 있어서 센터 직원 채용할 때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는데 부패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결심하신 건, 아무래도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시나요?


“저를 비롯한 이중언어코치 선생님들은, 본인이 담당하는 사업 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역할을 다 해요. 어떨 때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되고, 어떨 때는 대사관 직원이 되고, 어떨 때는 통번역사 일도 하고 되게 많은 역할을 해요. 저는 한국사회에서 결혼이민자로서 살면서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직접 겪어 봤으니, 결혼이민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바쁘고 힘들어도 많은 일을 해냈을 때, 결혼이민자들께서 ‘선생님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많은 도움 되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해주실 때 정말 힘이 나요. 여태껏 차별과 인권 침해로 인해 힘든 일 많이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일을 그만두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예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으시다면요? 


“결혼이민자들 중에 정말 능력있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 분들이 다문화센터에서 센터장, 국장, 팀장 등 일을 맡아서 했으면 좋겠어요. 여성가족부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도 이민자분들이 많이 들어가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저도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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