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쓰기
2년
그동안 글을 안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느 때보다 많은 글을 썼다. 대개는 남을 위한 글이었다는게 문제였다면 문제겠지만
시험 답안지라던지, 나를 잘 보아주십사 하는 자기소개서라던지, 그나마 마음을 담은 글이라 한다면 지도교수님께 스승의 날에 쓴 롤링페이퍼 정도이려나.
돌아와 문득 브런치를 켜는 마음이 꽤나 허망하다. 체감과는 별개로 2년이라면 짧지 않은 시간인데,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히며 살았던가
게으름의 탓이기도 할 터이다. 누구든 이 정도 시기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시간을 쪼개어야 하며 그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을 사랑하고 때로는 필요하겠지만 다른 시간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으니
부지런해지기, 갓생살기 같은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가끔은 전처럼 옷에 관한 얘기도 할테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그때만큼 몰입해있지는 않다. 사는 얘기도 할거고, 그러다 어떤 때는 날카로운 이야기가 포함될 수도 있고 이게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마음이 담길 수도 있는거고. 원래 사람이 다 그런거 아닌가? 한결 같으려 노력하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어렸을 때 갔던 비엔날레 최우수작품이 '어느 일본인이 평생을 모아둔 잡동사니' 였던 적이 있다. 브라운관 TV나 오디오 데크부터, 취향이 드러나는 잡지며 만화책 같은 것들. 열 몇살 남짓한 아이들에게는 당최 그게 어떤 의미에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인지조차 와닿지 않았겠지만 문득 그 작품이 보고 싶어진다. 상상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여기는 나에게 있어 그런 공간이 된다. 내가 열정을 쏟는 것들, 내가 힘들었던 것들, 내 안에서 떠올리는 것들을 별 나열이랄게 없이 마구 던져놓는 곳. 누군가에겐 예술품이고, 누군가에겐 고철상이고. 비공개로 돌릴 생각은 당분간은 없는지라 누군가는 이걸 보고 자신과 비슷하다 생각하여 위로를 얻기도, 거부감을 느껴 다시는 보고싶어하지 않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건 지금의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고
모쪼록 돌아왔고,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니 저축하는 마음으로 낭비없이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