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선장 Apr 17. 2023

창업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견디는 것도, 이겨내는 것도 나의 몫

회사를 차린 뒤,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사업 잘 돼가?"


사업이 잘 되는 것은 바람이고, 노력의 산물이며, 운의 결과다. 대부분의 경우는 열심히 뛰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만 아무리 열심히 야근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안되는 사업이 있고, 생존을 고민하며 골골대던 사업이 한순간의 사건에 얽혀 주문 폭주가 이어지는 경우도 보았다.

그 어떤 결과가 되었건 사업주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우리 회사는 현재 1인기업이고, 여름께부터 팀에 합류하기 위해 준비 중인 팀원들이 있다. 1인기업이라 사무실에는 최소한의 집기만 있고, 나 혼자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사무실은 적막해서 하루 종일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그렇다고 일하기에 외롭지는 않다. 할 일이 많고 매일 약정한 퇴근 시간을 넘기기 일쑤여서 집에 가기 전까지 6살 쌍둥이를 감당하는 아내에게 미안함이 크다.


일하는 환경이 외롭지는 않지만 정서는 외롭다. 혼자 처리해야 할 문제는 쌓여있고, 생각도 고민도 결정도 책임도 모두 나의 몫이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도 없고, 나눠갈 수도 없기 때문에 오롯이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창업가의 외로움이 발생한다. 직장인이던 시절에는 각자의 역할에 따라 일을 나눠가기도 하고, 보다 낮은 난이도의 일은 후배가 가져가기도 했다. 그러나 창업 후, 3명, 4명, 5명이 나누던 일은 이제 모두 나의 몫이다. 


때로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모든 창업가가 자신의 사업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끊임없이 두려움과 싸워가며 그 두려움의 원인이 되는 변수를 하나하나 제거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신중하고, 조금 느리며,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편이다.


얼마 전, 4년째 사업을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님을 만났다. 몇 년정도 사업을 해보면 초보 수준의 두려움은 이겨내지 않았을까 싶어 물어보았다. 


"대표님은 사업이 무서운 순간 없으세요?"
"왜 없어요? 매일이 무섭지. 하루하루가 무서워서 그걸 이겨보려고 뭐든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거죠."

그는 대금 지급일도 무섭고, 월급날도 무섭고, IR 전날엔 잠도 못 잔다고 했다. 그렇게 두려움과 매일 싸우며 3년을 보냈고, 첫번째 데스밸리라 일컫는 시기를 무사히 지나갔다. 회사에서 그의 주요 어록은 "괜찮아."란다. 온종일 그 말을 중얼거리고 다닌다며.


그 두려움을 온 몸으로 맞으며 이겨내는 것은 누구도 대신하거나 나눠갈 수 없다. 오롯이 대표의 몫이다. 그래서 창업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아직은 혼자 일하고 있지만 곧 합류할 좋은 팀원들이 있고, 집안 어른을 통해 얻은 꽤 괜찮은 사무실이 있다. 계속 시도해보며 수익이 검증된 모델의 사업이라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외롭고 두려우며, 그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오늘의 업무를 정리한다.


몇 년이고 계속 싸워야 하는 문제라면 그냥 안고 가자. 

그 외로움에 내가 다치지 않게, 망가지지 않게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적정 선을 지키는 게 지혜일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왜 창업하게 되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