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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골 Aug 16. 2021

아주 주관적인 패션 알쓸신잡 키워드 (ㄱ~ㅎ)

알아둬도 쓸데 없지만 알고 있으면 잘 보이는 패션 키워드들

  옷을 구매하려고 웹서핑을 하다보면 으레 자주 보이는 단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은 옷을 찾는 것이지 그 정보를 기억하는 것은 아닌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어의 의미를 기억하기보다는 옷의 디자인으로 빠르게 눈길을 옮기고는 한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브랜드마다 다르게 쓰기도 하는 여러 단어의 의미들을 정리할 수 있다면 쇼핑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내가 아는 선에서 (약간 억지로 ㄱ,ㄴ,ㄷ을 맞춰서) 정보를 정리하고자 한다.

  

ㄱ. 가먼트 다잉

  가먼트 다잉은 영어로 풀면 'garment-dyeing' 으로 '옷을 염색한다' 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옷은 이미 염색과 가공이 완료된 원단을 공장에서 재봉하여 만드는 형태로 제작되지만, 가먼트다잉의 경우는 그 순서를 바꾸어 패턴에 맞게 제작된 옷을 완제품 상태로 염색 가공을 거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염색된 원단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결과물을 얻게 되는데, 이미 염색 가공된 원단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색감을 얻을 수 있고 (요즘 수요가 많은 '물빠진 느낌'의 색감은 가먼트 다잉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봉제나 시접부분 및 염색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수축, 구김 등 부위에 따라 다른 염색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새 옷임에도 마치 경년변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용자의 생활 습관에 맞춰 구김이 생기거나, 색이 빠지거나 하는 등의 변화) 를 맞은 듯한 빈티지한 느낌을 주게 된다. 물론 이 부분은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브랜드에서 가먼트 다잉 기법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보면 최근 빈티지함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주의할 점은 염색 가공이 비교적 후 단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에서 세탁을 했을 때 물빠짐 현상이 이미 염색된 원단으로 만들어진 옷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훨~씬 심하다. 추가 가공을 거치지 않은 경우 물티슈로 문질러도 염료가 묻어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세탁기나 손세탁을 통해 세탁을 한 후 착용해야 한다. (물론 당연히 단독세탁해야 한다. 세제는 중성세제를 추천.)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최근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인 스톤 아일랜드가 있다. (많은 이들이 스톤아일랜드를 그저 왼팔에 달린 와펜 값으로만 비싼 가격을 유지하는 브랜드로 생각하는데, 스톤아일랜드의 진짜 강점은 와펜의 디자인보다 자신들의 고유한 원단과 품질에 있다.) 스톤아일랜드는 염색 기법과 원단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의 느낌을 내는 브랜드로 빈티지하면서도 스트릿한 무드를 보여주어 최근 트렌드에 아주 적합한 브랜드이다.

스톤아일랜드의 가먼트 다잉 오버셔츠 재킷. 소위 말하는 '물빠진' 색감이 빈티지한 무드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 MATCHESFASHION)


ㄴ. 나일론

  나일론은 합성섬유 중에서도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과 함께 대표격으로 꼽힌다. 나일론은 성질이 질기고 마모가 잘 되지 않아 2차대전 때부터 군용품의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그 자체로는 방수가 되지 않지만 가공을 통해 방수처리를 해서 많이 사용이 되는 원단이다. 무엇보다 천연섬유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이 저렴한 합성섬유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던 나일론은 아이러니하게도 손 꼽히는 명품브랜드인 프라다의 컬렉션을 통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나일론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위의 이유에 더불어 '바스락거림'으로 대표되는 원단 특유의 질감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분야의 대표격 역시 스톤 아일랜드이다. (적다보니 스톤아일랜드 팬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실제로 스톤 아일랜드 팬은 맞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매하기가 힘들 뿐. 개인적인 '빠심'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옷을 잘 만드는 브랜드이다.) '나일론 메탈'로 대표되는 스톤아일랜드의 고유한 나일론 소재는 특유의 색감과 질감으로 인해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거기에 애슬레저룩 (스포츠웨어를 일상복에 접목시켜 스포티하고 편한 느낌을 주는 룩), 고프코어룩(등산복 등 기능성에 치중한 아웃도어 아이템을 일상복과 매치해서 입는 룩) 등이 핫하게 떠오르면서 이들 아이템의 단골 소재가 되는 나일론의 주가가 덩달아 상승했다. 소재에서 나일론의 비중이 높은 옷이라면 대부분 원단의 '바스락거림'을 의도하고 만든 옷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나일론의 가장 큰 단점은 통풍이 잘 되지 않아서 몸의 열을 배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땀이 많은 이들이 여름에 착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땀복'의 소재가 바스락거리는 나일론 소재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근에는 나일론 소재의 표면에 올록볼록한 요철감을 주어 피부와 닿는 면적을 최소화해서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도 입기 좋은 나일론 소재 의류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프라다를 대표하는 두 가지 소재, 나일론과 사피아노 가죽을 사용하여 만든 숄더백. 최근들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는 프라다인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진 출처 : TRES-BIEN)  


ㄷ. 도메스틱

  도메스틱이란 쉽게 말하면 국내 브랜드인데, 백화점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브랜드보다는 규모가 작은 브랜드를 의미한다. 가끔 도메스틱 브랜드를 '동대문 보세의류' 정도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의류시장의 유통, 마진 구조부터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등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여기에서는 간단히만 적겠지만, 최소한 도메스틱 브랜드가 위에 적은 '동대문 보세의류' 취급을 받는 것은 옳지 못하고, 한국 패션 시장의 발달에도 좋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동대문 보세 의류 중 몇 가지를 도매시장에서 셀렉, 사입해서 판매하는 쇼핑몰도 많이 있지만 도메스틱 브랜드는 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해외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한다, 퀄리티가 좋지 못하다 하는 여러가지 비판점들이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제작한다. (위에 언급한 셀렉 쇼핑몰들 역시 자신들이 이런 식으로 제작을 한 아이템에는 '자체제작' 등의 키워드를 걸고 사입해서 판매하는 아이템보다는 더 높은 가격대에 판매를 하고 있다. 그리고 대개 이쪽이 더 퀄리티가 나은 경우가 많다.) 물론 내가 보기에도 가끔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디자인을 카피하거나 옷을 그저 소모품 정도로 여기고 유행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에 급급한 브랜드들도 있지만 누가 봐도 '잘 만든다'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들마저 국내 브랜드라는 이유로 평가절하 당하는 것은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 오히려 핫하다는 해외 브랜드들의 제품을 구매했을 때, 퀄리티가 가격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아본 나로서는 이 점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요즘 아주 핫한 브랜드인 여우 머리가 달린 브랜드나 웃는 얼굴 로고를 달고 있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급부상한 아더에러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을 때 꼭 둘러봐야 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한국에선 '급식 패션'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디스이즈네버댓의 경우 도쿄 긴자의 대형 편집샵들에 입점이 되어 있다. 한국과 서울이 단지 '유행이 빠르게 바뀐다'는 이유가 아닌, 조금 더 특별한 이유로 패션의 중심지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국내 브랜드의 발전과 그것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오랜 생각이다. 아래는 스타일에 따른 개인적인 도메스틱 브랜드 추천 목록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우수함을 인정받아 가장 규모가 큰 SSF의 편집샵인 비이커 매장에 입점되어 있으니 한번쯤 가서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국내 브랜드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스트로그(EASTLOGUE) : 라이엇이라는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게임회사 아니다.) 신사동의 FR8IGHT 라는 편집샵에서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여기 소개한 브랜드들 중 가장 헤비하고 밀리터리적인 디테일이 많은 의류를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블랙 워치 등의 체크 패턴을 잘 뽑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어펙티드(UNAFFECTED) : 역시 라이엇에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이스트로그보다는 조금 더 캐주얼하고 스트릿한 무드를 풍기는 의류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아마 내 또래의 소비자들에게는 이스트로그보다 조금 더 매력적인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배우 이동휘 씨가 입었던 퀼티드 블루종이 대표 아이템이다.

유스(YOUTH) : 성수동의 편집샵 OBSCURA에서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브랜드들 중 가장 깔끔하고 디테일이 적은, 미니멀한 아이템을 많이 생산하며 소재와 실루엣으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이다. '한 끗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이며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셔츠와 와이드핏 청바지를 꼽을만 하다.

모이프(MOIF) : 이스트로그 출신 디자이너가 설립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나일론 소재를 굉장히 잘 사용하며, 디자인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요소까지 중시해서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느낌을 준다. 비슷한 무드의 해외 브랜드로는 일본의 테아토라가 있으며, 대표적인 아이템은 나일론 소재의 유니폼 셋업, 코트 등이 있다.

듀테로(DEUTERO) : 브랜드 에스피오나지의 디렉터가 설립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스트로그만큼은 아니지만 밀리터리적인 요소가 강한 옷들을 전개하며 매 아이템마다 장문의 코멘트로 제품의 특징을 소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스웻 셋업이 있다. 특히 후드와 맨투맨의 핏이 예쁜 것으로 유명하다.

성수동에 위치한 옵스큐라 스토어. 편집샵은 옷을 관찰하고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이다.

(사진 출처 : 옵스큐라 스토어 공식 홈페이지)


ㄹ. 라플

  라플이란 신발 구매권 추첨 시스템이다. 신발에 관심이 크지 않거나 지불용의가 크지 않은 사람들은 추첨을 통해 '신발'을 주는 것이 아니고 '신발 구매권'을 준다는 것에 신기해하기도 한다.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의 라플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본래 이 시스템은 오프라인에서도 굉장히 크게 운영되어 인기 있는 신발 라플에 참여하기 위해서 해당 편집샵에 발매 전날부터 텐트를 치는 속칭 '캠핑족' 들도 굉장히 많이 존재했었다.

  라플이 언제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기억에 인기 있는 신발의 대부분이 이 시스템을 거치게 된 시발점은 2018년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THE 10' 콜라보레이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가장 핫했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프화이트와 언제나 스니커즈 매니아들의 1순위인 나이키와의 협업은 내는 모델마다 '대박'을 터뜨렸고, 라플 시스템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리셀 (되팔기) 시장의 활성화도 이 무렵부터 그 규모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현재는 KREAM, STOCKX, SOLDOUT, XXBLUE 등 많은 스니커 리셀 중개 플랫폼이 등장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신발 거래는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를 필두로 한 커뮤니티에서 개인대 개인으로 이루어졌었다. 최근에는 일본 브랜드 '사카이'와 협업한 신발 출시 소식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스니커 시장이 발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화에 라플 시스템이 기여한 바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신발중개어플 'KREAM'의 화면. 현재는 중개 사이트라기 보다는 하나의 온라인 신발 샵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 출처 : 조선비즈)


리버시블

  리버시블이란 '뒤집을 수 있는'(reversible) 옷들을 의미한다. 보통의 옷들이 옷 안쪽에 브랜드 택, 세탁 택 등 옷에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는 것과 달리 리버시블 의류들은 옷 안쪽면이 겉으로 오게도 착용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브랜드 택이 없거나, 주머니 안에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디자인이 된다. 이렇게 디자인이 된 덕에 한 가지 옷으로 두 가지 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나 겉면과 안쪽 면의 원단을 다르게 디자인하는 옷들이 최근 굉장히 많이 보이고 있다.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양면으로 착용할 수 있게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안쪽 디테일에도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하다보니 (쉽게 생각해서 주머니도 두배, 로고 등의 디테일 등도 두배가 된다.) 가격대가 리버시블이 아닌 옷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높아진다는 점이 있다.

재작년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이키의 빅스우시 리버시블 플리스 자켓. 인기 컬러는 두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했었다. 나이키가 으레 그러하듯 옷 퀄리티는 별로다.

(사진 출처 : END)


ㅁ. 밀리터리

  밀리터리란 글자 그대로 군복에서 차용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흔히 군복을 생각하면 떠올리기 쉬운 개구리 무늬, 카키색 (국방색) 등을 제외하더라도 남성복에서 군복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 아니, 사실 최근 남성들이 입는 아이템의 대부분은 군복 (최소한 전쟁)에서 유래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대충만 나열해 보아도 트렌치 코트, 피 코트, 가디건, MA-1/A-2 등의 항공 점퍼, M-51/M-65 파카/자켓, 바스크 셔츠, BDU 자켓/팬츠 (이쪽은 이름부터가 대놓고 Battle Dress Uniform의 약자이다) , 카고 팬츠, 데저트 부츠, 독일군 스니커즈 등등 수없이 많은 아이템들이 군복에 그 기원과 유래를 두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군복은 전쟁물자이므로 그 활동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두어 개발, 제작이 되고 전쟁에서 소모가 될 것을 고려하여 낮은 가격대에 생산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진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남은 옷들이 시중에 유통이 되게 되면서 하나의 유행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에서 배우 박서준씨가 밀리터리 의류들을 많이 착용하고 등장하면서 밀리터리 의류가 굉장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배우 박서준 씨의 '이태원 클라쓰' 작중 코디 모음. 미군 ECWCS 파카, MA-1 자켓, A-2 자켓 등 군복에서 모티브를 얻은 의류들이 많이 보인다.

(사진 출처 : 투데이 신문)


미니멀

  미니멀은 디테일을 최소화한 아이템을 이야기한다. 주머니, 장식 등 불필요한 디테일을 최대한 배제하고 원단과 핏, 실루엣, 색감을 중요시하는 아이템들이다. '깔끔함'이 하나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한국 남성들의 패션과 맞물려 아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고 현재도 아주 강세인 트렌드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독일의 질 샌더, 프랑스의 르메르, 일본의 오라리 등이 있다. 그러나 상기한 브랜드는 가격대가 아주 높은 반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에 미니멀을 정말 사랑하고 구매력이 좋은 소비자가 아니라면 쉽게 손이 가기 어렵다. (가격대가 있는 아이템을 샀으면 '나 이거 입었어!' 하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게 마련이다. 많은 고가 브랜드들이 '로고 플레이' 아이템을 하나씩은 출시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스웨덴의 코스, 아르켓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덩달아 이 브랜드들의 인기도 상승했다. (이 브랜드들 역시 마냥 저렴한 가격대는 아니다.) 본인이 옷을 입는 목적이 여성들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라면 아주 적합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많은 여성들은 디테일이 과한 옷보다는 깔끔한 스타일의 아이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기하였듯 포인트나 디테일이 적은 장르이기 때문에 색감과 실루엣을 적절히 잘 배치해야만 잘 입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무난하고 깔끔한 느낌을 내기는 편하지만 자신만의 룩을 완성하기에는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장르이기도 하다.

브랜드 '오라리'의 룩북. 사진 상으로만 보면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 옷들이만, 실제 만져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물론 가격 역시 상상초월이다.

(사진 출처 : 오라리 일본 공식 홈페이지)


ㅂ. 발마칸 코트

  발마칸 코트는 라펠이 없는 카라, 어깨 봉재선이 없는 래글런 숄더, 목과 소매의 비조 디테일, 밑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A라인 실루엣, 본 포켓위에 달려 있는 티켓 포켓 등의 특징을 가진 코트이다. 기본적인 싱글, 체스터필드, 더블 코트가 지겹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코트이다. 기본적으로 품이 넓고 기장이 긴 코트이기 때문에 체격이 큰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며 아우터 안에 여러 겹을 레이어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이 분야의 대표격인 캡틴 선샤인의 트래블러 코트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많은 브랜드에서 발마칸 형태의 코트를 선보이고 있다. 비슷한 형태의 코트로 매킨토시로 대표되는 맥코트가 있는데, 얼핏 보면 형태가 비슷하지만 맥코트는 어깨에 봉제선이 있고 발마칸 코트보다는 조금 더 H라인의 깔끔한 실루엣을 보여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번 겨울에도 역시 많은 브랜드에서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코트이다.

발마칸 코트 열풍을 불러일으킨 캡틴 선샤인의 트래블러 코트. 입어본 경험에 따른 소신발언을 하자면 값어치만큼 특별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은 152만원.

(사진 출처 : 에이트디비전)


ㅅ. 셋업

  셋업 (Set-Up) 은 위 아래를 같은 디자인의 아이템으로 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클래식한 수트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었으나 최근에는 원마일 웨어 (집에서 1마일 이내의 거리에 나갈 때 어울리는 편하고 캐주얼한 복장) 가 코로나 이슈와 함께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스웻셔츠나 후디 아래에 스웻팬츠, 트랙팬츠를 같은 컬러로 착용하는 스웻 셋업이 인기를 얻고 있다. 셋업의 장점은 코디가 굉장히 편하다는데 있다. 상의와 하의가 정해지기 때문에 코디에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톤이 맞춰지며 포인트를 주고 싶은 곳에 다른 아이템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만으로 센스 있는 코디를 연출할 수 있게 된다. 변주로 컬러만 같고 소재가 다른 아이템을 셋업으로 착용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링 역시 가능하다. 스웻 셋업에 구두를 신기는 어려우니 덩달아 스니커즈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졌다.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가 스웻 셋업과 자신의 브랜드인 YEEZY의 이지부스트 700을 착용한 모습. 스웻 셋업 역시 YEEZY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 mamasdailyfit)


ㅇ.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품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여 가치를 높인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환경에 아주 관심이 많지 않다면 재활용품보다 새 제품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소비자들의 심리에 맞게 단순한 재활용품이 아니라 새제품과는 다른 매력을 갖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분야의 대표격인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은 이미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트럭의 방수 천, 차량의 안전벨트 등을 이용하여 특색있는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업사이클링 뿐만 아니라 패션계 전체적으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매우 커지고 있는데, 레더 제품은 기존의 소, 양가죽에서 비건레더로 대표되는 합성피혁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며 파카에 들어가는 거위, 오리털을 대체하는 합성 소재인 웰론, 신슐레이트, 프리마로프트 등의 충전재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불가피하게 오리털, 거위털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RDS (털을 채취하는데 있어서 환경에 피해가 가는 요소를 최소화한 경우에 부여되는 마크) 마크를 부여받았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역시나 친환경 브랜드의 대명사 격인 파타고니아는 예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Responsibili-TEE (책임감을 의미하는 Responsibility 와 티셔츠의 TEE를 합한 말장난 같은 네이밍이다.) 를 판매하고 있으며 다운 제품의 경우에도 인위적으로 동물의 털을 뽑아내는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빠지는 털을 채취하여 제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털을 뽑아내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파타고니아의 제품은 비슷한 기능성의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패션은 사회 흐름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구시대적이고 파괴적인 관념에서 벗어나고 있음이 패션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아주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의 지갑들. 재활용품이라는 요소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독특함을 앞세운 브랜딩 덕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ㅈ. 젠더리스

  바로 위의 업사이클링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흐름과 더불어 패션계에서 두드러지는 흐름 중 하나이다. 젠더리스란 성별간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남성 패션과 여성 패션에서 각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아이템들을 구분 없이 착용하는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요소는 최근 남성 패션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여성들은 오버 사이즈의 유행에 힘입어 남성 사이즈의 옷을 입을 수 있고 꽤 많이 입고 있지만 남성들은 여성 사이즈의 옷을 입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능이야 하겠지만.. 결과물은 상상에 맡긴다.) 그래서 최근 이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이 남성용으로 제작된 치마 혹은 치마 바지이다. 연예인 봉태규 씨가 최근 치마를 착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나는 유행에 아주 민감하지도 않고 도전적인 성격의 사람은 아닌지라 아직은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과물과 별개로 성별 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에서 발생하는 다름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패션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화제가 되었던 배우 봉태규씨의 치마가 포함된 그레이 수트 셋업. 모두 톰브라운 제품이다. 이렇게만 소화가 가능하다면야..

(사진 출처 : 한국경제)


ㅊ. 체크

  체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어이다. 스트라이프 패턴과 함께 패턴계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아이템에서 채용되고 있는 패턴으로, 민무늬 옷의 단조로움에 지친 사람들에게 단정하면서도 포인트가 되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체크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템은 체크 셔츠인데, 많은 남성들이 시도를 해보지만 결국 '공대생 셔츠'라는 비아냥을 듣게 되기도 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던 중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실제로 공대생 역할로 출연한 남주혁 배우가 체크 셔츠를 멋지게 소화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남성들이 체크셔츠를 멋지게 소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체크 패턴이 가지는 클래식함을 잘 살리지 못했거나, 셔츠의 사이즈를 잘못 선택하여 제대로 된 핏을 뽑아내지 못했거나, 체크 패턴 안에 포함되어 있는 컬러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기본 아이템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이니 겁 먹지 말고 다가오는 가을에는 체크 셔츠를 꼭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체크 패턴 아이템이 익숙하지 않다면 오히려 기본적인 사각 배열로 구성되는 깅엄체크나 색 배합이 조금 복잡한 타탄체크, 글렌체크 보다는 무늬가 작고 색 배합이 무난한 하운드투스 계열의 체크 무늬를 추천한다.

르메르의 마카롱 셔츠. 통상적인 체크셔츠와는 거리가 있지만 내가 본 체크 패턴 아이템 중에서는 가장 예뻐서 그냥 가져왔다. 가격은 395달러.

(사진 출처: EASTDANE)


ㅋ. 카시나..등등

  맥락상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그게 맞다. ㅋ으로 시작하는 키워드 중 정말 쓸게 없어서 대표적인 편집샵인 카시나를 골랐다. 아래는 가본 경험을 토대로 한 서울의 가볼만한 남성의류 편집샵 추천 리스트이다.


카시나 한남 (한남동) : 스트릿 편집샵의 대명사 격인 카시나의 한남동 스토어이다. 나이키, 컨버스 등 많은 의류와 신발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다른 편집샵에선 잘 보기 힘든 나이키의 특별 라인인 ACG나 NRG의류가 많이 전개되어 있다. 카시나는 국내 편집샵 중에서는 최초로 나이키와 콜라보를 진행하여 '카시나 덩크'를 출시했는데, 현재 두 컬러 모두 100만원 대에 거래가 되고 있다.

에잇디비전(8DIVISION, 명동) : 죽어가는 명동 상권의 마지막 빛이자 희망인 편집샵이다. 니들스, 캡틴 선샤인, SOUTH2WEST8 등 도쿄 편집샵에서나 볼법한 옷들을 많이 전개하고 있으며 단순히 고가 아이템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클락스, 살로몬, 아미아칼바 등 대중적이진 않지만 유행하는 아이템들도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듀펠센터(DUFFEL CENTER, 장안동) : 현재 시점에서 집에서 가장 가깝고, 동시에 가장 멋진 곳이라고 생각하는 샵이다. 스펙테이터의 안태옥 디자이너가 장안동의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편집샵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보다 확실히 공간을 구성한 사람들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샵이라고 느꼈다. 뉴발란스, 모이프, 루트파인더, 프라이탁 등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고 작은규모의 편집샵임에도 꽤 높은 수준의 스시오마카세 (엔토츠야), 돈가스&커리 (콘반) 를 파는 음식점과 가장 핫한 카페 중 하나인 아우프글렛(AUFGLET) 역시 입점해 있다.

이티씨서울(ETC SEOUL, 가로수길) : 옵스큐라가 성수동으로 이전하면서 가로수길에 얼마 남지 않은 가볼만한 편집샵 중 한 곳이다. 자체 브랜드인 아트이프액츠가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전개하는 브랜드 역시 토니웩, 와일드브릭스, 조셉트 등의 국내브랜드부터 스튜디오 니콜슨, 안데르센안데르센, 루이스 레더, 글로버올, 매킨토시, 헤드메이너(!) 등의 해외브랜드까지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편집샵이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탁에 싫증을 느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흥미를 가질 팩커블코(PACKABLECO)와 카네이테이(KANEITEI)와 같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역시 전개되어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보다 온라인 스토어에 물건이 훨씬 많은 샵 중 하나이고 개인적으로는 웹진 등을 보며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들을 항상 귀신같이 셀렉해서 내적 하이파이브를 여러 번 쳤던 편집샵이기도 하다.

하바티(HAVATI, 연남동) : 특이하게 1호점은 연남동에 있고 2호점은 포항에 있는 편집샵이다. (포항점은 가보지 못했다.) 의외로 먹을거리만 많고 볼거리가 많지 않은 연남동에서 정말 가볼만한 편집샵이라고 생각한다. 매장이 크지 않지만 브랜드 별이 아닌 아이템별로 컬러와 스타일을 잘 맞추어 전개되어 있어 만약 '오늘은 셔츠를 사야겠어!', '오늘은 바지를 사야지' 처럼 카테고리를 정해놓고 쇼핑을 하는 소비자라면 안성맞춤일 편집샵이라고 할 수 있다. 취급하는 브랜드는 언어펙티드, 유스, 스틸바이핸드, 안데르센안데르센, 포터리 등이 있다.

2019년 오픈 초기의 듀펠센터. 현재는 왼쪽 아래의 FOUNTAIN이라는 카페 대신 아우프글렛이 입점해 있다.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ㅌ. 텐셀  

  텐셀은 오스트리아의 렌징(Lenzing) 사에서 제작한 합성섬유의 상표로 텐셀 모달, 텐셀 리오셀 등의 종류가 있다. 많고 많은 합성섬유 중 텐셀이라는 소재를 굳이 키워드로 잡은 이유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가지 미사여구로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어떤 상품이 정말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러한 상품들을 Green-washed Products라 부른다.) 텐셀은 자신들의 친환경성을 입증해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텐셀 리오셀은 일반적인 리오셀과 달리 가성소다를 사용하지 않고 물 사용량, 대기오염, 수질 오염을 최소화해서 생산한다고 한다. 텐셀 모달 역시 일반적인 모달 섬유와 달리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인간에게 무해하며 대기오염과 수질 오염을 최소화한 섬유이다. 특히 모달 섬유는 피부에 직접 닿고 인간의 중요부위를 보호하는 속옷에 많이 쓰이는데, 많은 속옷 회사들이 렌징 사의 텐셀 모달을 사용하고 있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위의 업사이클링에서 언급한 것처럼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는 이미 패션업계 전반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해결해나가야할 문제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효과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과연 어떤 우리의 행위가 정말로 환경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지를 조금 더 가시적이고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렌징 사의 텐셀 로고. 이제 속옷이나 티셔츠를 샀을 때 이 로고가 그려진 택을 보면 조금 반가울 것이다.

(사진, 정보 출처: Lenzing 오스트리아 공식 홈페이지)


ㅍ. 플리츠

  플리츠는 속칭 '주름'이다. 원래는 바지나 셔츠에 여유 공간을 남겨 활동성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잡아두는 주름을 의미하는 플리츠는 의류에 따라 한개 또는 여러개를 넣을 수 있고 플리츠가 많을수록 더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다. 셔츠에는 네모 모양의 박스플리츠나 서로 맞닿는 형태의 맞플리츠를 많이 사용하고 바지는 주름이 바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접혀있는 리버스 플리츠가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이 플리츠를 한개나 두개가 아닌, 옷 전체에 활용하는 플리츠 의류들이 편한 옷을 찾기 시작한 분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이세이미야케의 옴므플리세 라인이다. 많은 브랜드들에서 이후 플리츠 의류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옴므플리세의 위치를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가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가격도 가히 독보적이다.)

옴므플리세의 플리츠 팬츠. 주름이 좁았다 넓어졌다 다시 좁아지는 식으로 바지의 실루엣을 형성하고 있다. 가격은 375달러.

(사진 출처: SSENSE)


ㅎ. 해체주의

  해체주의는 단순히 패션에서만 나타난 사조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키워드이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해체주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가 없어서 포함시켰다. 내가 아는 선에서 설명하자면 '기존에 있던 것들의 위치나 형태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것'이 해체주의라고 알고 있다. 이 분야로 유명한 브랜드는 꼼데가르송 (하트 로고가 그려진 플레이 라인이 아닌, 런웨이에 서는 꼼데가르송 메인 라인을 의미한다.), 메종 마르지엘라, 컬러(KOLOR), 사카이(Sacai) 등이 있다. 라인도 맞지 않고, 소재도 좌우가 다른가 하면 옷이 앞뒤가 뒤집혀 있기도 한 이들의 디자인은 얼핏 보면 '도저히 저걸 어떻게 입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난해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매우 잘 드러내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트렌드 세터들의 눈에는 기존의 질서를 벗어난 해체주의적 디자인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KOLOR의 21년 FW 런웨이. 얼핏보면 옷의 종류조차 알아보기 힘든, 아주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디자인이다.

(사진 출처 : VOGUE)


마치며

  여기 나온 키워드들은 어딘가에서 들어보았을 수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동안의 글들도 물론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내 생각을 위주로 작성을 한 글들이었다면 이번 글은 내 의견보다 사실의 비중이 더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쓰면서도 정말 여러 방면에서 살펴보고 정보의 정확도를 위해 나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아직 나는 너무 부족한지라, 내가 글에 작성한 정보들 중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 행여 그러한 내용을 발견하였다면 언제든 댓글이나 메일 등으로 피드백을 주길 바란다. 어서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마음 편히 아이쇼핑을 다닐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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