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기C쁠 Jul 16. 2024

숫자의 기쁨과 슬픔

몸무게와 조회수

트레드밀 위에서는 7km와 500kcal에 집착하는 편...

살이 어느 정도 이상 찌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편이지만 체중계 위에는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이라도 당하듯 지구가 내 몸을 잡아당기는 중력의 크기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순간을 두려워하며 0.5kg이라도 보려 난리치던 시절에 넌더리가 났 때문일까. 이제는 자주 입는 바지에 옆구리살이 튀어나오는지, 상의 소매가 꽉 끼지는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바디'에 의지하는 편이다.


미국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술과 초콜릿과 치즈를 만끽하며 대책 없이 부풀어 오른 적이 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파티에서 마주친 체중계에 두 발을 올렸다가 헉, 생전 처음 보는 숫자에 충격을 받았다. 기숙사에서 쫓겨나 미국 곳곳을 전전해야 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주로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뛰었고 그 습관은 반년 뒤 돌아온 한국에서도 유지돼 마라톤까지 하게 됐다. 


말로는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으며 1년에 한 번몸무게 측정을 할 때마다 체중계의 숫자가 전년보다 줄었으면 속으로 무척 기뻐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숫자가 늘어나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밀려오면서, 몇kg을 빼겠다고 목표를 세우진 않더라도 다시 운동을 빡세게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마냥 몸무게를 대하는 나의 순이란!


최근에 쓴 글이 구글에 추천된 건지 아주 작고 귀엽기만했던 조회수가 몇배로 늘어났다. 그간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니 조회수 따위 상관없어! 하며 정신승리해 왔지만 막상 조회수가 높아지니 기분이 좋다. 러면서 동시에 왜 이전에 더 공을 들여 쓴 글은 주목받지 못한 걸까, 앞으로 쓰는 글이 이만큼 읽히지  못하면 어떡하지? 무의미한 걱정과 쓸데없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 기분을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나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외치는 게 사실은 숫자의 힘을 알 집착하 본성을 숨기기 위한 발버둥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숫자가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유로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듯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이 숫자들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겠다. 론은 열심히 운동을 하니 몸무게가 줄었으면 좋겠고, 공들여 쓴 을 발행했으니 조회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_^

작가의 이전글 요가가 주는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