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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아 Dec 02. 2022

츄가 섭식장애를 섭식장애라 얘기할 수 없는 이유

폭식증은 그저 증상일 뿐이니..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츄가 나왔습니다. (퇴출과 관련하여 요새 얘기가 많은 거 같은데, 저는 그 얘기와는 전혀 무관한 섭식장애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금쪽상담소>도 츄도 잘 몰랐답니다. 금쪽상담소가 뭐 하는 프로그램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직업 특성상 일하는 것만 같아 애써 외면해왔고, 아이돌은 원래 잘 모른답니다ㅠ_ㅠ (트렌드에 많이 뒤처지는 편...)


출처: 츄 SNS


그런데 오히려 "츄, 섭식장애 전혀 아니야.." 이런 류의 기사를 보고 관심이 가서 지난 방송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답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츄를 섭식장애라고 얘기하는 것이며, 왜 정작 본인은 또다시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죠.


"어떤 고민으로 찾아오셨나요?"라는 질문에 츄는 "한 달에 한 번씩은 응급실에 실려간다."라고 답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것을 엄청 먹거나, 폭식을 해서 위가 고장 나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매운 것도 최고 단계인 5단계로 먹고, 한 번 먹을 때는 닭볶음탕 2-3인분에 각종 토핑을 추가해 혼자 다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일련의 얘기들을 들으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니, 이 증상들로만 봤을 때는 너무 섭식장앤데? 왜 섭식장애가 아니라는 거지??'


섭식장애를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먹는 것으로 인해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때 둘째, 먹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때입니다.

먹고 나서 죄책감과 후회로 인해 보상행동(먹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구토 유발, 과도한 운동, 설사약 복용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을 한다든지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음식으로만 해소하려 한다든지 하는 부수적인 특징들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죠.


그런데 방송에서 츄가 말해준 증상들을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한 번 먹을 때 너무 배부르게 먹어요(숨도 못 쉴 정도로 꾸역꾸역)            

먹고 토하고, 식욕 억제제 복용하기도 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먹게 돼요

인스턴트 위로를 즐겨요(감정을 음식으로 푼다)

한 달에 한 번씩 응급실에 방문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아졌어요(약 8개월간)            

먹는 게 조절이 안돼요            


츄가 얘기해 준 내용만으로 보았을 때, 츄는 섭식장애가 맞습니다. 홍길동도 아니고 섭식장애를 섭식장애라 부르지 못하다니요. 물론,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섭식장애' '거식증'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아이돌은 상품 가치(자극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사실입니다)가 떨어질 테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미 이런 증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자명한데 타이틀만 없앤다고 해서 그 사실이 달라질까요..? 츄뿐 아니라 감히 추측건대 대부분의 아이돌은 섭식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물론 이는 아이돌뿐 아니라 외모로 평가받는 배우, 모델, 무용수 등에도 해당되는 말이지요.


왜냐고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태생적으로 마른 체질인 사람도 그중에는 있을 수 있겠죠(요새 유투브 '밥맛없는 언니들'을 보면 그들은 진짜 소화기관 자체가 약해서 마를 수밖에 없는 체질인 거 같더라고요). 그렇지만, 소수를 제외한 다수는 자신의 타고난 체질과 식욕을 거스르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매 순간 식욕을 참아야 하고, 수많은 체중관리를 받아야 하죠. 그들은 항상 굶주린 상태랍니다.


억지로 굶는 다이어트를 해본 분들은 아실 거예요. 하루 종일 음식이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고, 그렇게 쫄쫄 굶다가 '치팅데이'가 되었을 때 먹는 떡볶이와 짬뽕 같은 자극적인 음식들이 얼마나 큰 쾌감을 가져다주는지요. 방송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데 익숙하고, 불편한 감정을 혼자 음식으로 해소하는 것이 편한 사람일수록 자극적인 음식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죠.


네. 정도의 차이이지 단연코 이들은 섭식장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답니다. 그런데 덮어놓고 '츄는 섭식장애 아닌데요. 오해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현실은 너무 씁쓸하게 느껴졌답니다. 섭식장애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상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섭식장애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가요. 진짜 문제는 왜 음식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그걸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어차피 폭식증은 증상 중 하나에 불과해요!



츄는 방송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쉬는 날이 있으면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불안하고, 칭찬을 들으면 좋은 것보다 일단 의심 먼저 든다고요. 또,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고, 남들에게는 강박적으로 좋은 모습만 비춰야 할 거 같다는 얘기도 했죠.


오은영 박사님은 이런 츄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돌아보고, 불편한 상황에 닥쳤을 때는 그에 맞는 대응을 해도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불편한 감정을 잠시 동안은 잊게 해주는 '인스턴트 위로'를 가져다주지만, 그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중에 더 큰 힘듦이나 우울로 빠질 수 있으니까요. 또, 계속해서 감정들을 음식으로 풀다 보면 내성이 생겨서 더 많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답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몸이 다 망가져버려 응급실까지 가게 되는 것이죠.


글쎄요. 저는 이게 여러분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혼까지 탈탈 털린 하루의 끝에 사람보다는 아주 매운 떡볶이와 기름진 치킨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던 적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여러분이 단순히 자극적인 '기사제목'에만 꽂히지 말았으면 해요. 그 역시 '인스턴트 재미'는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여러분의 골병 난 몸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진정한 기회는 앗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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