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서도 그런 때가 있어요. 중요했던 사람이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아니 예측할 수 있었던 죽음일지라도 우리 곁을 떠나게 되면, 우리는 슬퍼집니다. 그 사람의 빈자리가 우리 가슴에 그대로 느껴지지요. 가족이었던 반려동물의 죽음도 그렇습니다.
사별 슬픔은 여러 가지(감정, 신체적 감각, 인지, 행동)로 표현됩니다.
슬픔, 분노, 죄의식과 자기 비난, 불안, 외로움, 무기력, 충격, 그리움, 해방감, 안도감, 멍하거나 얼얼함 등의 감정이 나타납니다. 윗배가 빈 것 같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쪼이거나 목이 갑갑하거나 입안이 마르기도 하고 근육이 약해지고 숨이 가쁘고 에너지 부족을 느끼며 아무것도 진짜 같지 않은 비 자아감 등의 신체적 감각이 나타납니다. 믿으려 하지 않고 혼돈스럽고 환각 등의 인지 변화도 나타납니다. 수면장애나 식욕 장애, 죽은 사람에 대한 꿈을 꾸거나 얼빠진 행동을 하거나 쉬지 않는 과잉행동을 할 때도 있고 한숨을 자주 쉬고 고인의 유물을 간수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의 방문 혹은 죽은 이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을 지니는 등의 행동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아주 정상적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상적인 사별 슬픔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현실, 자신의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건강하게 애도를 마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그 과정의 시간과 슬픔의 강도는 다르니 세심할 필요가 있답니다.
애도 과정에서 꼭 이루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지적 수용뿐 아니라 정서적 수용까지 포함하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사별 슬픔의 고통을 겪으며 애도를 작업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실의 환경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현실 자각은 상실 후 3-4개월이 지나야 시작됩니다. 빈집을 대면하거나 혹은 혼자 살다가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지금 나는 누구인가?”, “고인을 사랑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세상에서 고인을 배제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고인과 연결되어 삶을 함께 살아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애도 과정을 지났을 때, 우리는 상실의 아픔을 인정하고 건강하게 처리하며 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앙상한 가지가 겨울을 지내고 봄이 찾아올 때쯤엔 새싹을 틔우겠지요. 지금과 다른 새봄의 찬란함을 온 천지에 드러낼 테지요. 시간마다 철마다 선물입니다.
참고도서 : J.William Worden 저, 이범수 역, 『유족의 사별슬픔, 상담과 치료』, 도서출판 해조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