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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철 Jan 09. 2022

학원 몰락의 시대...
대치동, 목동의 전세 하락

코로나가 가져온 교육의 뉴노멀

'대전 간다'는 말이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 살러간다'는 말을 줄여 '대전 간다'는 위트로, 혹은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초등 고학년쯤 되면 대치동이나 목동 쪽으로 이사를 가 이른바 '학원' 사교육에 의탁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서울에서 자수성가한 전문가 집단, 그러니까 교육을 통해 성공한 그룹일수록 자신의 자녀에게도 교육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치동 목동 전세가가 떨어진다.


그래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이 대치동과 목동의 전세 초 강세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경제 이치다. 특히 이 지역의 전세가 가장 뜨거울 때는 11~12월로, 개학 전에 입주를 하려면 연말에는 전세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학원가 수요로 인한 대치동, 목동 전세 강세가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 있는 호가 말고, 부동산 취재를 통해 분위기를 살펴보면 몇 억 씩 떨어지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 34평의 경우 전세 10억에 괜찮은 물건 있었다면, 지금은 액면 그대로 10억을 받을 수가 없어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더 좋은 가격에 더 좋은 조건의 것이 있다면 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분들 잡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이 내려가는데 최소 10%에서 30%까지도 내려가더라고요.(대치동 공인중개사)"


"물건이 나오면 바로 거래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그전에는 그냥 나온 시세에 거래됐는데 금년도에는 거래가 안되다 보니까 주인들이 가격을 인하해주고 그런 형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목동 공인중개사)"


(관련기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57281)


전세 하락, 경제적인 이유만일까?


하반기 서울에서 전체적으로 전세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대치동과 목동 등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일단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의 1월 첫째 주(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세 가격은 지난주 0.04% 상승에서 이번 주 0.02%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최근 몇 달간 지속되는 약세 기조로 상승률이 계속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세가가 워낙 크게 뛰어 가격 자체가 부담스러운 데다,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을 옮기기보다는 현재 집에 있으려는 수요 감소 쪽 측면이 크다는 것이 1차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교육 형태로의 변화 양상이 조금씩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가 불러온 나비효과... 학원 몰락의 서곡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더 이상 직접 학원을 갈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부분이다. 


"그게 예년과 달리 안 오는 이유는 고3들이 2년 동안 학교 못 가고 비대면 수업받았거나 온라인 학원 강의 들었잖아요. 그렇게 겪었던 친구들이기에 재수를 하기 위해 또 들어오지는 않는 거 같아요. 비대면 수업을 굳이 여기 와서 비대면 받으려고 하진 않겠죠.(대치동 공인중개사)"


코로나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온라인 교육에 익숙해진 세대가 등장하면서, 굳이 대치동이나 목동까지 가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으려는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발 빠르게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 강의를 대폭 늘리고 있는 학원가의 변신도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원으로서도 물리적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강의보다는 녹화물만 만들어 놓으면 무한 반복이 가능한 '온라인 강의'가 수익면에서도 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면서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진짜 실력 있는 학원만 살아남는 사교육 재편이 일어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하니까, 학부모도 강의를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알게 된 거죠... 학원에서 가르치는 실상을. 학원이라는 게 물론 시간 관리에 진도를 빼주는 역할도 하지만,  온라인으로 하게 되니까 실력이 없는 곳은 더 드러나더라고요(중학생 학부모)"


 물론 대치동 목동 학원가의 특징처럼 세분화된 커리큘럼으로 내 자녀 수준에 맞는 특별한 과정을 찾는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굳이 대치동과 목동으로 전세를 얻어가며 이사가 학원을 보내야 하는 필요성은 '학습의 공급' 측면에서만 본다면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MIT 엔지니어링 시스템 학과 교수인 요시 셰피는 코로나로 인한 세계의 변화를 짚은 책 'The New Abnormal'에서 "데이터를 사용해 과정의 품질을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다. 강사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각 학생의 활동, 이해, 성과를 추적할 수 있다. 학생의 성과를 분석하는 피드백 루프는 커리큘럼을 미세 조정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라고 말하며 온라인 교육의 장점과 전망을 서술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중요해진 내 자녀만의 학습 찾기


'학원 몰락(?)'의 의미는 맹목적으로 남들 하는 것처럼 하기가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연히 '대전' 가는 의미도 현저히 줄어든다. 학원가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나니, 오히려 수많은 교육 온라인 시장에서 '내 자녀에게 맞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유튜브 등을 통해 각각의 온라인 교육 체계들이 갖는 장단점을 꼼꼼히 알아보고, 선뜻 등록하기 전에 사전 체험 등을 통해 내 아이에 맞는 시스템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부모에게는 또 다른 측면에서 부담이 늘어난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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