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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인 May 24. 2021

입양, 언제까지 나를 울게 할 거야?

#1. 시작하며_입양한 두 아들이 외칠걸, "우리 엄마 안 착해요!"라고

나는 10년 지기 우리 남편의 아내이자 두 아들의 엄마이다.


우리 집 현관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의 존재감은 막강해진다.

어디서도 이렇게 간절히 필요한 존재인 적이 없었으며 이렇게 할 일과 할 말이 많아지는 공간도 없다.


내가 가장 빛나고 잘 나가는 곳.


바로 우리 집이다.


나의 두 아들은 여느 집 아들들 같이 뛰고 소리 지르면서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난 남자 셋과 살아가기 위해 정신적 무장과 단련에 힘쓰다 보니 지금은 이 집에서 가장 마초적 캐릭터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 집에서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애들을 키우면서 부모도 성장한다는 말이 목청 데시벨 얘기라는 걸 왜 아무도 안 가르쳐주었을까?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낳아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않다는 것뿐이다.


그렇다, 입양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입양가족이다.


입양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은 입양 전과 후, 그리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오늘까지 끊임없이 변화되고 수정되어 왔다.


우리의 삶과 미디어 속 입양 가족의 삶을 통해 하루하루 업데이트되는 나의 생각들을 읽어내어 글로 정리하고 싶다.


입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양가족들과 대중이 가진 생각의 차이, 그 멀고 먼 괴리감.

그 차이를 편견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날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남아있을까?

대중은 우리의 항변을 언제까지 들어줄 수 있을까?


(입양부모와 입양 관련 기관을 포함한) 입양계에서 입양을 이야기할 때 사용해온 콘셉트와 감동 코드 탑재한 스토리들이 성장시킬 수 있는 최대치는 이미 오래전에 달성되었다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오만을 한 번은 말해보고자 한다.


싸우자는 건가?

아니다. 

글을 쓰라고 창이 열려서 그곳에 쓸 뿐이다.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을 들어 입양가족의 실제가 얼마나 평범한지,

우리라고 애들 야단 안치고 키우는 줄 아는지,

입양이란 키워드가 우리 가족의 일상에 던질 수 있는 번뇌와 고민의 크기가 얼마나 하잘 것 없이 작은 지도 이야기하고 싶다.


왜?


글을 쓰라고 창이 열려 있으니까.


나의 인격, 나의 도덕성... 그 어느 것도 자녀를 키우고 사랑하기에 넉넉한 것이 없음에도

아이를 입양했다는 사실 하나로 그것들이 과대평가되는 것을 볼 때 나는 생각한다.


'아 무언가 잘못되었다'


입양을 떠나서 자녀를 키워보니 가정을 지켜나가는 데에 필요한 것은

그저 가정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그 가치관을 향한 열망인 것을... 그리고 그 가치관의 둘레 안에 가족애와 자녀를 향한 사랑이 흘러나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우린 알면서도 입양의 특수성에 기대어 입양 부모의 성품을 가늠하는 대중을 방치하고, 그렇기에 100% 오해받는다.


갑자기 왜 억하심정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어 졌는지는 다음 글을 쓸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 글에....






첫 글이니 이름 얘기를 좀 해볼까? 아니, 내 이름 말고 애들 이름.


첫째 이름은 윤 동하,

둘째 이름은 윤 동주다.


첫째 동하가 태어나면서 가졌던 이름은 '동화'였다.

예쁜 이름이지만 윤 씨와 조합하면 '운동화'와 획 하나 차이가 아닌가.

엄마인 나도 놀릴 것 같아서 끝자만 '하'로 개명해주었다.



Q1. 개명신청을 위해 방문한 가정 법원에서 개명신청 사유란에 우리 부부가 쓴 것으로 알맞은 것은?


1) 동화라는 이름은 태어나면서 받은 이름으로 이제 우리 가정의 구성원이 되었으니 우리 부부의 뜻에 맞게 이름을 개명하겠습니다.


2) 아빠 성이 '윤'씨라 주변에서 '운동화'라고 놀릴 것 같아서 개명을 신청합니다.


정답은? (힌트 : 3-1=?)





첫째 동하가 태어난 그 해에

배우 박서준과 엄정화 주연의 [마녀의 연애]라는 드라마가 매우 인기 있었는데 극 중 박서준 배우가 맡은 인물의 이름이 '윤동하'였다.

드라마와 박서준 배우의 팬인 나의 지인들은 동하의 이름을 듣고 매우 설레어했다는 후문.

(당신들이 도대체 왜)




입양 과정을 묵묵히 지원하고 지켜봐 주시던 시부모님께서는 동하의 이름만은 직접 지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동하의 원래 이름에서 뒷글자만 바꾸겠다고 부부끼리 정해서 통보하듯 알려드린 것이 서운하셨을 수도 있다.


시동생 부부의 먼저 태어난 조카와 돌림자로 지어주면 어떠냐고 하셨고 우리의 단독 결정을 다소 나무라기도 하셨다.

그러나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끝내는 받아들여주셨고 우리는 아버지께 개명할 동하 이름의 한자를 정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버지는 매우 기꺼이, 즐겁게 동하 이름을 위한 한자를 고민해주셨다.


동녘 동, 클 하 로 동쪽의 큰 아이가 되었다.



그렇다면 윤동주는?


너무나 당연하게 둘째가 있다면 이름을 윤동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흔히들 말하는 '라임'이 좋다고 생각했다.

윤동하 동생이면 그냥 윤동주 되는 것


윤동주 시인의 삶이 그 이름에 지워준 아련함 어린 순수함도 좋았다.


시부모님은 첫째 때의 경험으로 둘째는 우리의 의견을 바로 받아들여주셨고, 마찬가지로 한자를 정해주셨다.


동하와 같은 동에 주는 집 주가 되었다. 몰랐는데 '우주'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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