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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Dec 19. 2023

과정 19

멀고도 가까운 12182023

≪멀고도 가까운≫은 타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아시아 여성 작가들을 1:1로 매칭해, 네 쌍의 작가들이 5개월간 나눈 대화를 전시의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2023년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5개월 간의 여정은 웹사이트에 2023년 7월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아카이브 될 여러 형식의 작가들의 대화와 그 안에서 생성될 주제는 2024년 2월 10일부터 3월 10일까지 A.I.R. Gallery(여성 작가들을 위한 미국 최초의 비영리 기관)에서 개최한다.


다음 라운드(2024) 작가들 선정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해동안 스물세 분의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줌미팅으로는 다섯 분과 대화를 나눴다. 총 28 분의 작가 분들과의 만남이 모두 소중했고, 그랬던 만큼 작가를 선정하는데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좀 더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로 구성하기 위해, 함께 하지 못한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모두가 연대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아래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작가들에게 전달한 뉴스레터다. 영문메일을 한글로 번역해 옮긴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메일을 드립니다. 모두들 계시는 곳에서 안녕하신가요? 


어느새 2023년의 마지막 달도 반이 지나갔습니다. 2023년은 여러 가지로 가슴 아픈 해였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여러분의 대화가 저에게는 작은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화 내용을 읽으며 공감을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여러분의 작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이가>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아래 구절을 읽으며 여러분이 생각나 이곳에 옮겨봅니다.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 준 어떤 가능성 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수용서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살아가는데 단 한 사람의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는 프로모 레비의 말이 저에게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이 프로젝트가 멀고도 가까운 당신과 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상상해 봅니다. 


<멀고도 가까운>은 여러분이 없었다면 시작도 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렇기에 첫 라운드를 기꺼이 함께해 준 8명의 작가들, Yasi Alipour, Kyoung eun Kang, Chang Sujung, Seung-Min Lee, Bonam Kim, Lu Zhang, Kyounglim Lee and Jahyyun Seo에게 뜨거운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성실히 운영해 준 JW과 전시 포스터 디자인을 맡아서 진행해 주고 있는 YJ 디자이너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4년 상반기는 우리의 대화가 전시로 옮겨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다음 라운드의 작가들이 또 다른 이야기로 멀고도 가까운 프로젝트를 직조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연대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서툴고 느리지만 여러분과 함께 해나갈 수 있는 시간이 쌓이길 바라봅니다. 


평온하고 따뜻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백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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