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se Jan 05. 2023

[촬영_단상]  관조

<Joker, 2019>

'관조'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관조]

1.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

2. 미(美)를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일.


첫 번째 뜻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관찰이다. 관찰은 영어로 Observation. 쉽게 생각하면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옵서버(Observer)를 떠올릴 수 있다. 타깃으로 하는 대상과 거리를 충분히 두고 상태를 관찰하는 옵서버. 각종 무기를 소진하며 현장 깊숙이 개입하고 뒤섞이는 일반 병기 유닛과는 다른 역할을 한다. '관조'는 피사체와 깊게 엮이지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행위다. 두 번째 뜻은 미(美)에 대한 직접적 인식이다. 감정이입이나 주관적 해석이 아닌 대상을 가능한 그 모습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다른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지만 조커, 노매드랜드, 석세션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관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노매드랜드와 석세션은 표현 형식이 다르긴 하나 관조적 느낌이 비교적 명확하다. 장르물의 성격을 띤 조커에서는 왜 그렇게 느껴질까. 조커에서는 대상에 더 이상 다가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는 여느 장르물처럼 인물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임의의 선을 넘지 않는다. 조커의 행동과 동선을 보여주는 풀 쇼트에서, 디테일한 감정을 보여주는 바스트 및 클로즈업 쇼트에서도 마찬가지다.


관조적 촬영은 대상과의 관계, 이미지에 대한 태도나 철학 등의 고민이 선행하지만, 현장에서의 기능적인 부분을 정리해보면.


- 대상과의 적당한 물리적 거리를 둘 것. 여기서의 적당함이란 대체로 인물이 카메라를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충분한 거리를 뜻함.

- 물리적 거리는 필연적으로 단초점 렌즈보다는 장초점 렌즈의 사용으로 이어짐.

- 카메라의 무브먼트는 주관적인 느낌이 강하므로 가능한 Satic 한 포지션을 유지.

- 바스트쇼트 혹은 클로즈업 쇼트를 위한 접근은 최소한으로 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선택.

- 배우들이 동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마커(or T-bar)를 활용하지 않음.


관조적 촬영의 여부는 작품의 장르 및 톤 앤 매너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하지만 모든 예술분야에서 그렇듯 창작자의 기호는 결과물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다큐나 드라마 촬영에서 나는 대체로 피사체와의 거리를 유지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관찰하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며, 사람을 대할 때의 조심스러운 일상에서의 태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충분히 다가가지 않으면 좋은 사진이 아니다.'는 로버트 카파의 말은 모든 사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상에 근접한 사진이 가진 힘이 있고 반대로 충분히 떨어져 있는 사진이 가진 힘이 있다. 사울레이터의 사진처럼.


 '관조'는 '거리감'이라는 단어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둘 다 대상과의 물리적 혹은 심리적 거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떤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든 '관조'의 취향이 굳어지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옵서버뿐만 아닌 전투 유닛이 함께 있어야 게임이 성립하듯, 인물과의 거리가 필요할 때가 있고 밀착해서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담아내야 할 때가 있다. 무의식에서 나오는 '관조'의 기호가 온전히 배제될 순 없겠지만, 대본이 담고 있는 인물의 감정과 정서, 전체를 관통하는 톤 앤 매너를 중심으로 촬영의 방향을 잘 잡으면 좋을 것 같다.


<Nomadland, 2020>


작가의 이전글 [OTT Series] 에밀리, 파리에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