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같은 나의 손은 많은 것을 하게 한다.
내손을 찍어줬다. 가까운 언니가 집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찍어줬다. 내손을 이렇게 오래 바라본 것이 언제였던가? 없었던 것 같다. 네일 관리도 안되어 있는 손, 큐티클이 그대로인 관리 안 한 손. 가만히 내손을 들여다본다. 사진 속의 손이 나에게 말을 건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나름대로 많은 것을 이루어왔던 삶 아녔냐고.
그래서, 내가 물었다.
“ 도대체 내가 그동안 한 게 뭐냐고”
“ 불혹의 나이가 훌쩍 넘은 나이에 무얼 제대로 한 거냐고”
그렇다. 난 풀이 죽어있었다.
14년 동안 사업을 운영해보면서 한 번도 맞닿아보지 못했던 꿈이었음 하는 현실이었다. 코로나19가 사업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지는 몰랐다. 작년에도 이런 적이 없었다. 바람이 부는데 앞으로 걸어가는 나에게 바람은 뒤에서 불어 도와주기는커녕 앞에서 세찬 바람을 선사했다.
어디 한번 당해보라고.
오만했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다음엔
“내가 이제까지 잘못한 일이 많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지 않았지만, 무너져버릴 것 같은 주말 어느 날. 난 학원에 있는 책상을 걸레로 닦아보았다. 학원 책상에 붙어있는 가림막 사이로 아이들의 낙서를 닦으며, 새로운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끝내지는 않을 거라고.
작년에 사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텅 비어있는 주위 음식점을 들렀다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 코로나여도 손님이 많은 집은 많던데, 저기는 뭐가 잘못되었나 보다”
누굴 보고 잘못되었다 말했단 말인가? 막상 나에게 불어 제친 바람은 그칠 줄을 모르는데, 누구를 가리켰던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내가 더욱 주위를 기울였더라면, 고객들에게 조금 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더라면 그 바람은 나를 피해 갔을까?
생각에 잠기다 다시 손을 바라보았다.
손가락마다 있는 큐티클이 눈에 거슬렸다. 네일 관리를 받아본 적이 손에 꼽은 나이지만, 큐티클은 제거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에서 집을 나섰다.
“ 컬러는 말고 손톱관리만 해주세요”
“ 컬러를 하면 기분전환도 되고 좋으실 텐데요”
“ 아니요. 전 손톱 정리만요”
손톱 정리를 하며 조근조근이 떨어져 나가는 큐티클을 바라보며 억지로라도 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에게 많은 것을 해 준 손이 아니었던가?
밥을 먹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일을 하고, 이렇게 글을 쓰게 해 준 손인데, 일이 잘되지 않는다고 손 탓이나 하고 있다니..
그사이 손에서 큐티클이 다 빠져나갔다. 마음이 점점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손을 어루만져봤다. 남자 같은 손이지만, 거친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하던 손이 아니었던가? 내일은 그 손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손을 한참 동안 어루만져봤다, 쳐다보다를 반복했다.
“ 손 한번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