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숱한 장점들이 있다. 타고난 ENFP 성향에 비교적 단순하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뛰어난 순발력과 사람에 대한 타고난 친화력 덕분에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고 도전정신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치명적인 약점 또한 무수히 가지고 있다. 어떤 일에 집중하여 근성을 가지고 끈기 있게 끝까지 밀어붙여서 결과를 도출하는 힘이 극도로 약하다. 한 가지 일에 싫증도 잘 내고 체력과 지구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비단 나의 이야기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가령 가장 완벽해 보이고 흠이 없어 보일 것만 같은 사람들 조차 강점과 약점이 공존하기 마련이지만 내가 어느 쪽에 집중해서 그것을 키우고 계발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생산성, 즉 삶을 통해 생산해낼 수 있는 결과와 영향력은 천차만별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 성공의 한 끝 차이 인지도 모른다.
당신의 도드라진 약점은 최고의 반전의 씨앗이다.
단 그것을 나에게 유리하게 반전시키기만 한다면 -
최근의 나는 나의 약점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며 한 순간 내 머릿속 미래가 잿빛이 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고, 나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되고, 이런 적이 있었고, 저런 적이 있었고... 하며 끊임없이 나의 약점에만 집착하며 몰두되어 있었다. 과연 내가 이 타고난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질문에 도무지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모두가 나의 약점만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고 그래서 나를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실은, 내가 나의 약점을 파고들며 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니, 타인의 신뢰를 얻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안갯속을 헤매던 며칠을 보내던 끝에 어제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큰 깨닫음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도드라진 약점'을 역이용하면 도리어 나의 최고의 무기이자 강점이 된다는 사실이다.
가령 나는 체력이 약하고 끈기가 부족해 - 하며 그 약점이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달성할 수 없을 것만 같다면 그것을 한번 뒤집어 보는 것이다. 그 말은, 다른 점은 부족한 것이 없고 오로지 그 약점 한 가지만 해결하면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니 이 얼마나 해볼 만한 게임인가! 이런 도드라진 약점 때문에 성공할 수 없어- 에서 이렇게 도드라진 약점만 해결하면 되니 얼마나 명쾌한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 때 문제를 일단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정답을 도출하는 데에 있어서 8할을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문제 자체를 독해하지 못하면 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진짜 문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문제인 것이지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면 그 문제는 심플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저 정면 돌파해서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약점이라는 것의 실체, 까놓고 드러나보니 별 것도 아닌 것을.
도드라진 만큼 도드라지게 해결해 줄 테다.
나의 무수한 혹은 치명적인 약점들이 나의 발목을 잡는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그토록 뚜렷이 드러난 나의 약점의 실체들을 어떻게 다루고 해결할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약하면 내가 꾸준히 할 수 있고 상황과 여건에 맞는 운동을 골라해 나가면 되는 것이고, 어떤 일에 대한 일관성과 지속성이 약하다면 비록 리듬감을 가지고 일정하게 몰두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페이스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과하게 뻔뻔할 필요가 있다. 저 사람은 저것을 잘할 수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저 사람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르게 태어났기에 이 명제는 언제나 통한다. 그러니 비교하지 않고 오직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에만 집중하며 멘털 게임에서 먼저 승리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진정 성공하는 사람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에서 실패로 옮겨다닌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나는 멈춰있고 끊겨 있는 느낌이 들더라도 거시적 관점에서 나는 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다시 시작하면 되고, 내가 벌인 일을 수습하면 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그토록 답이 없고 미워 보였던 약점들이 순식간에 성취의 단서들로 변하고, 가능성이 미약해 보였던 나라는 사람이 순식간에 이 몇 가지만 해결하면 한계 없이 무한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변했다. 나라는 사람과 약점과 성향과 성품은 그대로였지만, 한 순간의 사고방식의 변화가 낳은 기적 같은 관점의 전환이었다.
결국, 정답은 내가 나에게 잘 보이는 것이다
타인에게 말고 나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자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쩜 오늘은 부끄러운 이야기 특집인가?) 오랫동안 우리 집 안방 화장실은 방치되었었다. 손님들이 자주 오고 아이들이 목욕하는 거실 화장실은 어쩔 수 없이 청소하는 시늉이라도 내었는데 내 옷장과 연결된 안방 화장실은 다른 사람들도 사용하지 않고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손 대기도 귀찮았다. 내 옷장도 서서히 옷더미로 쌓여가고 나는 '남에게 피해 주는 거 아니니까 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몇 달째 그 옷장을 방치해두었다. 내가 필요한 옷만 꺼내 입고 빨래를 해서 개켜둔 옷은 한쪽에 쌓아두고 하면서 말이다. 바쁘다는 것은 다 핑계였다. 시간이 있을 때조차 점점 그곳을 손대기가 점점 부담스러웠고 화장실 청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남편의 한 마디를 촉진제 삼아 미루고 미루던 화장실 청소와 옷장 청소를 해치워 버렸다. (불과 몇 주 전의 일이다.)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귀찮았던 일이었는데, 안 입던 옷을 싹 정리하고 깨끗하고 깔끔해진 옷장을 보니 손님을 데려와도 나 스스로가 떳떳하고 당당해진다. 마음 한편에 있던 불안의 짐덩이가 사라졌다고나 할까. 비록 나 혼자만 사용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갈 때에도 뽀송한 바닥을 보니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에 대해 자신감이 솟구친다. 그래, 넌 이렇게 정돈되고 깔끔한 사람이지. 하고 힘겹게 청소된 바닥이 내게 말을 건넨다.
이 브런치도 꾸준히 글을 실어봐야지, 그래서 언젠가 내 글에 날개를 달아 세상에 띄어봐야지, 하고 다짐을 하고는 왜 이리 꾸준하기가 힘이 들던지. 그러나 그런 나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이 페이지를 열고 나의 생각을 활자에 담아내려 간다. 조각조각의 활자들이 나에게 외친다. 너는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너는 할 수 있는 사람이고 해내는 사람이고 결국 해낼 사람이라고. 말이다. 자꾸만 나의 인생에 무임승차하려고 시시 탐탐 기회를 노리는 악동 같은 약점의 무리들을, 날카로운 유리조각처럼 쓰라렸던 무수한 실패의 조각들을 뒤로한 채 결국 나는 한번 더 나에게 따스한 믿음과 신뢰를 건네보기로 한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할 '나'라는 지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공간과 목표를 정돈해야 하고, 목표한 바가 있으면 실행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시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그렇게 내가 나에게 당당하고 떳떳한 하루하루가 모여 나라는 개인의 신뢰와 자존감이 형성될 것이다. 결코 단숨에 드러나진 않지만 보이지 않게 뿌리내린 세월과 내공이 본디 훨씬 더 무서운 법이다 - 세월을 쌓아 나에게 신뢰를 주자. 내가 나를 감동시키고 내가 나를 신뢰하게 만들고, 그렇게 내가 나의 확실한 지지자와 아군이 된다면, 장담컨대 당신은 그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