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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se Apr 17. 2023

[영화] 파벨만스

The Fabelmans 2022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그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꽤나 지루했을 이야기. 본인의 가족을 묘사해서일까, 각자의 결핍에도 가족 모두가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느낌이다. 온갖 차별과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유대인 파벨만의 모습을 통해 훗날 '쉰들러 리스트'가 탄생한 동기를 짐작할 수 있다. 가족과 예술은 함께할 수 없다는 작은할아버지의 이야기, 피를 말리는 이 바닥을 왜 들어오려고 하는지 묻지만 가슴 뛰는 일을 하라고 권유하는 노감독, 성장을 위해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는 가족 구성원, 스크린을 보며 기뻐하는 사람들 뒤로 단 한 번도 웃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창작자 샘 파벨만의 모습. 영화 또는 창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영화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는 건 분명 설레고 재미있는 일이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의 다른 말은  동시에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이루기는 어려운 것일까. 그런 면에서 예술의 깊이에 빠져든다는 건 기쁘면서도 잔인한 일이다. 캘리포니아의 영화 스튜디오 건물 사이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가는 샘 파벨만의 마지막 뒷모습. 그리고 수평선을 한껏 내리며 극적인 긴장감을 만드는 마지막 카메라 무브먼트. 빈 공간이 주는 화면의 재미 속에 멀어지는 파벨만의 뒷모습은 왠지 희망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촬영감독 야누스 카민스키. 그의 이름만 들어도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조명은 대체로 무겁지 않은 톤을 유지한다. 적당한 밸런스. 그래도 어딘가 단조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씬마다의 조명 편차가 꽤 크게 느껴졌다. 러닝타임도 길고 감정과 갈등 상황도 많았던 만큼 좀 더 다양한 명암의 변주가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시대를 고증하는 미술적 디테일은 있지만 색과 톤은 크게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이 영화는 디지털카메라(Alexa mini LF)뿐 아니라 다양한 판형의 필름 카메라를 활용했다. 필름 특유의 질감(특히 그레인)은 디지털이 흉내 내는 그것 과는 확실히 다르다. 빛이 스미어 들 때 느껴지는 필름 입자의 거친 질감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DI과정에서 아무리 필름룩업과 그레인을 사용해도 따라갈 수 없는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인 필름 고유의 느낌이 좋았다. 영화사를 다룬 시대극인 만큼 오리지널 필름룩은 잘 어울렸고 아련한 향수가 느껴졌다. 스필버그와 카민스키 작품의 전형이긴 하지만, 감정을 이어가는 원테이크의 호흡과 무브먼트도 눈여겨볼만했다.




Director : Steven Spielberg

DP:  Yanusz Kaminski


Camera : Arri Alexa mini LF,  Arriflex 16 ST(for film)

Lens : Panavision PVintage Lenses, Panavision  Primo Lenses (for film), etc

Film : 16mm, 8mm, 35mm Kodak T&D film for some scenes

Aspect Ratio : 1.8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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