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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se Apr 18. 2023

[영화] 빛의 시네마

Empire of Light 2022. Netflix

 제목이 왜 Empire of Light 일까. '빛'은 일차적으로 스크린에 투사되는 빛, 상징적으로는 시네마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극 후반, 극장 한가운데 앉아 홀로 영화를 관람하는 올리비아 콜먼을 보며 제목의 의미를 떠올려 본다. 빛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그렇게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위로하며 삶의 일부로 파고든다. 샘맨데스 감독은 영화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물의 내면과 갈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번엔 그 인물들을 '극장'이라는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편견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연인의 이야기가 주된 서사이다.


로저디킨즈 촬영감독의 여느 작품들처럼 공간과 인물의 명암 표현이 좋다. 영화 '더 리더'에서 연인들의 드라마를 다루었던 방식과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예쁘고 따뜻한 톤을 고민한 듯 보인다. 멜로라인이 중요한 영화인 만큼 빛은 질감은 부드럽다. 하지만 기본적인 질감과는 별개로 강한 콘트라스트를 활용한 씬들 역시 눈에 띄었다. 감정의 폭에 따라 명암 변주를 이어가는 빼어남이 묻어난다. 명암의 강과 약, 빛의 부드러움과 거침, 그 표현력에 대해 공부 삼아 다시 한번 봐도 좋을만한 영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서정적이고 따뜻한 멜로씬에서의 콘트라스트다. 여느 한국의 멜로드라마에서 공식처럼 볼 수 있는 밝은 하이키 방식의 조명은 없다. 멜로씬에서 콘트라스트의 활용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고민을 던져준다.

아무리 빛의 질감이 소프트하더라도 콘트라스의 표현 자체가 무게감을 주는 건 맞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무겁기만 하지 않다. 밝고 따뜻한 낮씬 그리고 강한 색상을 보여주는 미술이 밸런스를 잘 이뤘기 때문인 듯하다. 졌기 때문인 듯하다. 극장의 붉은 커튼, 앰버 톤의 실내외 조명, 붉은색과 보색을 이루는 청색 계열의 의상과 소품, 세트 미술 등은 이미지의 다양성과 경쾌함을 더한다. 특히 지나치지 않은 청색의 미술적 장치들에서는 기분 좋은 청량감 마저 들었다. 빛의 강약과 색채의 조합이 만들어낸 밸런스. 아카데미 촬영상은 놓쳤지만 노미네이트의 명성에 걸맞은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 영화 이미지의 전반적인 톤과 조명의 키워드는 따뜻함, 소프트, 앰버, 레드, 라이트 블루, 콘트라스트를 뽑아볼 수 있다. 조현병 증세를 보인 올리비아 콜먼과 마이클 워드의 대화 장면에서의 조명은 주목할만하다. 탁자 위의 전구 키라이트 설정이 흥미롭다. 거칠고 강한 빛은 로우라이트가 되어 분열증세를 보이는 올리비아 콜먼의 얼굴을 더욱 기괴하게 만든다. 조명으로 인해 뒷 벽면에 만들어진 거대한 그림자는 씬의 긴장감을 더한다. 커튼을 열었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색으로만 된)차량 경광등. 앰버 계열의 모노톤에 가까운 실내 톤과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많지 않다. 극 후반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극장문을 깨고 들어와 싸움이 벌어질 때도 카메라는 static 한 포지션과 거리감을 유지한다. 클로즈업 쇼트나 무브먼트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감정을 몰아주는 푸시인 정도만 일부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정적인 쇼트 안에서 차분하게 인물과 상황 그리고 이미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샘맨데스와 로저디킨즈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전형이긴 하다. 예술적 지향점이 비슷한,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선과 결이 유사한 연출자와 촬영감독이 만나 작업을 한다는 건 늘 그렇지만 대단히 부러운 일이다. 세간의 평점은 높지 않지만  '파벨만스'에서 보여줬던 심심한 조명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좋은 만듦새의 영화였다.




Director : Sam Mendes

DP:  Roger Deakins


Camera : Arri Alexa Mini LF

Lens : Arri Signature Prime Lenses, Cooke S7/i

Aspect Ratio : 2.3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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