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엄마

by 서쪽



정수리 뿌리까지 빽빽이 가득 매운 노란색 탈색모,

라인이 드러나는 골지 티셔츠 위에 걸친 레더자켓,

맨다리가 살짝씩 비치는 검정 스타킹과 가죽스커트, 그리고 종아리까지 오는 롱부츠.

170cm의 키가 오늘따라 더욱 커 보입니다.


딸아이의 학교에 방문하기에는 굉장히 부적절한 모습으로, 엄마는 학교에 나타났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남몰래 친구들 눈치를 살폈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레 등줄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에요.


마주쳤던 눈을 뒤로하고 엄마를 못 본척하였지만, 또래 친구처럼 저에게 먼저 다가와 오늘 입은 옷들에 대해 자랑거리를 늘어트립니다.


평범한 저와 의문의 여성이 함께 학교 복도를 걸어 다니다니, 아이들의 머리에 저마다 물음표가 가득입니다.

위아래로 쏘아대며 훑어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엄마가 멋있다며 인사하고 돌아가는 아이들, 엄지를 날리며 소리치는 아이들까지,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저에게는 창피함만 남았습니다.


" 너도 엄마가 젊고 예쁘니까 좋지? "

한껏 우쭐해진 엄마가 물어봅니다.


" 아니, 이게 무슨 엄마야. 엄마라는 사람이 옷을 왜 이렇게 입는 건데? "

좋았던 마음은 한 톨도 없었습니다. 창피함에 무례한 말을 던지고 엄마를 교무실에 데려다주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언제나 철이 없던 우리 엄마입니다.

친구들의 평범한 엄마들처럼 단정한 옷과 튀지 않는 머리스타일, 그리고 포근한 품을 가지고 있는 엄마를 원했습니다.

하교 후에는 엄마에게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학교에서 있던 일들로 조잘조잘 떠들고 싶었습니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흰밥과 따뜻한 김치찌개가 놓인 저녁 밥상에 우리 식구가 둘러앉아있는 일상을 원했습니다.



다시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게는 본인의 인생이 1순위로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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