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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현 Apr 19. 2022

올 댓 매너

이런 사람과는 같이 와인 마시기 부담스러워!

와인 관련 책이나 인터넷 글들을 보면 ‘에티켓’과 ‘매너’를 의미 구분없이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둘을 구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매너와 에티켓의 차이점]

에티켓은 사회/문화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 통념, 예의가 있고 없는 것, '형식'에 관한 것.
이런 점에서, 에티켓은 나라별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매너는 정형화된 양식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이나 마음가짐.
보다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둘을 구분하여 생각하면서 글을 이어간다.
하지만, 가끔은 에티켓과 매너의 구분이 모호할 때가 있다. 가령, 우리의 술 문화에서 연장자가 술을 따라줄 때 한 손을 다른 손에 갖다 대고 양손으로 술을 받는 행동은 정형화된 양식이니 에티켓에 속하지만 동시에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면 매너에 속하기도 한다.




와인을 마시는 상황을 떠올리며 함께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지인들을 초대하여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당신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와인을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대접할 때, 와인의 맛을 한껏 올려주는 격조 있는 와인잔을 함께 준비하는 것은 에티켓에 속한다. 그리고 준비한 와인을 어떻게 소개하느냐는 매너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구하기 힘든 와인이고 오늘 이 와인을 대접하는 것은 당신들에게 축복이야. 이 와인이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하는 마음을 갖고 구구절절 와인을 소개한다면, 에티켓은 지켰지만, 매너 있는 행동은 아니다. 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적고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만 보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초대받은 경우도 생각해보자.
지인이 마음을 담아서 정성껏 준비한 와인을 ‘원샷’ 그리고 또 ‘원샷’.
와인 가격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다. 와인을 준비한 지인 입장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을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이 와인을 함께 음미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소개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마실 때 눈으로 색을 관찰하고, 코와 입으로 향과 맛을 즐기고 여운을 느끼는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봤을 때, ‘원샷’은 에티켓도 지키지 않은 것이고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매너도 없는 행동이다.


또 한가지, 잔을 돌리는 행동. 스월링 (swirling) 이라고 표현한다.
와인 잔을 돌리는 이유는 잔에 담긴 와인이 공기와 더 많이 접촉하면서 향이 보다 풍성해지는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때 잔을 돌리는 방향은 자신의 몸 안쪽 (오른손잡이 기준 왼쪽)으로 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혹여나 손놀림을 잘못하여 와인이 잔 밖으로 튀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경우, 매너가 에티켓으로 형식화한 것이다.




한편, 필자가 생각하기에 전혀 불필요하고 딱히 근거도 빈약한 ‘와인 에티켓’들도 많이 회자된다. 때로는 ‘이런 것 까지’하며 깜짝 놀란다.
- ‘와인 병은 한 손으로 병 밑을 잡고 따른다’. 와인 한 병은 대략 1.1~1.4kg이다.
사람마다 쥐는 힘이 다르고, 손의 크기에 따라 쥐었을 때 안정감이 다르다. 불안정하게 묘기하듯 한 손으로 잡고 따를 필요는 없다.

- ‘와인을 받을 때, 잔에 손을 대지 않고 그냥 테이블위에 둬야 한다’.
함께하는 사람이 당신의 연장자이거나 상사일 경우, 상대방이 불편해한다면 우리의 주도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매너 있는 행동이다.

-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를 때, 레드 와인은 잔의 1/3, 화이트 와인은 잔의 2/3, 스파클링 와인은 잔의 3/4을 채운다’. 에티켓도 아니고 매너도 아니다. 채우고 싶은 만큼 채우자. 단, 와인 잔을 너무 가득 채우면 (잔의 2/3이상), 스월링 (swirling) 하기에도 불안하고 향을 잘 맡기도 어렵다.


이런 종류의 ‘와인 에티켓’들은 앞으로 어디서 보고 듣더라도 그냥 지나치자.
대신, 함께 마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인 매너를 지키면서 즐거운 와인 생활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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