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보다 감성으로
나는 사진과 글을 좋아한다.
다른 것보다 그날의 나의 감정을 잘 담아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공유한다거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즐기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날의 나의 감정이 잘 떠오르는 이유가 가장 크다.
때문에 여행에서의 사진은 더욱 귀하다. ‘아 여기 갔었지’가 아니라 ‘이 날, 이래서 결국 좋았지!’ 하는, 그날의 감정으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일기는 또 다른 결의 기록이다.
나는 주로 힘든 시기와 어떤 감정의 폭이 클 때에만 주로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게 되면 쉽게 뭉쳐지지 않는,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 정돈되고 스스로의 상황, 상태를 객관적으로 잘 살필 수 있게 된다.
가령 너무 힘든 날에 내 상황을 쏟아내듯 구구절절 글로 써보았는데 다 쓰고 쫙 읽어보니 별 것 아니었던 일도 자주 있다.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이미 꽤 도움이 되거니와 이런 일기들로 내가 어떤 시기에 어떤 고민을 했고, 이런 일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것을 되돌아볼 수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혼자 분노하기도 해서 반성하게 하며, 작은 것에도 뛸 듯이 기뻐하던 젊은 날의 나를 마주하며 흐뭇해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모든 게 빠르게 지나갈 때일수록 글로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흩어질 오늘을 글로 기록해 둔다. 1년 내내 하루의 자잘하게 좋았던 일들을 쓴다면, 나는 1년 내내 좋은 일이 생긴 럭키걸이 될 테지!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편집된 기록은 꽤나 편리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