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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Sep 26. 2023

과정 13

멀고도 가까운 09252023

≪멀고도 가까운≫은 타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아시아 여성 작가들을 1:1로 매칭해, 네 쌍의 작가들이 5개월간 나눈 대화를 전시의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2023년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5개월 간의 여정은 웹사이트에 2023년 7월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아카이브 될 여러 형식의 작가들의 대화와 그 안에서 생성될 주제는 2024년 2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A.I.R. Gallery(여성 작가들을 위한 미국 최초의 비영리 기관)에서 개최한다.


작가들에게 매주 월요일에 전달하는 이메일을 아래 옮긴다. 작가들의 대화에 9월은 시로 회답한다. 마지막 주는 이경림과 서자현의 대화를 웹사이트에 업데이트했다. 



안녕하세요, 


어느새 9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대화도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어요. 늘 그렇듯, 시간은 참 속절없이 흐릅니다. 


오늘은, 이경림과 서자현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https://thefarawaynearby.us/Kyunglim-Lee-Jahyun-Seo-1


경림은 6월에 보내왔던 <찌그러진 쿠션> (2023) 드로잉을 그가 다루는 주재료인 골판지를 사용해 입체적인 쿠션 작업으로 보여줍니다. 쿠션 위에는 주부의 가사노동에 관한 여러 모습이 골판지의 주름진 표면 위에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자현은 치매에 대해 경림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자현이 언급한 Still Alice라는 영화를 저도 예전에 봤는데요, 그 영화를 보면서 인간은 곧 기억이고 죽음은 기억이 몸을 빠져나가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러분은 기억과 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림과 자현의 대화를 읽고 보면서, 한국 시인이 한 분 떠올랐습니다. 최승자 시인인데요, 슬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개 같은 가을이>를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마이너 필링스>로 알려진 시인, Cathy Park Hong과 성균관대 영문학과 교수인 Won-Chung Kim이 번역해 옮겼습니다. 


백연 드림 




Dog Autumn

By Seungja Choi

Translated by Cathy Park Hong and Won-Chung Kim


Dog autumn attacks.

Syphilis autumn.

And death visits

one of twilight’s paralyzed legs.


Everything dries out

and all roads’ boundaries blur.

The old singer’s voice

droops on the recording.


“Hi Jugsun—no? This isn’t Jugsun? Jugsun.”

In midair, the telephone line

loses the receiver, and once-departed lovers

never return, not even in a dream.


In a guest room inside the tavern of time,

where the stagnant waste-water of memory

stinks like horse piss, I ask,

in a voice awakened from disheveled death:

How far have I gone, how far yet to go

before the river becomes the sea?



개 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사랑』문학과 지성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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