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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선장 Apr 14. 2023

당신은 왜 창업하게 되었나요?

- 지난 경험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결국 저질러버렸다.

이제 회사원이 아니라 사업주가 되었다.

내 명의의, 내가 지은 상호를 가진 사업자등록증을 몇번이고 읽어보며 진짜인 듯 아닌 듯한 묘한 기분이다.


지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창업 할 생각을 다 했어?"

글쎄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어느날 정신차려 보니 창업을 하고 있더라며 웃어넘겼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고, 그와의 대화 이후에도 계속 곱씹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왜 창업을 하게 되었을까?

사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어느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 기획자로 면접을 보고 있었는데 말이다.


2022년 한 해를 돌아보면 많은 고민의 지점이 있었다.

한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지만, 경력직이 겪는 과정이 늘 그렇듯 텃세가 있었고, 버티고 버티다 공황장애로 무너져버렸다. 그래도 오래지 않아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다. 강사와 에이전시로 오랫동안 합을 맞추던 관계였던 만큼 딱히 적응기간이랄 게 없이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아직은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모종의 큰 사건이 터졌고, 회사에 대해 신뢰를 잃은 직원들은 모두 떠났다.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두 아이가 있었고,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때 다시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스멀스멀 자리잡는 한 단어가 있었다.

창업이었다.


수개월의 준비 끝에 교육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생각해보니 스타트업 업계에서 3년간 머물러 왔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7년간 강사 활동을 했으니,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잘 아는 방식으로 창업을 시도한 셈이다.


창업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한 아이템으로, 세상을 바꾸거나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 창업 교육을 나가 보면 창업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려워하거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창업 교육을 요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의 기회를 알려주고, 개중에는 직장인이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해나갈 재목들도 있을지 모르니.


근데 신경쓸 게 많고 복잡하고 머리가 아플 뿐, 창업에 대한 접근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내가 평소에 만나는 사람, 내가 알고 있는 개념, 사용해 본 물건, 관찰했던 어떤 환경 등.

그래서 창업 멘토들이 늘 얘기한다.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라"고.

다르게 말하면, 경험에서 시작하라는 것이다.


나는 왜 창업을 하게 되었을까?

거창한 욕심과 비전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아 온 커리어가 그 방향으로 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경험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나 온 시간의 흔적들은 나름의 지혜가 되고, 관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나이 많은 임원도 단순히 조직에 오래 있었다고 임원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이 경험해 온 시간과 사건, 지혜와 관점, 통찰에 대한 예우와 함께 그것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겠지.


창업하신 분들께 이 질문을 다시 드리고 싶다.

당신은 왜 창업하게 되었나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의 경험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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