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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온한 삶 Mar 18. 2021

사업의 매력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속을 많이 썩이더니, 현재는 금융권에서 잘 나가는 직장인이 된 제자가 연락이 왔다. 결혼을 한다고 인사차 연락을 했으나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선생님, 저 사업을 하려고 해요”
“그래, 준비만 되었으면 해 봐. 왜 해야 하는지 고민은 충분히 해보고”  


너무 단순한 대답에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말려주길 바랬던 것 같다. 직장인의 고달픔은 당연한 것이니 참으라는 쓴소리를 원했던 것처럼 보인다. 난 해보라고 했다. 난 사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나의 첫 직장은 메가스터디였다.

강사생활을 처음 시작했기에  내가 자유롭게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편하게 얘기해 보라고 팀장님이 말했으나, 다들 가만히 있는데 나만 나서서 코멘트할 용기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부원장으로 승진을 하고 난 후 상황은 좀 개선이 되었으나, 학원 프로그램을 내가 구상한 대로 고칠 수 있는 권한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막상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기존 프로그램보다 좀 더 최적화된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난 스스로 천성이 팔로워가 아닌 리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사업은 난이도로 따지만 난이도 최상이다.

시도 때도 없이 고난과 역경이 다가온다. 어떤 언질이나 암시도 없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뒷머리가 당길만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하면, 경영의 구루인 이나모리 가즈오도 “사장은 항상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 맞다.



 사업의 정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 수식어에 담겨있다. 이 문구는 강인한 기개와 결의를 담고 있다. 사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람을 안겨준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고난의 강도가 센 만큼, 이를 극복했을 때의 가슴 벅참은 그에 비례한다. 도전적인 성향이고, 어려움을 극복할 만한 불굴의 의지가 장착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다.


사업의 매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나만의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운영했으면 하는 방향성과 가치를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강사생활을 하면서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것보단 단단하게 쌓아가는 공부를 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학원에서는 교재를 학기마다 끝내야 하는 학부모님과의 약속이 있기에 쉽게 나만 이탈행동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다양한 속도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진도에 많은 비중을 쏟는 어머니들은 원의 특징을 충분히 설명을 해드리고, 선택권을 어머니들에게 드린다. 예전 직장생활을 할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다음은,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사업 초기엔 면접을 보면, 우리 학원의 장점을 어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었다. 지금은 경력을 쌓아 배워보고 싶다는 지원자들이 많아졌다. 예전에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열정을 사라지게 할 만큼 강력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사람들로 조직을 만들고, 결에 맞는 사람들로만 세팅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성장하는 것을 목격하는 일이다.


사업의 특징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사업을 하면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특히, 교육사업의 경우는 재원생의 성적 향상, 강사들의 내공이 성장하는 것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도우며 스스로의 존재감과 가치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직원들이 성장하고, 끊임없이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며 사업을 잘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직장에서의  먹고사는 고단함을 피하고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게 사업은 아니다.

난  십여 년이란 시간 동안 사업을 한 번도 그만하고 싶다거나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다. 그만큼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의 교육사업이 어디까지 갈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난 고단하고 힘겨워도 묵묵히 발걸음을 뗄 결의가 있다.



말썽을 피우던 제자가 사장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고 싶다.  

내가 걸어온 길을 이젠 제자가 그의 발로 내딛는 것을 보고 싶다. 그가 넘어져보고, 일어나는 모습을 응원해주고 싶다. 난 사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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