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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Feb 25. 2024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정다운 흥신소

작가의 꿈

상철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딸 달래가 좋아하는 고구마피자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샀다. 정육점에 들러서는 먹기 좋게 자른 삼겹살도 한 근 샀다. 양손에 든 먹을거리를 본 달래는 기분이 좋아라 폴짝폴짝 뛰었다. 상철의 어머니는 고기를 받아들고 불판을 준비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상철은 삼겹살에 싸 먹을 상추랑 깻잎, 고추와 마늘을 씻었다. 달래는 아빠와 할머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방에 들어가 종이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달래야, 다 됐다. 나와서 저녁 먹자.”

상철의 부름에 달래는 쏜살같이 뛰어나왔고, 식탁 의자에 앉아 포크를 집어 들고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다. 아빠가 굽고 있는 삼겹살을 보니 군침이 흘렀다.

“이야, 정말 맛있겠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 먹어야 해.”

“오케이, 오케이. 난 기다릴 수 있어.”

그사이 상철의 어머니는 달래 앞에 먹기 좋게 자른 피자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아 놓았다.

“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피자다. 잘 먹겠습니다.”

달래는 싱글벙글하며 입 속으로 작게 자른 피자를 넣고 먹기 시작했다.

“맛있니?”

“응. 아주 많이. 고구마피자는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거든.”

달래의 능청스러운 말에 상철과 그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봤다.

“아, 잠깐. 나도 아빠랑 할머니한테 줄 선물이 있는데.”

달래는 입에 든 피자를 우물거리면서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져왔다. 달래가 직접 쓴 크리스마스카드였다. 달래는 먼저 할머니께 크리스마스카드를 전달했는데, 그 안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항상 유치원에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맨날 맨날 건강해서 유치원에 데려다주세요. ^^’ 손녀의 카드를 받은 상철의 어머니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글도 글이지만, 달래가 그린 그림 때문이었다.

“산타가 할머니한테 운동기구를 선물했구나! 할머니 건강하라고. 호호호.”

“딩동댕~”

달래는 다음으로 상철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건넸다.

“아빠 카드엔 그림은 못 그렸어. 미안.”

“아유 공주님, 괜찮습니다. 우리 딸이 정성껏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죠.”

카드를 열어본 상철은 눈이 동그래졌다. 달래가 쓴 글을 보자마자 동그래진 눈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빠, 힘들어도 글쓰기 멈추지 마세요. 아빠는 꼭 훌륭한 작가가 될 거야. 내가 맨날 맨날 기도할게요. 아빠 사랑해 ^^’

상철은 옆자리에 앉은 달래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딸, 고마워. 오늘 너랑 이름이 똑같은 아빠 후배도 똑같은 말을 해 줬는데…큰 달래나 작은 달래나 모두 아빠를 달래주네.”

“아휴, 아빠.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거야? 그러다 고기 다 타겠어.”

달래는 숨이 막힌다는 듯 켁켁거렸고, 상철은 머쓱한 표정으로 불판의 고기를 뒤집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상철의 어머니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고기 파티를 마친 세 사람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후식으로 먹은 뒤 상을 물렸다. 설거지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상철은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두 달래의 말과 글을 떠올렸다.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래. 포기하지 않고 쓰다 보면 언젠가는 해 뜰 날 오지 않겠어! 정상철, 해보는 거야!’

상철은 노트북을 켰고, 며칠 전부터 쓰기 시작한 에세이를 이어갔다. 제목은 《40대 인생 보고서》였다. 40대 중년에 겪고 있는 갱년기 우울증과 스트레스 극복기를 주제로 했다. 상철은 우울과 고독, 무기력증을 달고 사는 남성의 갱년기 탈출법을 자신의 일상에 비추어 진솔하게 풀어내고 싶었다. 글을 쓰는 시간 동안 상철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때로는 프로방스 언덕에 있는 향기로운 라벤더밭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때로는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코타키나발루 해변에서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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