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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현 Dec 27. 2023

큰딸 시아에게 들려주고 싶은 와인 이야기 2

"와인 마실 때 꼭 그렇게 해야해요?"

'불안하게 와인잔을 허공에서 휘익 휘익 마구 돌려대는 사람들'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와인잔속에 코를 박고 킁킁대는 사람들'

'와인을 삼키지 않고 입안에서 우물 우물, 후룩 후룩 소리를 내며 굴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드는게 당연해.

'잔 밖으로 튈까 불안한데 왜 저러지 정말!'

'괜히 있어보이려고 일부러 저러나?'




하지만 와인 좋아하는 아빠로서 항변을 하자면, 이런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

와인은 코르크 마개로 닫힌 병 안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낸 후에 우리와 만나게 되는데 (보통 1~2년 정도. 더 오랜 시간 병에 갇혀 지내는 와인도 많아),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와인을 오픈하고 공기와 접촉시켜 주는거야. 산소에 노출시켜 주는거지. 와인잔에 갓 따랐을 때 보다 향이 더 풍성해지고,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이라는 와인 속 성분이 다소 부드러워져서 마시기가 더 편해.


그럼 코를 잔속에 넣고 킁킁대는 이유는?

와인이 가진 향의 매력을 최대한 느끼려는 처절한 노력이랄까.

공기에 닿은 와인의 향은 시시각각 달라져서 여러 번 향을 맡는거야.


이제 와인을 입안에 넣을 차례.

물론 그냥 마셔도 좋지만, 진지하게 시음을 하는 경우 삼키기 전에 입안에 수 초간 머금고 구석 구석 굴려가며 와인의 여러 가지 맛을 느껴보는 행동이야.

가령 혀나 잇몸이 떫은 감이나 오래 우려낸 홍차를 마실 때 처럼 오그라들면 '타닌' 함량이 많은 와인이고, 특히 혀 양쪽에 얼얼한 느낌이 들면 와인의 산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어.

일상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고도로 집중해서 감각을 느껴보는 경험은 흔치 않아. 막상 해보면 생각만큼 이상하지도 않고.


다음 단계는 와인을 삼킨 후에 내가 느낀 맛과 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느껴보는 거야. 와인 테이스팅 용어로는 'after taste (영어), caudalie (불어)'라고 불러.




이렇게 단계를 구분해놓고 보니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해보면 별 것 아닌 습관이자 익숙함이고 동시에 내 감각을 최대한 사용해보는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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