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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Jan 01. 2022

12월 뉴욕 전시 리뷰

2021_1231

뉴욕 전시 리뷰는 개인 아카이브를 위해 작성하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담긴 단상이다.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전시들 중, 기록하고 싶은 작가나 전시를 한 달 단위로 메모하려고 한다.


1. Ruth Asawa: All Is Possible

@David Zwirner, November 4—December 18, 2021

와이어를 이용한 추상적 조각으로 유명한 루스 아사와에 대한 다층적 시각을 제시해준 전시였다. 이번 전시 또한 헬렌 몰스워스가 큐레이팅을 맡아, 대표작뿐만 아니라 아사와의 개인적 이야기가 담긴 작업들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작가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걸려있는 아사와의 수많은 드로잉에서 나는 넋이 나갔는데,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잠자는 아이의 얼굴(6명의 다인종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었다.)이나 정원의 식물들, 그리고 의자를 세밀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작업실을 방문한 이웃들과 친구들의 얼굴을 캐스팅한 마스크에서는 그녀의 일상을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렇듯, 전시의 첫인상에서부터 나는 더욱 깊이 아사와라는 사람에 대해 빠져들었는데, 이것은 큐레이팅의 힘이기도 하며, 즈워너의 전략이기도 하다. 즈워너는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회고전의 형태를 자신의 작가들에게 잘 맞는 색과 이야기를 입혀 작은 회고전의 형태로 선보이며 관람객들과 밀당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는 이러한 밀당에서 언제나 즈워너에게 끌려가는 쪽이며, 이번 전시를 보고 난 후, 아사와의 '손'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2. Tomie Ohtake: Visible Persistence

@Nara Roseler, November 4—December 23, 2021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까지 브라질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는 토미에 오타케(b.Kyoto, 1913~2015)의 추상 회화 작업과 공공 조각의 모델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회화 표면에 여러 레이어가 복합적으로 올라와 풍부한 질감을 표현해내는 것이 특징인 그의 작업들 중 <블라인드 페인팅> 시리즈 작업이 가장 흥미로웠다.


3. Tanya Merrill

@303, November 6—December 18, 2021

MFA쇼를 가면 미술사를 작업에 가져오는 작가들을 한 두 명씩 보게 된다. 타냐 메릴(b.1987, New York) 또한 컬럼비아 MFA쇼에서 그런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 중 한 명이었고, 작업의 내용보다는 캔버스에 활발하게 스케치한 움직임이 가득한 선이 기억에 남아있던 작가다. 그런 그가 303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에서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경각심을 작가가 만든 타임라인으로 내러티브를 만들어 화면을 구상하고 있다. 작업들을 보며 작가의 의도를 한 번에 캐치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전시였으나 몇몇 회화 작업들에서 시선을 잡아두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4.  Gala Porras-Kim: Precipitation for an Arid Landscape

@Amant, November 20—March 17, 2022

아만트 파운데이션은 2019년 브루클린에 세워진 비영리 예술기관이고, 전시뿐만 아니라 레지던시 프로그램 또한 진행한다. 건물은 서울 국제 갤러리를 디자인한 So-IL이 맡았으며, 자연광과 건물 외벽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한 흔적이 돋보였다. 2017년 위트니 비엔날레에서 유물을 재구축한 작업을 선보였으며, 2020년 광주 비엔날레에 초대되기도 한 갈라 포라스 김의 개인전이 아만트에서 열린다고 해서 부랴부랴 찾아갔다. 그의 작업 과정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반가웠고, 과거의 유물을 역사학자의 시선이 아닌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분류하고 발굴하는 일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작업의 대부분이 리서치를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시각적인 언어로 어떻게 선보일지 궁금했는데, 드로잉과 페인팅, 조각, 설치 등 프리젠테이션 방식 또한 그녀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자연스러웠다. 언어학과 사학, 보전학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작업을 펼치게 될지 기대된다.


5. Alexander Calder: Modern from the Start

@MoMA, Through Jan 15, 2022

모마가 확장 공사를 한 후, 이상하리만치 예전보다 그곳을 방문하는 일이 적어졌다. 예전의 동선과 전시 규모에 익숙한 탓인지 지금의 모마는 전시가 너무 빡빡해져 메트로폴리탄도 아닌데 몇몇 전시만 골라서 봐야지만 가능한 크기가 되어버렸다. 적어도 나한테는 모마가 애매한 사이즈의 미술관이 되었다. 위치도 어중간한 미드타운에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현대 작가들 중 애정해 마지않는 칼더의 전시는 봐야 하기에 모마를 방문했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칼더의 초창기 작업들, 주얼리와 플랫웨어, 나무로 만든 조각, 드로잉 등을 볼 수 있어 눈과 몸이 즐거웠다. 작업이 놓인 환경에 따라 상호 작용하는 그의 작업은 그림자까지도 또 다른 작품이라 같은 작업도 늘 새롭게 다가온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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