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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se Jan 12. 2024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Our Little Sister(2015)

[about image]


1. 밝은 톤의 이미지에서 무게감을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필름. 입자가 주는 질감과 특유의 왜곡된 색감은 늘 생각하는 문제이며 새롭지 않다. 이번에 눈여겨보게 된 건 '콘트라스트'. 조명과 빛을 활용한 명과 암의 대비로 만들어지는 전체 화면의 콘트라스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명암의 대비가 크지 않는 '하이키' 톤의 이미지에서의 콘트라스트. 필름으로 촬영된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사실 이런 콘트라스트 특성은 필름이 가진 일반적인 특징이다. 하이라이트와 새도우는 보통의 디지털 이미지에 비해 서로 양 극단으로 향한다. 디지털 이미지 센서는 세부적인 계조표현력이 좋은데 이는 필름이 가진 방향과는 다른 방향이다. 필름의 콘트라스트는 오히려 디테일한 계조표현을 방해한다. 디지털과 필름.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개성으로 봐야 한다. 대본에 따라 선택하면 될 일이다. 요즘은 '밝지만 무거운'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필름으로 촬영할 수 없다면 카메라, 렌즈, 필터, 조명, 색보정에서 결국 구현해야 할 문제이다. 중요한 건, 조명으로 만들어낸 전체 이미지의 콘트라스트가 아니라는 것. 기본적인 이미지의 표현방법에서의 콘트라스트라는 것. 좀 더 고민해 보자.


2. 당연한 얘기지만 공간이 좁으면 좁은 대로 표현하는 게 사실감을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풀숏트의 사이즈가 나오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는 게 맞다. 우리 눈이 지각하는 크기를 넘어서는 넓은 화각의 렌즈의 사용은 사실감이 콘셉트일 경우 치명적인 선택이다. 대체로 표준화각대의 렌즈선택을 잘했지만 딸들의 집, 특히 주방과 스즈의 방을 좁게 표현한 건 매우 인상적이었다. 넓은 요소들이 잘 드러나려면 좁은 요소들이 보여야 한다. 그래야 리듬이 생기고 강조가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무엇이 그런 리듬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3. 내가 당장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에서 촬영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쇼트에서 바다를 잘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것이다. 인물의 감정을 간과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어디에 카메라가 있어야 바다가 잘 보일까 고민할 것이다.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바다가 강조되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인물의 감정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풍광 다음 인물이 아닌 인물 다음 풍광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방심하면, 동네 소개 프로그램이 될 테니.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바다를 절제해서 보여준다. 인물이 중심이 되는 프레이밍. 바다를 드러내기 위한 카메라의 포지션도, 하이레벨도 이 영화에선 관심사항이 분명 아니다. 풍광에는 대체로 무심하다. 인물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풍광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그러면서도 예쁜, 그러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이 뭘까. 풀쇼트의 선택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건 대부분 인물을 간과하겠다는 것. 어려운 문제다.


4. 아무리 사실적이어도 조명의 단조로움은 아쉽다. 이 영화의 조명은 정말 사실에 가깝다. 최근작품인 괴물에서도 일부 그런 장소들이 있었다(주인공 아들의 아파트). 하지만 학교나 폐기차 등 다른 많은 장소에서 충분한 콘트라스트를 보여주어서 적당한 밸러스와 리듬이 있었다. 무조건 눈으로 지각된 사실만이 사실적인 표현일까. 조금 더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선 지나친 단조로움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사실성은 꼭 사실조명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자.


5. 가장 아쉬운 부분은 카메라 무브먼트다. 대부분의 씬에서 보여준 콘티는 담백하고 적확하게 느껴졌다. 긴 호흡의 콘티 커트들은 분명 사실감을 더해주고 시네마틱 한 느낌을 전달한다. 다만 거의 대부분의 커트에서 사용된 카메라의 움직임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서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을까. 그렇다면 일부 씬에서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계속되는 움직임에 오히려 집중이 방해되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카메라 무브먼트 과잉의 나쁜 예로 남을만한 영화다.



Director : Koreesa Hirokazu

DP : Mikiya Takimoto(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세 번째 살인 filmed with Kore-eda)

Aspect ratio : 1.85:1

Camera : Arricam LT, Arriflex 535B, 35mm film

Lens : Zeiss Master Prime, Angenieux Optimo le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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