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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혜 Sep 05. 2023

육아 때문에 유튜브 앱을 삭제하다

고백하자면, 나는 스마트폰 중독자다. 정확히는 유튜브 앱 중독자였다. 

문해력과 집중력이 점점 떨어져 가는 나이라는 핑계로 영상이 주가 되는 유튜브를 찾는 횟수가 늘었다. 유튜브는 나의 귀차니즘과 나의 니즈를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나에게 맞는 영상들을 알아서 척척 찾아 대령해 주기 시작했다. 나느 유튜브의 그 친절한 알고리즘의 고리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어릴 때 아이들을 키울 때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었다. 식당에서 우아한 식사, 따뜻한 식사는 포기하고 번갈아 먹기, 흡입하며 먹기, 대화 없는 먹방만 있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첫아이와 함께 외출해서 먹었던 당면이 하얗게 분 식은 갈비탕 먹었던 때를. 그리고 차로 이동할 때는 아이들과 대화하기, 끝말 잇기, 과자 먹이기(차에 부스러기 천지, 찐득이 천지), 낮잠 타이밍 맞춰 이동하기 등등 갖가지 스킬로 아이들과 스마트폰을 조우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제법(?) 크자 아이들이 학교 가는 시간에, 요리할 때, 틈날 때, 이동할 때마다 유튜브는 나의 단짝 친구가 되어 버렸다. 밤에 아이들과 일찍 자는 탓에 못본 드라마를 요약해준 영상들을 찾아보며 재미를 찾다가 갖가지 영상을 다 클릭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밥하기 싫을 때, 무한 반복인 빨래를 개야할 때, 청소를 할 때 유튜브는 나에게 힘이 되주었다. 때로 이동을 할 때 노래로 힐링할 때도 있었고, 자기계발 관련 여러 영상들을 통해 이것 저것 배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나의 시간의 주관자가 아니라, 유튜브가 나의 시간이 주관자로 변경되었다는 걸 딱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유튜브 시청 시간이 점점 늘고, 유튜브 보는 시간을 아이들이 침범하면 이따금씩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때였던 것 가다. 

 

'아! 나 스마트폰 중독이구나. 유튜브 중독이구나.'


중독의 증상은 일단 핸드폰을 켜면 습관적으로 유튜브 앱을 여는 게 주된 증상이었다. 처음 목적한 영상 뿐만 아니라 관련 없는 영상까지 본다. 이 쇼츠까지만, 이 영상까지만 봐야지 하지만 여전히 계속 다른 영상으로 쓱 넘긴다. 조금만 봐야지 하는데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갈 때도 있었다. 유튜브 앱을 켜는 순간 도파민이 분비 되어 유튜브 시청이 나만의 즐거운 습관이 되어 버렸다. 


몇 번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야기 하고,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그때뿐 여전히 하루의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쓰고 있었다. 나도 한 때는 문학 소녀로 독서를 좋아했는데...... 뭔가 모를 자괴감이 자주 찾아왔다. 그리고 가장 큰 여파는 육아에 있었다. 저녁 준비하면서 유튜브를 많이 듣곤 했는데, 아이들에게 반응을 많이 해주지 못했다. 또 유튜브는 나만의 사색 시간을 빼앗아 가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며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생각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하루를 유튜브에 빼앗겼다는 자괴감에 짜증이 생기면 때로 아이들에게 풀기도 했던 시간들이었다. 생각대로 사는 시간들이 아니라 사는 대로 사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다가 꿈 속에서 문득 '아! 사자굴에 들어가 "나 잡아 먹지 마라!" 하며 외칠 게 아니라 그냥 사자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되겠구나'를 깨달았다. 일어나서는 바로 유튜브 앱을 삭제했다. 


앱을 삭제하자 제일 먼저 불편해 한 건 아이들이었다. 가끔씩 내 핸드폰에 있는 유튜브 앱으로 가요나 학교에서 배운 음악을 찾아서 듣곤했는데 없으니 몹시 불편해 했다. 

"엄마가 유튜브를 중독인 것 같아서 아예 삭제를 했어. 불편하겠지만 노트북에서 유튜브로 찾아봐."

아이들도 엄마의 유튜브 과몰입을 알고 있었던 터라 불편하지만 순순히 노트북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았다. 


나 역시 불편했다. 하지만 궁리하다 보면 방법이 생긴다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유튜브로 요약된 걸 보는 대신 OTT 결제를 해서 내가 딱 보고 싶은 것 1~2편 빠르게 쭉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유튜버가 읊어 주는 대로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했는데, 나 혼자 보면서 보니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그동안은 듬성듬성 내용이 빠진 것을 봐서 여러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들을 찾아봤으나 이렇게 건너뛰지 않고 쭉 보니 내용에 대한 갈증없이 딱 끝낼 수 있었다. 가끔은 네이버를 타고 유튜브를 검색해서 들어가지만, 뭔가 불편해서 금방 나오게 되었다. 


유튜브 앱을 지우고 나서의 나의 삶은?

처음에는 갑자기 생겨난 많은 시간들에 당황을 했다. 하지만 이내 그 시간들을 채울 수 있게 되었고, 그 시간들을 통해 삶에 많은 유익이 생겨났다. 우선은 많아진 시간을 통해 집안일을 더 디테일(?) 하게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샐러드를 손질된 것을 샀는데, 이제는 재료를 사서 착착 준비한다. 또 매일 저녁에 아이들과 독서 타임을 가졌는데 그 시간도 다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 방치했던 다이어리를 적으면서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생각 시간도 많아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 선택하기를 미뤄두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선택하게 되었다. 


특히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에 더 자주 가서 아이들 책을 빌리게 되었고, 아이들의 필요를 돌아볼 시간을 더 갖게 되었다. 저녁 지으면서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이들과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뿌듯하게 마감하는 날이 더 더 늘어나고 있어 감사한 요즘이다. 


유튜브 앱이 없으면 많이 불편할 거란 사실에 망설였었다. 하지만 지워도 다시 깔 수 있으니까 과감히 삭제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많은 것을 얻어서 아직까지는 다시 깔지는 않을 생각이다. 삭제하면서 얻은 이 시간들, 성과들, 생각들을 오래 오래 얻고 싶은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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