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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맞다 강선생 Nov 15. 2023

수능을 준비하는 감독관의 자세

모두의 간절함이 모인 그날

 얼어붙은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손을 호호 불며 선배들을 기다렸다. 수능의 긴장감을 처음 느낀 고2의 혹독한 겨울, 고3 선배들을 응원한다고 모인 교문 앞의 모습이었다. 새벽 4시. 시험지를 실은 탑차가 경찰차와 함께 들어왔고, 5시쯤 되니 감독관 선생님들이 출근하기 시작하셨다. 촛불과 엿을 들고 오셔서 교문에 붙이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절하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어머님도 계셨다. 평소 같았으면 초로 엿을 녹여 문에 붙이던 모습을, 여고생의 호기심으로 지켜보며 깔깔댔을 법 하지만 엄숙하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던 그 모습에 눈물도 찔끔 흘렸었다. 뉴스에서 보던 것처럼 경찰차를 타고 긴급히 마지막 수험생이 들어가고, 굳건한 교문이 닫혔다. 수험생 안내사항이 흘러나오는 학교를 학부모님들과 바라보면서, 누군지도 모를 그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결과가 제발 좋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간절함에 간절함을 담아 격한 응원을 했던 그 학생은 근 10년째 수능 시험장을 준비 중이다. 반 아이들과 함께 바닥의 얼룩을 물티슈로 문질러 지우고, 흔들리는 책상과 의자를 찾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선사하기 위해 부직포로 높이를 맞춘다. 소리가 거슬릴까, 눈앞이 거슬릴까 교실 구석구석을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이미지출처 : 네이버 웹툰_@자까_'수능일기'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여 사회에 진출하기도 하고, 수시로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을 하기도 한다지만, 수능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주목을 받는 중요한 이벤트임은 분명하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조카이고, 손자 손녀일 그들이 짧은 평생을 준비하여 그야말로 결판을 내는 단 하루의 날.

 누구도 함께 들어가 줄 수 없는 교문을 지나 자신과의 싸움을 격렬하게 싸워내고 올 그들의 긴장감과 비장함을 보면, 마음이 짠하고 목이 메기까지 한다.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을지 다 알지 못하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고, 또 얼마나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안고 왔을까. 부디 후회 없이 자신의 실력을 펼칠 수 있기를. 그 어떠한 것도 걸림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교실 감독관은 보통 7시까지 고사 본부로 도착한다. 핸드폰을 비롯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기기를 제출하고 전날 달달 외울 만큼 반복해서 본 감독관 감독 요령 책자를 다시 한번 검토한다. 감독을 들어가지 직전까지, 어떤 고사실에서 어떤 정/부감독관님들과 감독할지 알 수 없다. 장학관의 마지막 당부를 듣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바로 다음 시간의 감독 시간표가 칠판에 공개되면 우르르 몰려가 자신의 감독 여부와 위치, 1 감독관(정감독관), 2 감독관(부감독관) 여부를 확인하고는 준비한다. (떨린다. 엄청 떨리고 무지 떨린다. 기도 백판 때리고 들어갈 준비!!) 수능날, 1교시~4교시 혹은 5교시까지 이어지는 패턴이다.

 


 쉬는 시간, 바쁘게 시험지를 반납하고 받아가는 조급한 길 사이사이에 낯선 듯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방황하던  2 때 담임 맡았던 아이, 아기 같던 고 1 때 담임 맡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산만해진 덩치로 활짝 웃으며 반긴다. 열심히 준비했는지 수염이 거뭇거뭍한 얼굴과 더없이 편안해 보이는 복장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귀하디 귀해 보인다. 수험생에게 사적으로 아는 체하지 말라는 수칙을 알지만, 반갑고 찡해지는 마음에 격려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응원을 보낸다. 부디 성실하던 그 모습 그대로 시험에 임하고 뿌듯한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간절하고도 간절한 그 마음들을 너무 잘 알기에, 그들에게 거치적거릴 것들이 없나 오늘도 주위를 둘러본다. 교문에 엿을 붙이시던 그 어머님의 심정으로. 모두들 후회 없이 쏟아내고, 미래로 날아오를 수 있기를. 마음 닿는 모든 곳에 있는 수험생들과 그들의 부모님, 그리고 감독관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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