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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익 Mar 10. 2022

쿠렌치스의 <모차르트 레퀴엠>

악마적인 유희로 승화된 죽음


https://youtu.be/Hsxsi9B17As

Teodor Currentzis 지휘, MusicAeterna 오케스트라, The New Siberian Singers 합창


"쿠렌치스가 또 한 건 했구나!" 싶은 음반이다.


쿠렌치스가 누구이기에


쿠렌치스(Teodor Currentzis,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해 보겠다. 쿠렌치스는 요즘 클래식 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이다. 그가 파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자명하다. "새롭고 파격적인" 해석 때문이다. 이전에 발굴되지 않은 작품을 새로 발굴해내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어지간해서는 새로운 해석적 패러다임이 대두되기 어려워진 요즈음의 클래식 계에서 해석적 새로움으로 명성을 얻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그의 범상치 않음이 드러난다. 물론 그의 새로운 해석 반항 그 자체를 위한 반항에 속하지는 않는다. 대개 그러한 유의 새로움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비껴가는 데 몰두하다 보니 그 자체의 내재적 일관성과 통일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지만(예컨대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의 일부 작품들이 그렇), 쿠렌치스의 해석은 개성을 뚜렷이 지니면서도 기존의 해석 패러다임에 익숙한 관객에게 충분히 인정 받을 만큼의 내재적 정성과 설득력 역시 지닌다.

   


쿠렌치스의 악마성: 그 '리듬적 대담함''표현적 정교함'



쿠렌치스의 새로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해석은 어디서부터 연원하는가? 내가 보기에 그의 해석이 지니는 마력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 가능하다. 하나는 거시적인 대담성 측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시적인 정교함 측면에 관한 것인데, 먼저 첫 번째 것은 쿠렌치스가 음악을 관통하는 리듬을 재구조화하는 데 있어 악마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것은 그러한 리듬적 대담함에 설득력을 불어넣어 줄 만큼 그의 지휘 매우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악곡의 작은 디테일 하나조차 놓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악마적인 리듬감과 표현적 디테일함'이 그의 개성의 주 원천이다.




모차르트 레퀴엠과 쿠렌치스: 죽음에서 '악마적 유희'를 발견하다


https://youtu.be/_jy00qL3HWw


이 동영상은 모차르트의  레퀴엠 중에서 "DIes Irae(진노의 날)" 부분만 떼온 것이다. 레퀴엠 전체를 감상하려면 족히 40분 가까이 시간을 사용해야 하므로 쿠렌치스의 개성을 짧은 시간 내에 확인하려는 분들은 이 동영상만 보아도 좋을 것이다. 들으면 딱 알 수 있다. "악마적인 리듬이라는 게 바로 저런 거구나!", "어쩜  저렇게 정교하게 악절 하나하나를 다 살려서 질주하듯 연주할 수 있을까!


만일 이 짧은 클립에서 몸이 들썩여지는 것을 느낀다면,  그리고 그것이 꽤나 마음에 흡족하게 다가온다면, 모차르트 레퀴엠 앨범 전체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유튜브 알고리즘에 우연히 떠서 이 클립을 감상할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종교적 성스러움으로 죽음을 감싸는 것이 레퀴엠의 본령이라고 믿어사람으로서, 이렇게 악마적으로 질주하는 레퀴엠은 생전 처음 들어보았고 앞으로 다른 지휘자에게서도 쉽게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 칼 뵘(Karl Bohm) 류의 연주가 들려주는 장중하고 엄숙한 종교미는 쿠렌치스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쿠렌치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콘서트용" 악곡으로서 레퀴엠이 지닌 악마성을 발굴해 낸다. 듣다 보면, 상기한 대로, 거시적으로는 생동감 넘치는 리듬적 흐름에 놀랄 것이요, 미시적으로는 소름 끼칠 만큼 디테일에 집착하는 그의 세심함에 놀랄 것이다.  



이토록 쿠렌치스가 자 몸에 내재된 리듬감을 이토록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이 녹음의 경우, 소규모로 편성된 시대악기 오케스트라, 소규모로 편성된 합창단, 그리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자랑하는 리허설을 통해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전체를 쿠렌치스가 마치 제 손안에 넣고 맘대로 주무르듯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 요인으로 추측된다. 대규모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편성하는 경우, 장중함이 사는 대신 리듬적 민첩함과 표현의 정교함이 죽는 일이 잦다. 특히 대부분의 지휘자들이 합창단 연습은 부지휘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합창단이 오케스트라의 민첩함을 따라오지 못하고 죽죽 처지는 경우가 많다. 쿠렌치스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그의 오케스트라 '무지크에테르나'와 합창단을 소규모로 편성한 것이다. 그 덕택에 그의 구상 속에 존재하던 악마적인 리듬감이 완벽하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다. 쿠렌치스는 자신의 개성적인 구상을 구체적인 음향으로 어떻게 옮겨야 하는지를 매우 잘 아는, 영리하고 탁월한 지휘자다.



주목할 만한 특이점


위에서는 그의 해석이 지니는 전반적특성을 설명했다. 짐승적인 본능이 꿈틀대는 듯한 리듬감, 그것을 탄탄히 뒷받침해주는 정교함, 그리고 이러한 대담함과 정교함을 모두 살리기에 적합했던 관현악 및 합창단의 편성 등 말이다. 여기서는 상당히 마이너한 토픽을 다루려고 한다. 바로, Lacrimosa(눈물의 날) 마지막 부분에 들리는 죽음을 알리는 듯한 종소리와 그 뒤에 따라오는 아멘 푸가 말이다. 다른 어떤 리코딩에서도 이 부분은 들은 일이 없다. 내가 모르던 판본을 사용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일반적이지 않은 판본을 바탕으로 한 연주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 나이지만, 쿠렌치스라면 용서할 수 있겠다. (이 글을 퇴고하면서 쿠렌치스가 Sebastian Kohlhepp이라는 테너와 협연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듣고 있는데,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쿠렌치스가 보여준 도전성은 대단히 점잖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레퀴엠 가사 (출처: Goclassic)



제1부 입례송(Introitus)

a. 영원한 안식(Requiem) Adagio d minor 4/4박자.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ua luceat eis.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주소서.

Te decet hymnus, Deus, in Sion, et tibi reddetur votum in Jerusalem.
천주여, 시온에서 찬미함이 진정 마땅하오니, 예루살렘에서 당신께 사원이 바쳐지리이다.

Exaudi orarionem meam, ad te omnis caro veniet.
주여,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모든 이가 당신에게 오리이다.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ua luceat eis.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주소서.


제2부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Kyrie)

a.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Kyrie) Allegro d minor 4/4박자

Kyrie eleison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Christe eleison
그리스도여, 불쌍히 여기소서

Kyrie eleison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제3부 속송(Sequenz)

a. 분노의 날(Dies irae) Allegro assai d minor 4/4

Dies irae, dies illa, solvt saeclum in favilla, Teste David cum Sibylla.
진노와 심판의 날이 임하면, 다윗과 시빌의 예언에 따라 하늘과 땅이 모두 재가 되리라.

Quantus tremor est futurus, Quando judex est venturus, Cuncta stricte discussurus.
모든 선과 악을 가리시려, 천상에서 심판관이 내려오실 때, 인간들의 가슴은 공포로 찢어지리!

b. 최후 심판의 나팔(Tuba mirum) Andante B flat major 2/2박자

Tuba mirum spargens sonum, Per sepulcra regionum, Coget omnes ante thronum.
놀라운 나팔소리가 세상의 모든 무덤 위에 울리며, 모든 이를 보좌 앞에 모으리라.

Mors stupebit et natura, Cum resurget creatura, Judicanti responsura.
심판주께 답변하러, 모든 피조물이 깨어날 때, 죽음이 엄습하고, 만물은 진동하리라.

Liber scriptus proferetur, In quo totum continetur, Unde mundus judicetur.
보라! 모든 행위의 기록들이 엄밀하게 책에 적혀있으니, 그 장부에 따라 심판하시리.

Judex ergo cum sedebit, Quidquid latet apparebit, Nil inultum remanebit.
심판주께서 좌정하실 때, 모든 숨겨진 행위가 드러나리니, 죄지은 자 벌 받지 않는 일 없으리라.

Quid sum miser tunc dicturus? Quem patronum rogaturus.
여린 인간은 무엇을 탄원하며, 누가 나를 위해 변호할까?

Cum vix justus sit securus?
자비가 필요한 그때는 언제일까?


c. 엄위하신 왕이시여(Rex tremendae) g minor 4/4박자

Rex tremendae majestatis, Qui salvandos salvas gratis, Salve me, fons pietatis.
위엄과 공포의 왕, 대가 없이 우리를 구하시니, 긍휼의 근원이여, 그때에 우리를 도우소서.

d. 자비로운 예수여(Recordare) Andante F major 3/4박자

Recordare, Jesu pie, Quod sum causa tuae viae, Ne me perdas illa die.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육체를 입으신 자비로운 예수, 구원의 때에 나를 기억하시고, 나를 버리고 떠나지 마소서.

Quaerens me sedisti lassus, Redemisti crucem passus, Tantus labor non sit cassus.
나를 찾으시려 힘들고 피곤하셨으며, 나로 인하여 십자가에서 고난당하시니, 그 은해를 어찌 헛되게 할까.

Juste judex ultionis, Donum fac remissionis, Ante diem rationis.
공정하신 심판주여, 심판의 그날 전에,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Ingemisco tamquam reus, Culpa rubet vultus menus, Supplicanti parce, Deus.
내가 죄로 인하여 슬퍼하며, 부끄러움으로 고통스러워하니, 신음하고 간청하나이다. 천주여 죄를 사하소서.
Qui Mariam absolvisti, Et lartonem exaudisti, Mihi quoque spem dedisti.
죄 많은 여인을 사하여 준 것같이, 죽어가는 도둑이 용서를 받은 것같이, 내게도 희망을 주셨도다.

Preces meae non sunt dignae, Sed tu bonus fac benigne, Ne perenni cremer igne.
나의 기도와 탄식은 보잘것없으나, 인자하신 주의 은총으로 영원한 불에서 나를 구하소서.

Inter oves locum praesta, Et ab haedis me sequestra, Statuens in parte dextra.
나를 염소 떼 속에 두지 마시고, 택하신 양들 중에 자리를 주시고, 주의 오른손으로 나를 높이소서.

e. 사악한 자들을 불꽃으로(Confutatis) Andante a minor 4/4박자

Confutatis maledictis, Flammis acribus addictis, Voca me cum benedictis.
사악한 자들을 깨뜨리어,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심판하실 때, 나를 부르사, 주의 성자들로 둘러싸소서!

Oro supplex et acclinis, Cor contritum quasi cinis, Gere curam mei finis.
제가 무릎 꿇고 진심으로 복종하나이다! 재가 되도록 뉘우치는 모습을 보소서! 저의 종말을 돌보소서!

f. 눈물의 날(Lacrimosa) Largetto d minor 12/8박자

Lacrimosa dies illa, Qua resurget ex favilla, Judicandus homo reus.
눈물과 슬픔의 그날이 오면! 땅의 먼지로부터 일어난 심판받을 자들이 주님 앞에 나아오리, 천주여 자비로써 그들을 사하소서.

Huic ergo parce, Deus, Pie Jesu Domine, Dona eis requiem.
긍휼의 주 예수여, 축복하사, 그들에게 당신의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아멘.


제4부 봉헌송(Offertorium)

a.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Domine Jesu Christe) Andante g minor 4/4박자

Domine, Jesu Christe, Rex Gloriae, libera animas omnium fidelium defunctorum de poenis inferni, et de profundo lacu: libera eas de ore leonis, ne absorbeat eas tartarus, ne cadant in obscurum

영광의 왕, 주 예수 그리스도, 죽은 모든 신자들의 영혼을 지옥의 형벌과 깊은 구렁에서 구하소서, 사자들의 입으로부터 그들을 구하소서, 지옥이 그들을 삼키지 않게 하시고, 그들이 어둠 속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sed signifer sanctus Michael, repraesentet eas in lucem sanctam, quam olim Abrahae promisisti, et semini ejus.
그리고 성 미카엘의 인도를 따라, 일찍이 아브라함과 그 자손에게 약속하신 거룩한 빛의 세계로 그들을 이끄소서.

b. 주 찬양(Hostias) Andante E flat major 3/4박자

Hostias et preces, tibi, Domine, laudis offerimus; tu suscipe pro animabus illis, quarum hodie memoriam facimus: fac eas, Domine, de morte transire ad vitam, quam olim Abrahae promisisti rt semini ejus.
주여, 찬양과 기도의 재물을 드리니, 오늘 우리가 추모하는 영혼들을 위해 받아주소서, 아브라함과 그들의 자손들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지옥의 형벌로부터 신자들의 영혼을 구하시어, 그들이 사망을 지나 생명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제5부 거룩하시도다(Sanctus)

a, 거룩하시도다(Sanctus) Adagio D major 4/4박자

Sanctus, Sanctus, Sanctus, Dominus Deus Sabaoth!
거룩, 거룩, 거룩, 만물의 주.

Pleni sunt coeli terra gloria tua.
하늘과 땅에 그분의 영광으로 가득하도다.

Hosanna in excelsis.
높은 곳에서 호산나!


제6부 찬양할지어다(Benedictus)

a. 찬양할지어다(Benedictus) Andante B flat major 4/4박자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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