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중순, 프랑스 파리에서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100일 가까이 (또) 폐장했다가 다시 문을 연 클럽에 갔다. 재개장 첫 주말에 찾은 클럽은 코로나19가 종식된 듯한,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오랜만에 가슴까지 울리는 음악 소리도 즐거웠지만, 맥주를 홀짝 거리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록 페스티벌처럼 슬램을 즐기는 사람들, 속옷만 걸치고 있는 혹은 옷을 완전히 벗어젖힌 사람들, 흥을 주체하지 못해 콘서트 하는 가수마냥 사람들 손 위에 드러누운 사람들. 콧구멍에 마약 가루를 집어넣다가 눈이 마주친 꼬마, 진한 키스를 나눈 뒤 각자 갈길 찾아 흩어진 남녀 한쌍, 취객 사이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무대에 오른 밴드를 찍어야 해서 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진기사.
그 난리통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인파에 둘러싸여 앞뒤 좌우로 꼼짝도 하지 못하는 채 끊임없이 인스타그램을 새로고침 하던 여자였다. 이 시간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있나 탐색하고 있었겠지. 이 여자는 새로 올라온 사진이 있으면 좋아요를 누르거나, 누군가의 사진에 댓글을달았는데 그 모습이 어쩐지 참 외로워 보였다. 몸은 여기 클럽 안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정신과 마음은 여기에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프리챌부터 시작해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시대를 풍미하는 SNS가 등장할 때마다 그 속에 흠뻑빠져 살았던 나는 어느 순간SNS를 완전히 끊었다. 물론 단절에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일 때문에 만든 가짜 페이스북 계정, 외국 생활 기록용으로 생성했으나 누구도 팔로우하지 않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을 뿐이다. 이 두 계정에서는사회적 교류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SNS의 첫 두 글자, Social Network 기능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한 때 헤비유저였던 내가 SNS를 그만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외로웠기 때문이다.누군가와 늘 연결돼 있고파서 가입한 SNS지만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고립되어 갔다.나에게 SNS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어쩌면 행복하다고 믿고 싶은 순간을 고르고 골라 SNS에 올린다. 여기에는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마음도한 줌있을 테다. 하지만 삶이 언제나 행복할 수만은 없다. 나같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쉽게 타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바닥을 뚫고내려가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날에 SNS를 보면, 나는 왜 이 사람처럼 행복하지 않을까 비교하고, 슬퍼진다. 얘는 어떨까? 쟤는 어떨까? 하고 끝없이 다른 사람의 삶을 탐닉하다 그 속에서 시간을 잃어버리곤 한다.그렇게 나 빼고 SNS 속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공허함만이 남는다.
이따금씩 연락은 끊겼지만 뭐 하고 사나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는데, 밤에 잠이 오지않으면코난력을 발휘해그 사람의 SNS를 찾아내곤 한다. 하지만 피드 탐독을 마치고 나서 드는 감정은 반갑다기보다는 괜히 봤다 싶은 마음이 크다. 행복해 보이는 SNS 속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땅굴을 파고들어가기 일쑤니까. 여윽시직접 연락할 용기가 없는 사람의 소식은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